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3~2005

2004 일본 여행기 '청춘18로 Go!!' Day3 -오사카, 도쿄- (12/13/2004)

GONZALEZ 2005. 5. 20. 16:03

 새벽부터 여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스파월드의 휴게실에서 두어시간 자다가 일어난 우리는 전철을 타고 이동한 뒤 도쿄로 가는 열차를 탔다. 어제 히로시마에서 오사카로 가는 것도 그랬지만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은 정말 상상초월이었다. 한번에 도쿄까지 가는 거라면 그동안 잠이라도 자겠건만 중간에 몇번이고 갈아타야하니 그럴수도 없고.. 우리는 틈만 나면 시간과 현재 위치를 확인하며 교대로 새우잠을 자야했다.

 아, 야간열차를 놓치게 되어 좋은 점이 하나 있긴 있었다. 어제 저녁내내 내린 비 때문이었는지, 오늘은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였고, 덕분에 정오 무렵에는 기차 안에서 후지산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디서 들은 얘기지만 일본인들에게도 이런 기회는 잘 없다고 하니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마이바라(米原), 나고야(名古屋), 아타미 등등을 거쳐 10시간이 넘는 대장정(?) 끝에 우리는 오후 4시 즈음 드디어 도쿄에 도착했다. 고된 기차여행에 온몸이 뻐근했으나 어쨌든 도쿄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살짝 감동해 있었다.



마이바라에서


나고야를 지나


멀리서 모습을 드러낸 후지산


그동안의 설움(?)을 한방에 날려버린 장관이었다.




 시나가와(品川)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뒤, 아직 숙소를 정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미리 알아온 민박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질 않았다. 담군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민박을 알아보았는데, 아직 12월이고 여행객이 붐빌 시기는 아니라서, 어렵지 않게 방을 잡을 수 있었다. 신오쿠보(新大久保)에 있는 1박에 2500엔짜리 싸구려 민박이었는데 여기선 어차피 하룻밤만 있을거니까..

 안에서 대충 정리를 하고 조금 쉬던 우리는 민박을 나와 유라쿠쵸(有樂町)로 향했다. 이나바 형과 저녁약속을 한 쿠리야마 미노루씨가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라쿠쵸의 빅카메라에서는 막 발매된 PSP의 홍보로 떠들석했다. (여기 구타라기 켄도 왔었다고 한다)

 날은 이미 저물어 유라쿠쵸의 관청가를 헤메다 간신히 약속장소에서 쿠리야마씨와 만날 수 있었다. 이나바 형은 쿠리야마씨에게 선물로 가져온 김을 건네주며 날 소개했지만, 내쪽에선 달리 할 말이 없어서 '하지메마시테' 라는 한마디 밖에 할 수 없었다.

 쿠리야마씨는 나에게 함께 식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같이 갈 것을 권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낄 자리는 아닌 것 같아서 가봐야 할 데가 있다며 사양했다.
그리고 내겐 정말로 가야 할 곳이 있었다.

 이나바 형들과 헤어진 나는 이케부쿠로(池袋)로 향했다. 도쿄에 왔는데 태정낭만당 정도는 들러줘야지. 쿠리야마씨와 만났던 곳은 유라쿠쵸 역과는 꽤 떨어져 있어서 JR이 아닌 지하철 도쿄메트로선을 이용해 이케부쿠로역으로 갔다.

 1년 반만에 다시 와본 이케부쿠로. 나는 그 감격을 억누르지 못하고


 '이케부쿠로여 내가 돌아왔닷!!!!'




 ..라고 나에게만 들리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전에 한두번 와봤다 하더라도 역시 이케부쿠로의 복잡한 거리는 나에겐 생경한지라, 태정낭만당을 찾기 위해서는 한참을 헤메야 했다.
별 이상한 골목길까지 가서 두리번거리던 나는 도로 큰길로 나와서 다시 살펴본 끝에야 태정낭만당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태정낭만당이 있는 세가 GIGO




 가요쇼 기간이라거나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태정낭만당 안은 한가한 모습이었다. 전에 왔을 때와 다른 점이라면 시기에 맞게 크리스마스 풍의 장식이 되어있다는 것과, 사쿠라대전 V의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태정낭만당을 잠시 둘러 보다 티셔츠 한벌을 구입한 뒤 사쿠라카페로 들어갔다. 안에는 태정낭만당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사람은 없었다. 가운데 자리에는 단골로 보이는 사람 두어명이 점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은 3만엔이 넘는 쟝 레오 반장의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주문한 아이리스 라무네를 마시며 앉아 있다가, 사람도 별로 없고 혹시나 해서 점원에게 폐점시간을 물어보자 10시까지라며 천천히 즐기다 가라고 한다. 이나바 형과는 신오쿠보에서 10시에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이리스 라무네(사진출처-태정낭만당 홈페이지)

 



 9시가 되자 카페 안의 커튼이 쳐지면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음? 하며 들어보니 9시부터 이쿠라 카즈에씨(레니)의 미니 라이브를 상영한다는 것이다. 홈페이지 등에 소개된 글이나 사진이라면 몇번 본 적 있었지만 영상을 보게 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중에 가요쇼 DVD에 짤막하게 특전으로 실린 것과는 다른, 거의 편집되지 않은 풀버전이었음.)

 이쿠라 카즈에씨의 가창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고, 끝날 무렵 니시하라 쿠미코씨와 후치자키 유리코씨가 출연해서 기타를 연주하며 츠바사를 부르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미니라이브가 끝나자 9시 30분 정도가 되어서 태정낭만당을 나와 신오쿠보로 향했다. 이나바 형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10여분 정도 기다린 뒤 이나바 형을 만나 민박으로 돌아오는 길에 백엔샾에 들러 또다시 여행물자를 비축했다. 나는 어제 붙혔던 신발 밑창이 다시 떨어져 너덜거리고 있었기 때문에-_- 좀더 강력한 접착제가 필요했다.

 도쿄에는 내일까지만 머무를 예정이므로, 민박에 돌아와서는 다시 떠날 채비를 한 뒤 자리에 누웠다.

 두다리 쭉 뻗고 자는 것도 오랜만이다.



민박에서 바라본 풍경


잠자리에 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