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3~2005

2005 도쿄 여행기 Day4 -아사쿠사, 우에노- (8/18/2005)

GONZALEZ 2005. 9. 25. 08:24

 우리의 막무가내 여행도 드디어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제 곯아떨어진 탓에 숙면을 취한 우리는 곧 준비를 마치고 짐을 챙겨 민박을 나왔다. 양손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무거울대로 무거워진 여행가방을 끌고 가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비행기 출발 시간이 오후 5시라 약간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아사쿠사(淺草)와 우에노(上野)를 들렀다 가는 것이 우리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우에노 역에서 내려 코인라커에 짐을 박아넣고 한숨 돌린 우리는 긴자(銀座)선을 타고 아사쿠사로 갔다. 아사쿠사와 우에노는 지하철로 세정거장 거리이기 때문에 함께 묶어서 돌아보기에도 알맞은 곳이다. 더욱이 나리타로 가려면 우에노(혹은 닛포리)에서 리미티드 익스프레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시간상으로도 이득인 것이다.

 첫날 메이지진구에서의 '새치기 사건(?)' 이 못내 아쉬웠던 우리는 아사쿠사에서는 반드시 유카타를 입은 여인들과 사진을 찍고 말겠다! 라는 각오였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그런 여인들을 한명도 발견할 수 없었다.(거의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아예 한명도 없었다) 유카타를 입는 날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닐진대 지금 생각해도 알수 없는 노릇이다.

 카미나리몬(雷門)-나카미세도리(仲見世通り)-센소지(淺草寺)를 차례로 거치며 아사쿠사를 돌아보았다. 12시에는 우에노로 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보려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우리는 하나야시키(花やしき)에 도달했다. 이곳에서는 2년전의 아픈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기 때문에 그냥 입구만 바라보았다. 가끔씩 안으로 들어가는 관광객들에게 '당신들은 속고 있어..' 라는 쓴웃음을 날리며..-_- 



제대로 찾아오면 보통 이 카미나리몬부터 보게 된다.


나카미세도리에서.


코부레마치(小丹町). 나카미세도리를 거쳐 이곳을 지나면 센소지가 나온다.


오중탑(五重塔)


메구미 지장존당(めぐみ 地蔵尊堂) 이라는 곳인데 고양이 한마리가 힘없이 앉아있었다


며칠 굶었는지 배가 홀쭉 들어간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하나야시키 가는 길에


두번은 당하지 않는다! 하나야시키!!


'내돈 내놔~' 라는 비명이 들린다..


하나야시키도리




 하나야시키를 뒤로 하고 6구 브로드웨이(六區ブロ-ドウェイ)를 지나 히사고도리(ひさご通り)등의 거리를 둘러보니 어느덧 12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아사쿠사역으로 돌아와 우에노로 향했다.



차 밑에서 자고 있던 고양이. 내심 걱정되었는데 시동이 걸리자 바로 자리를 떴다.


배고픈 고양이는 센소지로 돌아왔을때도 그자리에 있었다.


6구 브로드웨이에서. 마치 활동사진을 상영할 것만 같은 극장등의 건물이 모여있다. 참고로 아래 사진의 극장에서는 성인영화를 상영중이었습니다.-_-


음, 저 '한강' 은?


왠지 한산해 보이는 분위기



 우에노에 도착한 우리는 일단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사실 아사쿠사에 가자마자 아침 겸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서 12시까지 굶고 있었던 것이다.

 우에노 역에서 조금 걸어가니 아메야요코쵸(アメヤ橫丁)라는 시장이 나왔다. 생필품이나 과일, 생선가게 등이 늘어서있고, 수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이곳에서의 기분은 지금껏 세련된 도심에서만 돌아다닐때와의 기분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들고 간 여행책자에서의 추천 음식점은 죄다 비싼 것 뿐인데다, 조금 싸다 싶은 것들은 결코 끼니를 때울수는 없어 보이는 것들밖에 없었기 때문에(기본 가격이 2000엔에 가까운 곳 아니면 센베나 아이스크림 가게만 나와 있다. 그런 주제에 '우에노에서 식당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다' 라고 써놨다. 장난하냐? 장난해?) 한참을 돌아다니다 クラウンエ-ス라는 카레점을 발견, 그곳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400엔이 안되는 돈으로도 포식할 수 있었다.



남대문 시장 같은 분위기의 아메야요코쵸


만만한게 카레다. 사진은 스미레형이 먹었던 새우(?) 카레



 식사를 마친 우리는 마지막 여행지가 될 우에노 공원으로 향했다. 바로 사이고 타카모리 동상을 찾으려 했으나 좀처럼 보이질 않아 애를 먹었다.

 여기저기 헤메다가 간신히 찾은 동상은 의외로 눈에 안 띄는 곳에 있어서 사쿠라와 오오가미는 왜 이런 곳에서 만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에노 공원 입구


아사쿠사에서는 혼잡한 탓에 먹지 못했던 빙수를 여기서 먹었다.


코마츠노미야(小松宮) 동상. 일본의 황족인듯. 여기서 오른쪽 계단을 잘 보면


고양이는 이사람이 누구든 상관없다는것 같다.


어렵사리 발견한 사이고 타카모리 동상. 생각보다 멋이 없어서 약간은 실망.


동상 주위에서 바라본 우에노의 모습



 이제 공항으로 갈까 하다가 아직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시노바즈(不忍) 연못 쪽으로 가 보았다. 연못 위에는 보트와 오리들이 유유자적 거닐고 있다. 그 광경을 바라보다 이윽고 시간이 되어서 우리는 우에노 역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에서는 유독 고양이를 많이 보았다.


시노바즈 연못에서


새들을 바라보며




 코인라커의 짐들을 꺼내 리미티드 익스프레스를 타기 위해 케이세이 우에노 역으로 갔다. 우에노에서는 한시간이 넘는 거리지만, 꾸벅꾸벅 조는 동안 어느새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녹초가 된 Holy




 비행기 자리는 꽉 차있었고, 우리에게는 정가운데라는 최악의 좌석이 주어졌다. 여행중에는 한번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나의 미숙한 가이드(?) 때문에 내내 고생한 스미레형에게는 미안한 마음 뿐이다.

 날씨가 안 좋은지 시종 덜컹거렸던 2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인천에 도착해 공항을 나서니,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일본 땅을 밟고 있었던 시간들이 마치 오래 전의 추억이 되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빗줄기가 '이제 그만 현실로 돌아와' 라는 듯이 나를 맞이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