여행 이야기/2003~2005 17

2005 도쿄 여행기 Day4 -아사쿠사, 우에노- (8/18/2005)

우리의 막무가내 여행도 드디어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제 곯아떨어진 탓에 숙면을 취한 우리는 곧 준비를 마치고 짐을 챙겨 민박을 나왔다. 양손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무거울대로 무거워진 여행가방을 끌고 가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비행기 출발 시간이 오후 5시라 약간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아사쿠사(淺草)와 우에노(上野)를 들렀다 가는 것이 우리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우에노 역에서 내려 코인라커에 짐을 박아넣고 한숨 돌린 우리는 긴자(銀座)선을 타고 아사쿠사로 갔다. 아사쿠사와 우에노는 지하철로 세정거장 거리이기 때문에 함께 묶어서 돌아보기에도 알맞은 곳이다. 더욱이 나리타로 가려면 우에노(혹은 닛포리)에서 리미티드 익스프레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시간상으로도 이득인 것이다. 첫날 메이지진구에서의 '새치기 사건..

2005 도쿄 여행기 Day3 -이케부쿠로, 마루노우치, 오다이바- (8/17/2005)

아침부터 이케부쿠로로 향했다. 일정이 한가한 건 아니었지만 사쿠라카페에 들렀다 갈 계획이었다. 이른 시간이니 사람도 없을테고 잠깐이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걸, 카페 안은 수많은 인파로 들썩거렸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나 빼곡히 쓰여있는 대기자 명단을 보나 족히 한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모두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온 걸까. 아니면 이게 가요쇼 특수라는 건가? 기다린다면 기다릴수도 있겠지만 다른 일정을 무시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간단한 쇼핑을 마치고 태정낭만당을 떠났다. 이틀 전 얘기를 나눴던 카페점원에게 한국 가기전에 다시 놀러 오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결국 지키지 못한셈. 발 디딜 틈도 없던 태정낭만당 안녕하세요 감..

2005 도쿄 여행기 Day1 -하라주쿠, 시부야, 이케부쿠로- (8/15/2005)

6시 10분 인천공항행 버스를 탔다. 이번 여행에 동행할 '돌아와 스미레양' 님(이하 스미레형)과는 7시 30분 정도에 공항에서 만날 예정이었으나, 버스가 늦어서 8시쯤 도착하게 될거라는 스미레형의 전화를 받았다. 날씨는 잔뜩 흐린채 간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7시가 약간 넘어 공항에 도착했다. 딱히 할일도 없고 해서 그냥 시간을 보내다가 얼마 뒤 도착했다는 전화가 와서 스미레형과 합류했다. 공항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대충 아침을 때운 뒤(엄청 비싸다)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갔는데, 가방을 살펴보니 항공권과 가요쇼 티켓을 넣어둔 클리어 파일이 사라져 있었다. 우리는 사색이 되어 롯데리아로 뛰어갔고, 다행이 그곳 점원이 잘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주었다. 아직 여행은 시작도 안했는데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듯 했다..

2005 도쿄 여행기 前夜

7월 3일 민박 예약. 예전에도 한번 묶었던 곳이라 별 망설임은 없었다. 가요쇼 티켓 예매를 부탁했더니 최근 각종 공연티켓등을 매점매석하는 사람이 많다며, 시도는 해보겠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말라고 한다. 7월 11일 일주일 넘게 민박에서 티켓 소식이 없길래 문의를 올렸지만, '확인후 연락드리겠음' 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7월 13일 입금 열흘째. 역시 티켓 소식은 없다. 문의를 올렸지만 며칠째 반응이 없다가 또 이렇게 말한다. '확인후 연락드리겠음' 도대체 뭘 확인해 보겠다는 거야? 7월 22일 입금 3주가 되어가지만 티켓 소식은 無. 참다 못해 항의글을 올렸더니 읽어보지도 않았다. 당시 나의 표정 7월 24일 예약 취소. 다행히 다른 민박을 구할 수 있었다. 티켓은 평소 자주 이용하던 구매대행 사이트를..

2004 일본 여행기 '청춘18로 Go!!' Day7 -부산- (12/17/2004)

아침에 일어나니 바이킹도 아닌데 배가 기우뚱거리고 있었다. 창 밖을 바라보자 파도가 꽤나 심하게 치고 있다. 비틀비틀 어제 사둔 컵라면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는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잠을 설쳤는데, 배멀미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형 나 못먹을 것 같아..' 난 약한 소리를 해대며 식사를 포기할까 했지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자-_- 차츰 멀미는 잦아들었고, 어떻게든 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우리가 배 안에서 악전고투 하고 있는 사이 저 멀리서 부산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치고 짐을 정리해 하선할 준비를 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문 앞에 죽 서서 대기하고 있었고 우리도 그들 틈에 끼어 부산항에 닿기를 기다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부산에 도..

2004 일본 여행기 '청춘18로 Go!!' Day6 -오사카, 히로시마- (12/16/2004)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고는 했지만 자명종이나 알람을 맞춰둘 만한 게 없었던 우리는 결국 늦잠을 자고 말았다. 잠자리가 너무 편한게 문제였나.. 그나마 아침까지 잠들지 않은걸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정신없이 짐을 챙겨들고 민박을 나와 열차를 탔다. 중간에 환승역인 히메지(姬路)에서 도시락과 선물용 모찌를 사들고 계속해서 히로시마로 향했다. 원래 계획은 히로시마에 일찍 도착해서 출항 시간 전까지 평화기념공원 등 히로시마 시내를 구경하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럴 여유는 없었다. 기관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일본 열차의 매력. 열차 안에서 먹었던 특제 더블 도시락. 양만 많으면 장땡(?)이다. 어둠과 동화되어 버린 Holy 2시 30분 쯤 히로시마에 도착했다. 출항은 4시 30분이지만 그 전까지 출국 수속 등을..

2004 일본 여행기 '청춘18로 Go!!' Day5 -교토, 오사카- (12/15/2004)

내가 처음에 야간열차에 대해 가졌던 느낌은 이거였다. '돈절약 시간절약' 이동과 숙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장거리 이동시 엄청난 메리트가 된다. 거기다 센티멘탈 그래피티 같은 게임에서는 야간열차 이용시 이동력 회복까지 가능하니 그야말로 환상의 이동수단이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좋은 자리라고 생각했던 출입문 앞 좌석은 문이 열릴 때마다 찬바람이 휭휭 불어왔으며, 애당초 침대차 같은 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이 야간쾌속열차는 수면에 대한 어떠한 편의도 제공하지 않았다. (불조차 꺼지지 않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자세를 바꿔가며 잠들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결국 눈 한번 붙혀보지 못한채 아침을 맞이하고 말았다. 오사카에서 문라이트 나가라를 놓쳤던 건 오히려 잘된 것일지도 모른다. 열차를 갈아..

2004 일본 여행기 '청춘18로 Go!!' Day4 -도쿄, 요코하마- (12/14/2004)

아침에 민박을 나왔다. 이나바 형은 오늘도 약속으로 바빠서, 저녁까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특별히 내 도움(짐들기 등-_-)이 필요하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내게도 몇시간 정도 혼자 있을 시간이 주어졌다. 우리는 모처럼 여기까지 왔으니 저녁에는 요코하마(橫濱)에나 들렀다 가기로 하고, 일단 시나가와로 향했다. 아침에 바라본 신오쿠보 코인락커에 짐을 넣어두고 오후에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한 뒤 이나바 형과 헤어진 나의 목적지는 이케부쿠로. 원래 계획은 아키하바라(秋葉原)에 가서 중고 CD들이나 뒤져보는 것이었는데, 무슨 사쿠라 귀신이 붙었는지 나는 또 태정낭만당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돈도 없는 주제에!! 어제도 그랬지만, 태정낭만당에는 정말 사람이 없었다. 간혹 한두사람 정도가 드나들고 있었..

2004 일본 여행기 '청춘18로 Go!!' Day3 -오사카, 도쿄- (12/13/2004)

새벽부터 여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스파월드의 휴게실에서 두어시간 자다가 일어난 우리는 전철을 타고 이동한 뒤 도쿄로 가는 열차를 탔다. 어제 히로시마에서 오사카로 가는 것도 그랬지만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은 정말 상상초월이었다. 한번에 도쿄까지 가는 거라면 그동안 잠이라도 자겠건만 중간에 몇번이고 갈아타야하니 그럴수도 없고.. 우리는 틈만 나면 시간과 현재 위치를 확인하며 교대로 새우잠을 자야했다. 아, 야간열차를 놓치게 되어 좋은 점이 하나 있긴 있었다. 어제 저녁내내 내린 비 때문이었는지, 오늘은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였고, 덕분에 정오 무렵에는 기차 안에서 후지산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디서 들은 얘기지만 일본인들에게도 이런 기회는 잘 없다고 하니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

2004 일본 여행기 '청춘18로 Go!!' Day2 -히로시마, 오사카- (12/12/2004)

옆 객실에서 이야기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8시가 채 안되는 시간이었다. 배는 이미 히로시마 항에 도착해 있었다. 일어나서 이나바 형과 함께 목욕을 한 뒤 한국에서 사온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웠다. 바로 내려주면 좋으련만 세관직원이 출근하는 9시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하릴없이 배 안에 있어야 했다. 이윽고 9시가 되어 승객들이 하선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서둘러 짐을 챙겨들고 배에서 내렸다. 입국수속과 세관검색을 마치고 히로시마 국제항을 나서 히로시마 역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일본의 버스는 한국과는 달리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리며 요금은 내릴때 지불한다.(지역마다 다름) 그 사실을 몰랐던 한 한국관광객이 뒷문을 붙들고 '아게테 구다사이~!' 라고 애절하게 외쳤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