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3~2005

2005 도쿄 여행기 Day3 -이케부쿠로, 마루노우치, 오다이바- (8/17/2005)

GONZALEZ 2005. 9. 19. 01:52

 아침부터 이케부쿠로로 향했다. 일정이 한가한 건 아니었지만 사쿠라카페에 들렀다 갈 계획이었다. 이른 시간이니 사람도 없을테고 잠깐이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걸, 카페 안은 수많은 인파로 들썩거렸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나 빼곡히 쓰여있는 대기자 명단을 보나 족히 한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모두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온 걸까. 아니면 이게 가요쇼 특수라는 건가?

기다린다면 기다릴수도 있겠지만 다른 일정을 무시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잠시 머뭇거리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간단한 쇼핑을 마치고 태정낭만당을 떠났다. 이틀 전 얘기를 나눴던 카페점원에게 한국 가기전에 다시 놀러 오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결국 지키지 못한셈.



발 디딜 틈도 없던 태정낭만당


안녕하세요 감사해요 잘있어요 다시 만나요



 태정낭만당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시간은 흘러 어느새 12시가 넘어있었다. 선샤인 시티에서 점심을 때우고 이케부쿠로를 떠나 우리는 마루노우치(丸の內)로 향했다. 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마루노우치는 각종 관공서들이 모여있는 일본의 행정중심지라 할수 있는 곳이다.

 JR 유라쿠쵸(有樂町) 역에 내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제국극장(帝國劇場)이었다. 이름부터가 대제국극장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굵직굵직한 오페라 등의 대형 공연이 열리는 듯 했다. 가요쇼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면 꿈만 같을텐데.



마루노우치에서


제국극장의 모습. 이게 정말 미카사로 변신하는 건가?



 극장을 지나 도착한 곳은 히비야(日比谷)공원이었는데, 이렇다 할 볼거리는 없었지만 조용하고 깨끗하게 조성된 공원의 분위기는 휴식처로서는 적격인 듯 했다.



단정한 잔디밭 등이 인상적이었던 히비야 공원



 히비야 공원에서 잠시 쉰 우리는 일본 천황이 살고 있다는 고쿄(皇居)로 향했다. 장소가 장소인만큼 고쿄 내부는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곳이라(사전에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외곽의 산책로인 고쿄가이엔(外苑) 쪽을 둘러보는게 전부이긴 했지만.. 고쿄와 외부를 연결하는 메가네바시(めがね橋)까지 올라가자 굳은 표정으로 정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위압감보다는 '날도 더운데 고생이군..'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고쿄의 상징 메가네바시



 고쿄에서 사쿠라다몬(櫻田門)쪽으로 나오자 행정기관들이 늘어서 있는 관청가가 나왔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저 너머에서 보이는 도쿄 타워였다. 멀리서도 보였기 때문에 조금만 가면 도착할 것이라 생각한 우리는 또 열심히 걸어갔다.


 약 4Km를.....



구름이 멋졌던 하늘


일본 법무성 구본관. 사진을 찍었다가 잡히는 거 아닌가 해서 나무 뒤에 숨어서 찍었다-_-


현상수배 포스터. 앗 비슷하다!


지나가던 길에 본 일본 무기점(?).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이쇼지(青松寺)라는 절에서.


문앞에서 겁주고 있던 사천왕


절 안에 세워져 있던 불상.


도쿄타워 드디어 도착!



 멀리서도 눈에 들어올 만큼 바로 아래서 올려다 본 도쿄 타워의 모습은 꽤나 웅장한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계획은 도쿄 타워를 '구경만' 하는 것이었기에 막상 도착하고나니 사진이나 찍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었다. 한시간도 넘게 걸어온 도쿄 타워였건만 우리는 약 5분 정도 멍하니 서 있다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도쿄 타워의 이모저모



 이후의 일정은 오다이바(お台場)였다. 우리는 도쿄 타워를 등지고 있던 조죠지(增上寺)에 들렀다가, JR 하마마츠쵸(濱松町)에서 심바시(新橋)로 향했다. 해가 슬슬 저물어 가고 있었다.



조죠지에서. 저 가운데 있는 이상한 생물체는 못본척 해주세요-_-



 사실 오다이바를 일정에 넣은 것은 이번에는 제대로 즐겨보고자 한 것이었는데, 정작 이 때가 되자 둘다 주머니 상태가 넉넉하지 않아 서로 돈쓰기를 꺼려하고 있었다.-_-

 더군다나 오다이바 해변공원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오후 6시가 넘어 어두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여유있게 돌아보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레인보우 브릿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유리카모메 심바시역


플랫폼에서 모노레일을 기다리며


세가 조이폴리스, 다이바 소홍콩등이 자리잡고 있는 도쿄 덱스비치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변함없는 레인보우 브릿지



 우리는 일단 끼니부터 때우기로 하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들고 해변으로 나왔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커플들의 애정행각을 뒤로 한채 어두컴컴한 바위틈에서 도시락을 까먹는 우리의 모습은 꽤나 처량해 보였을 것 같다.

 도시락을 먹은 뒤, 한참동안 야경을 바라보다 아쉬운 대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일단 이곳에 온 만큼, 아무것도 안하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이상 건질 게 없다 싶은 마음이 들때까지 돌아다니다 내일이 귀국이니 준비나 해둘까 해서 돌아가기로 했다.



고잉메리호는 언제나 대성황


남는 건 사진 뿐이다


오다이바를 배회하던 중



 오다이바 해변공원역으로 향하다 메가웹으로 방향을 바꿨다. 최후의 최후까지 볼수 있는 건 다 보고 갈 생각이었다. 오다이바 해변공원역과는 꽤 떨어져 있는 곳이었지만, 필사적(?)으로 걸어간 끝에 폐관 몇분을 남기고 메가웹에 뛰어든 우리는 간신히 사진 몇장을 건질수 있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나



 이걸로 오다이바 해변공원역으로 돌아올 기력을 전부 소진한 우리는 아오미(海) 역에서 유리카모메를 타고(오다이바 해변공원에서 타는 것보다 비쌈) 심바시로 향했다.

 스가모 민박에 돌아와서는 여행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맥주나 한잔 할까 해서 동네 자판기를 다 뒤지고 다녔지만, 이 동네 사람들은 술을 안마시는지 맥주 자판기는 한개도 발견하지 못하고, 결국 역 근처의 24시간 마트까지 가서야 사올 수 있었다. 맥주를 사들고 돌아오자 스미레형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5분만 늦게 왔어도 민박 주인에게 연락할 참이었다고 한다. 하긴 맥주사러 나간 사람이 30분이 넘도록 안들어왔으니..-_-

 평소에 술이 약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는데 이날은 어지간히 피곤했던지 캔맥주에 곤드레가 된 나는 그대로 뻗고 말았다.

 이 맨땅에 헤딩하는 우리의 여행도 내일이면 끝이다.



더 바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