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65

2007 도쿄 여행기 Day5 -이케부쿠로, 귀국 & Epilogue- (7/17/2007)

새벽녘에 살짝 잠이 깨었는데, 빗방울이 지붕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 시작인가.. 하고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는데 다행히 얼마 안가 빗소리는 멎었다. 그 뒤 다시 잠들었다가 아침이 되어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정리를 마친 뒤 나 역시 김군처럼 쪽지 한장을 남겨둔 뒤 짐을 들고 원룸을 나왔다. 신오쿠보를 떠난 나는 다시 한번 이케부쿠로로 향했다. 공항 갈 때까지 시간도 애매하고 아침에 갈데도 없어서 마지막으로 태정낭만당에서 시간이나 때울 요령이었고, 정우형이 묵고 있는 호텔이 이케부쿠로에 있었기 때문에 어찌어찌하다보면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백만분의 일 정도의 기대도 있긴 있었다. 태정낭만당에 들어서니 뭐 거의 기대한대로(?) 정우형은 역시 없었다. 나는 그 와중에도 없는 돈을 털어..

2007 도쿄 여행기 Day4 -이케부쿠로, 아키하바라- (7/16/2007)

어젯밤 방에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고꾸라져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김군이 보였다. 영문을 묻는 나에게 밤 사이에 에노시마를 다녀왔다고 한다. 어디라고... 에노시마라면 내가 평소에 김군에게 여긴 꼭 한번 가봐야한다며 침이 마르도록 추천하던 곳이긴 했는데 한밤중에 거길 다녀왔다니. (나같으면 무서워서 못간다.) 김군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싶어서 더 묻지는 않고 11시 쯤 원룸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우왓... 거짓말같이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였다. 일본에 와서 처음 맞아보는 햇빛에 마치 매트릭스 세계에서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고마워요 네오. 이케부쿠로에 도착해서 세가 GIGO로 가니 11시 30분 정도였다. 정우형과는 1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도 한참 남았겠다, 먼저 태정낭만당으로 올라가 ..

2007 뉴욕 레뷰쇼 '노래하는♪ 대뉴욕♪ 2' 관람기 (2007.7.15)

간밤에 돈이 빈다며 영수증을 죄다 꺼내들고 일일히 맞춰보는 삽질을 하느라 잠을 설치긴 했지만(그냥 착각이었다-.-), 어떻게든 9시에 일어날 수 있었다. 오늘은 뉴욕레뷰쇼가 있는 날. 사쿠라대전 V에 크게 실망하고 엔딩을 보면서 오만 욕을 다 하던 내가 이 공연을 보러 오게 될 거라고는 그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테지만. 같이 공연을 볼 정우형(=귀축형)과는 10시 30분에 센다가야(千駄ヶ谷)역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일찍 원룸을 나왔다. 뭐 이때쯤 거의 체념한 상태이기도 했지만, 어제 밤새도록 퍼붓고도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흠뻑 젖었던 신발이 채 마르기도 전에 나는 다시 빗길을 걸어야 했다. 오쿠보(大久保)에서 츄오(中央)선을 타고 센다가야로 향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워서..

2007 도쿄 여행기 Day2 -신주쿠, 하라주쿠, 이케부쿠로- (7/14/2007)

내 여행의 실패사례라면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그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여행지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무작정 들이댔다가 아무것도 못건지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실패사례 1 ◎실패사례 2 ◎실패사례 3 ◎실패사례 4 작년에 요코하마(橫濱)를 또 갔던 것은 그런 과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고, 올해 역시 오다이바(お台場)를 계획에 넣으며 나의 삽질의 흔적을 또 하나 지우려 하고 있었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새벽에 곤드레가 되어 들어왔다 일어난 김군의 한마디에 계획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네~' 어제 뉴스에서도 계속 태풍 이야기만 나오고 있었기에 사실 별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지만 역시 현실이 되어 눈앞에 다가왔을 때의 그 허무함이란. 그러면서도 혹시나 조금..

2007 도쿄 여행기 Day1 -도쿄 돔- (7/13/2007)

2007년 7월 13일. 아침에 눈을 뜨니 9시였다. '뭐야 나 오늘 휴간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거지...' 하며 다시 자리에 눕는데 어딘가 자꾸 찜찜한 기분이 들었고 갑자기 뭔가 머리속을 퍽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난 이불을 걷어차며 외쳤다. '맞다!! 나 오늘 일본가지!!!!' AHHHHHH!!!! 정신없는 출발이었다. 사실, 레뷰쇼 기간 중에 휴가를 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4월에 다녀왔던 1박 3일 짜리 상품을 예약해 뒀었고 여행 계획도 그에 맞춰 짜고 있었는데 이게 왠걸, 무려 3일의 휴가를 얻게 된 것이다. 그냥 원래 계획대로 짧게 다녀오고 집에서 잠이나 잘까 아니면 무리를 해서라도 시간을 더 내볼까 고민하다 결국 예약을 취소하고 어렵사리 13~17일의 항공권을 구입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2007 사쿠라대전 부도칸 라이브 ~제도ㆍ파리ㆍ뉴욕~ 관람기 Day3 & Epilogue (2007.5.15)

귀국하는 날이다. 김군이 오늘은 어학원을 가기때문에 8시쯤 함께 원룸을 나섰다. 귀국편 비행기가 18시 10분에 있었기 때문에 오후 세시까지는 시간이 있었다. 어제 그냥 돌아왔던 태정낭만당에 다시 한번 다녀오는 것 말고는 딱히 계획이 없었는데, 개점은 12시 부터이기 때문에 아침에 시간 때울만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침에 마츠야에서 먹었던 비빔동. 첫날 김군에게 친구들한테 도쿄에서 잠깐 들렀다 올만한 곳 좀 물어봐 달라고 했더니 그 중 한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얘기하길래, 마침 내가 안 가본 곳이기도 해서 아침엔 그곳이나 갔다 올까 하고 신주쿠 산쵸메 역까지 일단 걸어가 보았다. (부도칸 근처에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질 않았다. 그동안의 전례를 돌이켜볼때 이거 왔다갔다 하다 괜히..

2007 사쿠라대전 부도칸 라이브 ~제도ㆍ파리ㆍ뉴욕~ 관람기 Day2 (2007.5.14)

내가 입국심사 때 그런 굴욕을 당하면서까지 2주만에 일본에 와야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사쿠라대전 부도칸 라이브! 제도, 파리, 뉴욕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인, 두번 다시 없을(지도 모르는) 초호화 캐스팅의 라이브 무대라니. 공연은 저녁에나 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는 많은 편이었지만, 아침에 바로 원룸을 나왔다. 아니 6시에 시작하는 공연에 2시부터 상품을 판매한다니.. 어정쩡하게 도착했다가는 아무것도 못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아예 일찌감치 부도칸 앞에서 죽치고 있기로 했다. 가는 길에 서점에서 책을 좀 골라달라는 김군의 말에 먼저 신주쿠의 대형서점 키노쿠니야(紀伊国屋)에 들러 수학책을 한 권 구입한 뒤, 다시 지난주 만화책을 샀었던 신주쿠 산쵸메(新宿三丁目) 역 근처의 북오프로 갔다. 뭘 사려고 했..

2007 사쿠라대전 부도칸 라이브 ~제도ㆍ파리ㆍ뉴욕~ 관람기 Day1 (2007.5.13)

팔자에도 없을거라 생각했던 2주만의 일본행.. 인천공항을 떠날 때만 해도 비가 내리고 있던 하늘은 나리타(成田)에 도착하자 맑게 개어있었다. 입국할 때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는데, 굳이 그때의 안좋았던 기억을 상기하고 싶진 않으므로 생략. 아무튼 입국하기도 전에 생각지도 못한 환영인사에 약 3초정도 애국자가 되보는 순간이었다. 덕분에 공항을 나와서도 영 기분이 별로였는데 뭔가 마가 끼었는지 계속해서 내 신경을 긁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케이세이선 특급을 타고 닛포리(日暮里) 까지 간 뒤 JR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려 정산기 앞에 줄을 섰는데, 별로 길지도 않은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뭔가 해서 앞을 내다봤더니 줄 맨 앞에 서있던 한 커플이 열차표 먼저 넣으라는 안내할아버지의 말에도 부득부득 돈부..

2007 곤잘레스 In Wonderland Day2 (4/29/2007)

같이 자고 있던 김군이 갑자기 내쪽으로 몸을 굴리는 바람에 한번 깨기는 했지만, 아침까지 죽은듯이 잠들어 있었다. 겨우겨우 이불을 치우고 일어나니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하고 온 듯한 기분이다. 시계를 보니 아침 9시 무렵. 좀 더 일찍 일어나려고 했었는데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다. 뭐 급할 건 없었기에 대강 준비를 마치고 김군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이틀짜리 올빼미 여행에 관광하러 온 건 아니니깐.. 오후 5시에 시작하는 앨리스 인 원더랜드의 천추락 공연을 보러가기 전, 오전 동안의 비는 시간에 아키하바라나 다녀 올 계획이었다. 김군도 아직 일본에 온 뒤 아키하바라에 가본 적이 없었다고 하기에 마침 잘 되었다 싶었다. 어제 비가 내려서 그런가 끝내주게 맑은 날씨였다. 신오쿠보 역 근처에서 요시노야와 쌍벽..

西原 久美子 2007.05.26

2007 곤잘레스 In Wonderland Day1 (4/28/2007)

1시가 다 되었다고는 하지만 두시간 가깝게 일본항공 J카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행사 직원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장소를 착각했나.. 피켓이라도 들고 있으면 쉽게 찾을텐데 어떻게 된거지 하는 마음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카운터 주위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 티케팅을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초조한 가운데 이미 1시 20분이 지나가고 있었고, 나는 안되겠다 싶어서 여행사 직원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컬러링이 흘러나오더니 내 바로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머쓱하게 미팅을 가진 뒤 항공권을 받아 출국수속을 마치고 게이트 앞에서 탑승을 기다렸다. 당초 탑승 시간은 3시 5분 부터였지만, 내부 점검을 한다며 5분, 10분 씩 늦춰진 뒤에야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西原 久美子 2007.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