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1~2015

2013 토쿄 여행기 Day 1 아키하바라~사쿠라대전 아트 페스티벌 2013~(2013.12.28)

GONZALEZ 2022. 4. 18. 00:29

원래 아침 일찍 출발할 생각은 아니었다. 처음 계획을 짤때는 연말에 사쿠라 이벤트도 없었고 그냥 휴가니까 막연히 가야지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마침 오후에 출발하는 아시아나의 특가 항공권이 있었기 때문에 그걸 구입을 해둔 상태였었다.

그런데 12월 다 되서 뜬금없이 아트 페스티벌 소식이 터졌고 마침 기간이 휴가하고 딱 맞기는 했지만 미리 짜둔 다른 일정을 생각해보면 아트페스에서 그리 오래 머물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도 출연진들의 토크쇼가 있었기 때문에 참가권을 받으려면 첫날 승부를 걸어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시아나를 취소하고 아침에 출발하는 일본항공 예약. 취소 수수료가 8만원이 깨지기는 했다만..

아무튼 출발일이 다가오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전날 업무를 마치고 안양으로 올라가야 했지만 사장이 회식을 하자고 하는 바람에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회식을 째고 일본을 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빠질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별수 없이 새벽에 출발하는 공항리무진을 예약하려고 하는데 이미 매진이었다.

어떡하지.. 작년처럼 사실을 말하고 회식에 불참한 뒤 안양으로 올라갈수도 있겠지만 자꾸 그랬다간 찍힐것 같아서 다른 교통편을 알아보자 밤 12시에 출발하는 센트럴시티행 우등버스가 있었다. 그것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회식을 마치고 집에 오니 8시 정도였는데 이제 세시간동안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가야 했다. 준비 자체가 힘든 건 아니었지만 여유가 너무 없었다. 대충 짐을 다 싼 뒤 일본가서 쓸 돼지코를 찾는데 왠걸 어디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지퍼백도 여행용 세면도구도 다 안양에 있었다. 일단 현지조달하기로 하고 11시 좀 넘어서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전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버스안에서는 머리가 망가진다며 고개를 푹 숙이고 불편한 자세로 있다가 스타일보다는 체력유지가 우선일 것 같아서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더니 바로 죽은듯이 잠들었다. 우등버스가 2시 반도 안되서 서울에 도착해 버리긴 했지만..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공항버스는 4시 좀 넘어서 있었으니 두시간 가깝게 기다려야 했다. 카페에 들어가 음료수 한잔 시켜놓고 휴대폰도 충전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실내인데도 너무 추웠다. 이날 서울의 날씨는 영하 10도였다-_-

억지로 시간을 죽인뒤 버스정류장으로 올라와 공항가는 리무진을 탔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5시였다. 지퍼백과 치약등을 구매하고 어쩌고 하다보니 시간은 금방가서 면세점에 들를 새도 없이 출발시간이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잠들었다가 나리타 도착. 나리타에 온게 몇년만이냐. 별일없이 입국심사를 통과하고 케이세이를 타고 후나바시까지 가서 다시 아키하바라로. 아키하바라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한 일은 마츠모토 키요시에 가서 감기약을 산거였다. 야스베에서 라면을 먹은뒤 감기약을 털어넣고 아트페스가 열리는 UDX로 갔다.


 

UDX 앞에서 한장. 아트페스는 4층.

 



올해는 쇼가 열리는 것도 아니고 단지 아트페스일 뿐인데 사람이 몇명이나 오겠나 했는데. 회장으로 들어가자 인파가 장난이 아니었다. 별볼일없는 굳즈만 잔뜩있던 지난 이벤트들과 달리 이번엔 창고 안의 재고를 싹쓸어왔는지 그동안 못봤던 태정낭만당 굳즈들도 볼수 있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줄서있는 사람들도 많아서 이번엔 이벤트에 떨어지는걸 각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줄 서있던 도중 캰비 씨(사쿠라 이타샤 차주)와 조우하여 짤막하게 인사를 나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만엔어치 정도를 구매해서 세번의 기회가 주어졌지만(3000엔 당 추첨 1회) 결과는 세번 다 꽝이었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하며 내 차례를 맞이했고 나 역시 만엔 조금 넘게 구입하며 주어진 기회는 세번. 그런데 의외로 한번에 뽑았다. 뭐야; 번호는 65번. 생각보다 훨씬 앞자리였다.

어쨌거나 첫날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코스터를 사서 받은 드링크권으로 음료수를 세개 시켜서 마셨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캰비 씨를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서로 얼굴은 알고있을 터지만 말을 안해본 사람들은 제법 있었다. 의외로 소사이 군이 안 보이긴했는데..

 

 

올해도 열릴거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3도시 화격단 멤버들의 등신대 판넬이 입장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먼저 제도.

 

 

이어서 파리.

 

 

뉴욕.

 

 

파리와 뉴욕 사이에 오오가미, 신지로 두 대장이.

 

 

드디어 입장.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줄이... 계산대 앞은 이미 장사진을 이루고 있어서 사진 찍을 여유도 없이 나도 이곳에 합류해야 했다-_-

 

 

무사히 토크 이벤트 참가권을 받아들고 회장 안을 슬쩍 돌아보았다. 폐점 때 뜯어내서 보관중이었던 태정낭만당 벽은 여전히 건재.

 

 

코부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회장 한켠의 사쿠라카페에서 한숨 돌리면서.. 3도시를 상징하는 오리지널 칵테일과 드링크를 판매중이었다. 당연히 전부 다 마심.

 

음료를 세개나 사서 그런가 제도와 파리 심볼로 포장이 된 초콜릿을 나눠주었다.

 

 

잠깐 쉬다가 다시 회장 안을 어슬렁거렸다.

 

 

회장을 둘러싼 벽에 각종 게임 타이틀이나 영상, 음반, 공연 등의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굉장히 귀중한 자료들인데 피곤하고 사진도 잘 안나오고 해서 대충 찍고 말았던 기억. 돌이켜 보면 참 아쉬운..

 

 

그나마 잘 나온 사진들을 몇장.. 전영회고록.

 

 

포켓사쿠라

 

 

가요쇼 해신별장(2001)

 

 

신편 팔견전(2002)

 

 

아까는 줄선다고 대충 쓸어담았던 굳즈들도 찬찬히 둘러보았다.

 

 

기존의 재고+과거 공연 상품들까지 엄청난 양의 굳즈를 판매 중이었다. 

 

 

6년동안 태정낭만당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나조차도 처음 보는 굳즈들도.

 

 

폐점이벤트 때 인형세트 짊어지고 집에 오던 기억이;;

 

 

브로마이드 재고는 처음 보는듯.

 

 

태정낭만당 폐점 이벤트 때 관계자분들의 싸인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도 추가된 싸인이 몇개 있었다. 먼저 코크리코 코자쿠라 에츠코 씨. '최고의 하루!!'

 

 

그리시느 시마즈 사에코 씨

 

 

'삼인랑이예요♥' 카스미 오카무라 아케미 씨, 츠바키 히카미 쿄코 씨, 유리 마스다 유키 씨

 

 

'너희들 모두 좋은 녀석들이구나' 로벨리아 이노우에 키쿠코 씨

 

 

사진도 다 찍고 더 할일이 없었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회장에서 와이파이가 되길래 일본에 거주하고 계신 리드 님과 라인을 주고받다가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하는 얘기가 나왔는데 시간이 좀 애매하기도 하고 얼굴 잠깐 보려고 여기까지 불러내는 것도 아니다 싶어서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사실 난 일본까지 온 과정이 과정이다 보니 체크인 시간인 네시만 되면 바로 호텔 가서 자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UDX를 나와 돼지코를 사서 호텔로 가려고 하는데 황당하게도 양판점 어느 곳에서도 내가 찾는 돼지코가 보이지 않았다.(반대로 된 타잎만 있었다) 요도바시와 소프맙 등에서 허탕을 친 뒤 마지막으로 돈키호테를 떠올리고 여기 없으면 없다라는 마음으로 돈키호테를 갔는데 여기도 없었다-_-

감기기운에다 잠도 못자고 너무 힘들어서 그냥 다음날 살까 했지만 명색이 전기상가인데 이곳에서 못 구하면 여행기간 동안 어디를 가도 못 살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힘을 짜내 아키하바라 역 앞 전기부품을 파는 조그만 가게에 가서 점원에게 물어보니 드디어 원하던 타입의 돼지코를 찾을 수 있었다. 한숨 돌린 뒤 히비야선을 타고 미나미센쥬로 이동.

호텔에 도착하자 로비에서 웬 우크라이나인들이 예약을 위해 직원과 옥신각신 하고 있어서 한참 뒤에야 체크인을 할수 있었다. 전에 묵었던 서양식룸이 침대가 너무 삐걱거려서 불편했던 기억에 타타미실을 예약했는데 벌렁 드러눕기엔 이쪽이 훨씬 나았다.

 

편의점에서 사온 라면과 도시락을 먹고 감기약을 먹은 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려는데 마지막 시련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전자기기들을 충전하러 아까 사온 돼지코를 꺼냈더니 이게 모양만 비슷하지 규격이 다른 것이었다...........................

 

돼지코를 찾으러 떠난 나의 모험이 전부 삽질이었다는 사실에 허무함이 몰려왔지만 이 밤중에 어찌할 방법도 없고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내일은 코미케라 일찍 일어나야 한다.

 

 

 

마무리가 이게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