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6~2010

2009 동일본 여행기 Day3 -요네자와- (11/6/2009)

GONZALEZ 2010. 12. 3. 20:14

이번 여행은 일정을 꽤 넉넉하게 잡아왔기 때문에 체력안배를 위해 하루는 건너 뛴 것이다.


..라는 말이 무색하게 마츠모토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그 다음날 다시 새벽같이 일어나 우에노로 가는 열차를 타러 가고 있었다. 귀국일이 8일인데다가, 7일은 다른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오늘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역시 무리한 일정 때문인가 살짝 늦잠을 자고 만 나는 허둥대며 집을 빠져나왔다. 평소엔 잘만 오던 우에노 방면 열차는 이날 따라 뜸을 들였고, 이러다 신칸센 놓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그럭저럭 늦지 않게 우에노에 도착해 요네자와 행 '츠바사'에 올라 탈 수 있었다. 한숨 돌린 나는 그대로 열차 안에서 잠을 청했다. 예전에 열차 안에서 잠을 잘수가 없어서 밤을 샜네 어쨌네 하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뭐 스물세살 때 이야기다.

 

이것이 젊음인가

 

요네자와는 지도상으로는 먼저 갔었던 센다이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시간은 조금 더 걸린 두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동일본 여행은 내가 집을 나온 사흘 동안 모두 날씨가 좋았다. 일본만 가면 여름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울에도 비가 쏟아지곤 했는데 시기를 잘 잡아서 그런가 좀 추운거 빼면 놀러다니기엔 최적의 조건이었다.




요네자와로 향하는 신칸센 '츠바사' 안에서. 은근히 사람이 많았다.



창밖의 풍경



어디서 연기가...

 



요네자와는 인구 8만의 작은 도시로서(내 고향 정읍보다 작다!) 실제로 지금까지 갔던 센다이나 마츠모토와는 달리 요네자와 역도 굉장히 작고 한적한 말그대로 시골역 분위기였다.

사실 가이드에도 실려있지 않은 이곳까지 굳이 찾아온 이유는 이곳이 영화 스윙걸즈의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난 이 영화의 엄청난 팬이라서 장면장면들을 거의 외우다시피 했었고, 뒤늦게 국내 개봉한 뒤에는 우에노 쥬리가 온다는 말에 무대인사까지 보러 갔었다.  

아무튼 처음 영화를 접했던 2005년 부터 로케지였던 요네자와를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거리도 그렇고 비용도 그렇고 일본을 그렇게 오가면서도 좀처럼 갈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 JR 동일본 패스 여행을 계획하면서 센다이와 함께 아무 고민도 없이 계획에 집어넣게 된 것이다.  

말은 이렇게 했는데 열차에서 내리자 역 안에는 스윙걸즈에 관련된 어떠한 안내물도 없었다. 오히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대하드라마 '천지인' 의 홍보만이 요란하게 역 이곳저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영화 하나 가지고 홍보하는 것도 1,2년이지 이미 5년이나 지난 마당에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거 하나 보고 온 나같은 입장에서는 조금 자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요네자와마저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왔기 때문이다.




내리자마자 천지인의 주인공 나오에 카네츠구 모형(?)이 보인다. 이 사람이 드라마에선 츠마부키 사토시였는데..



척 봐도 별거 없어 보이는 요네자와 관광지도.



시골 역이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 요네자와 역의 모습




실제 존재하는(or 했던) 로케지를 찾아가는 것이 목적이므로 적어도 사진 자료 정도는 챙겨가지고 왔어야 하는데 나는 무슨 배짱이었는지 정말 아무런 준비도 해오지 않았다. 출국 전에 일본웹에서 로케지 정보 사이트를 뒤적거려보긴 했지만..


내가 해온 거라곤 요네자와 행 하루를 앞둔 어제 마츠모토 여행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김군의 컴퓨터를 빌려 로케지 맵을 수첩에 베껴 그려온 것이 전부였다. 요네자와 역 안에는 위에서 말한 천지인 위주의 관광 코스가 몇군데인가 안내되어 있었지만 일단 내 목적은 한가지 뿐이었기 때문에 의지가 되지 않는 지도 하나만 믿고 역을 나섰다.



암담함 그 자체



..당연한 얘기지만 잘 될리가 없다.


오전 내내 지도에 의존하여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봤지만 전혀 소득이 없었다. 여기가 영화에 나온 곳은 맞는지는 커녕 내가 지금 어디 서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아무 의미도 없이 몇번 씩 육교를 건너고 굴다리를 통과하고 사람도 없는 길거리를 배회하면서 뭘 믿고 맨몸으로 여길 찾아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자 이건 누구 책임도 아닌 순전히 내 삽질이었기 때문에 괜히 신경질이 나기 시작했다.

이마트에서 산 싸구려 신발은 며칠이나 신었다고 발등이 찢어질 듯 아프다. 가방에서 포켓티슈를 꺼내 신발 속으로 쑤셔넣는 걸로 대충 응급조치를 마친 뒤 결국 나는 아무 것도 건진 것 없이 요네자와 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여기가 어딘지 좀 알려 줘..



난 여기가 영화속에서 스윙걸즈가 알바하던 그 마트인 줄 알았다.(※전혀 관계 없는 곳입니다)



애들 뺑뺑이 돌리던 데가 여기였나?(※전혀 관계 없는 곳입니다)



이걸 지도라고 그려가지고 왔다.



다시 쓸쓸히 요네자와 역으로..



난 전설 같은거 믿지 않아



차들만 가끔 지나다니고 사람이 없다

 



요네자와 역으로 돌아온 나는 지금 들고 있는 지도=낙서 하나 들고 스윙걸즈 로케지 탐방이라는 것은 1000% 무리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되도 않는 오기를 부리다간 오후에도 헛걸음만 하다 울면서 도쿄행 열차를 타게 될 것이다. 계획을 전면 수정하기로 한 나는 우리의 친구 관광안내소를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왔는데요, 이 동네 재밌는 데 좀 알려주세요'    

요네자와의 관광안내소 누나는 조금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이었는데, 이번에도 보다 자세하게 안내가 되어 있는 지도를 펼쳐들고 이렇게 말했다. '우에스기 신사라던가..' 그런데 이 누나, 우에스기 신사 한군데 찍어주고는 말이 없다. 설마 이 동네.. 안내소 직원조차도 추천할 만 한데가 여기 한 군데 밖에 없단 말인가!  

나: 저 혹시 다른데는요?
누나: 아, 우에스기가(家) 묘소 라던가..
나: ㅜㅜ    

여행 컨셉 바꾸는 것도 쉽지 않구나.. 이렇게 되자 더 손해볼 건 없겠다 싶어서 그냥 스윙걸즈 로케지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스윙걸즈가 완전히 잊혀지지는 않은 모양이라서, 몇군데 촬영장소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

무뚝뚝한 안내소 누나에게 지도를 받아들고 관광안내소를 나온 나는 남은 오후의 계획을 이렇게 짜기로 했다. '우에스기 신사 및 그 주변 관광지 구경 이후 누나가 알려준 스윙걸즈 로케지 방문' 어차피 날은 금방 저물고 오후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것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터이니 아쉬움은 좀 남아도 이 방법이 베스트 같았다. 마음을 새롭게 다지고 나는 다시 요네자와 역을 나섰다.  

우에스기 신사는 요네자와 역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걸음이 빠른 편인 나도 30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도중에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안내소 누나도 알려주지 않았고 나도 까맣게 잊고 있던 스윙걸즈 스팟을 신사 가는 길에 발견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토모코(우에노 쥬리) 일행이 재즈에 눈을 뜨게 되는, '고향의 하늘' 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던 그 교차점이었다. 생각도 못했던 횡재에 나는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춤을 추며 법석을 떨고 싶었으나 신호가 바뀌어도 신호등에서는 아무 멜로디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잘 모르겠으면 물어보자. 그러라고 있는 곳이니까.



이런게 필요했다고.



요네자와의 맛 ABC.



기합 넣고 다시 출발



찾았다!「이거 재즈?」의 교차점

 

세키구치가 길 건너다 말고 서 있었던 횡단보도



영화 속 장면

 



한적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던 요네자와의 동네 분위기와는 다르게 우에스기 신사는 어디서 왔는지 관광객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뭐 나야 신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어디 유명한덴가 보지~ 하면서 대충대충 보고 나오는데, 옆에 있던 건물에는 '천지인박(天地人博) 2009' 라는 이름으로 드라마의 전시회 같은 게 열리고 있었다. 아마 신사랑 세트로 해서 관광코스가 되는 모양인데 드라마 박람회 주제에 입장료가 무려 700엔이나 했다.    

본 적도 없는 드라마에 돈을 써야 될 이유도 없고 다른 동네 같았으면 그냥 무시하고 딴 데로 갔겠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박람회 티켓을 끊으러 가고 있었다.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었지만 내가 별 망설임도 없이 티켓을 구입한 걸 보면 이곳에서 최소한 뭐라도 기억에 남겨두고 가야겠다는 뭔가 절박함 같은 걸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박람회 안은 천지인의 드라마 및 관련 역사 자료가 모여 그럭저럭 모양새는 갖추고 있었다. 입구 및 몇군데를 제외하고는 사진도 못 찍게 했기 때문에 심심하게 박람회장을 한바퀴 돌고는 좀 쉬다 밖으로 나왔다. 별로 한 건 없는데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지나 시간은 세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점심을 안 먹었기 때문에 박람회장 옆의 식당에서 소바를 사먹고 나머지 스윙걸즈 로케지를 찾아가기로 했다. 나랑 같이 박람회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관광버스로 돌아가는데, 걸어서 신사를 나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안습..




우에스기 신사 옆에서 열리고 있던 천지인박. 카네땅이라고 나오에 카네츠구 캐릭터까지 만들었다.



신사 가는 길



우에스기 요잔의 동상. 이거 말고 하나 더 있다.



여기도 저기도 천지인..



가을이구나~



이사람이 소문의 우에스기 켄신. 드라마에서는 아베 히로시가..



고요하던 요네자와 안에서도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여기저기 토리이..



끝까지 들어가보면



이런 건 어느 신사나 똑같은 듯



모처럼이니 난 이 빨간 토리이를 고르겠어



경내의 박물관 같은 곳인데, 들어가보진 않았다.



앗 저분들은? 따라가 봤더니..



텟포 사격 시범을 볼 수 있었다.

 

쏴라~



신사를 나온 사람들의 다음 코스는..



단풍은 참 예뻤다.



박람회가 열리고 있던 건물. 이렇게 보니 되게 썰렁하네.



사실 내가 여기까지 가야될 이유는 별로 없었지만



나오에 카네츠구와 우에스기 카게카츠



으아.. 진짜로 사버렸다..



버쳐 텟포.. 같은 건 아니고 스크린 표적을 향해 텟포를 쏴 볼 수 있다.



조준을 어떻게 하는건지 쏘는 것마다 죄다 이상한데 가서 박혔다.



무료였지만 아무도 안하던 천지인 퀴즈



별로 갖고 싶지 않은 카네땅 캐릭터 상품



홍보효과가 얼마나 있었을지는.



다들 돌아가는군



나가기 전에 사먹었던 텐푸라 소바

 



이제 본격(?) 스윙걸즈 로케지를 탐방할 시간.


앞서도 적었지만 내가 가져온 맵은 전혀 쓸모가 없었기 때문에 관광안내소 누나가 찍어준 장소만을 들르기로 했다. 누나가 찍어준 곳은 요네자와 SATY, 에비스야, 우에스기 스타디움 이렇게 세 군데였다. 우에스기 신사 가는 길에 운좋게 발견했던 교차점까지 포함해서 네 군데면 준비 하나도 안해온 것 치고는 선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찾아간 곳은 에비스야 였다. 이곳은 고가의 색소폰 가격에(35만엔) 경악하며 중고를 찾던 토모코에게 악기샾 주인이 추천(?) 해준 잡화점. 지금도 실제로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고, 홈페이지도 존재한다. --->http://ebisuya.kir.jp/

온라인으로는 지포 라이터나 마작패 등을 주로 취급하는 모양인데.. 사실 밖에서 사진만 찍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 살 것도 없는데 그 후에 펼쳐질 무한한 뻘쭘함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에비스야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자(지도가 이상해서 좀 헤멨다) 토모코 일행이 단체로 알바를 했던 대형마트 '요네자와 SATY' 를 찾을 수 있었다. 오전에 들렀던 마트는 '야마자와' 라는 야마가타 현의 체인마트로서 스윙걸즈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곳이었다. 헤메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는데 안내소 누나한테 SATY의 위치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아 여긴가 보다 좋아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이곳에 영화 팬들을 위한 방명록도 있었다고 하는데 역시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내가 왔을 때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왕 기념이니 과자나 한봉지 사갈까 하다가 왠지 바보같아서 그냥 관두고 마트를 나왔다.




에비스야



영화 속 장면



이곳도 교차점처럼 홍보용 입간판이 놓여 있었다.



여전히 악기도 파는 것 같았음



가는 도중에 그려져 있던 지도. 이거 보고 따라갔더니 막힌 길이 나왔다...



요네자와 SATY



영화속 장면



입구에서



영화속 장면 2



흔히 볼 수 있는 마트



영화속 장면 3

 



SATY까지 방문을 마친 나는 요네자와의 마지막 목적지가 될 우에스기 스타디움을 찾아갔다. 영화 초반부에 취주악부 멤버들이 단체 식중독을 일으키고, 도중에 요시에(칸지야 시호리)가 파울볼에 맞아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던 그 야구장이다. 이곳은 앞서 찾아갔던 두 곳보다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라서 꽤 걸어야 했다. 이제 세시 좀 넘었건만 이곳만 들르면 더 갈 데가 없다는게 슬프다.

한시간 좀 안되서 눈 앞에 운동장으로 보이는 조명탑이 보이기 시작했고, 조금 더 걸어가자 드디어 야구장이 나타났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영화 속의 우에스기 스타디움은 제법 규모가 있고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모습이었는데, 눈 앞에 있는 야구장은 관중석은 커녕 그라운드만 덩그러니 놓여있어 황량하기까지 했다. 정말로 이런데서 촬영을 했단 말인가? 경기 할 일이 별로 없어서 규모를 줄였나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철거를 하면 했지 돈들여서 경기장 일부만 뜯어낼리도 없고. 일단 야구장은 맞으니 잘못 찾아왔을 리는 없을텐데..    

약간 의문이 남았지만 영화 찍느라 시설이 좀 달랐나보지 하면서 그냥 납득하기로 했다. 자물쇠가 걸려있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고, 밖에서 사진 몇장을 찍고 요네자와 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행히 야구장 근처에 니시요네자와 역이라는 간이역이 있어서 그 먼거리를 다시 걸어갈 필요는 없었다.  




뭔가 간지나는 느낌의 DVD샾.. 인데 망했는지 아무것도 없었다.



우에스기 스타디움?



영화 속 장면



뭐 그런가보지..



 니시요네자와 역



역 안은 이게 전부



나 말고 두어명 정도가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겨운 느낌의 표지판



한시간에 한번 오는 열차.. 바로 전날 하루에 두번 오는 버스를 타서 그런가 별 감흥이 없었다.



요네자와행 4시 43분 열차



열차 안에는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요네자와 역으로 돌아온 시간은 다섯시가 조금 안되서였는데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더 갈데도 없었다. 도쿄로 돌아가는 열차는 8시 12분이었으니 아직 세시간 넘게 남아있다. 이전 두 도시에서의 경험으로 혹시나 하고 역 밖으로 나가봤지만 길거리 공연은 커녕 지나다니는 사람 한명 보이지 않았다. 별수 없이 대합실에 틀어박혀 DS나 하면서 시간을 때워야 했다.

대합실에 앉아 오늘 하루를 돌이켜보았다.

뭐 돌이켜 볼 것도 없이 그냥 망한 하루였다. 센다이와 마츠모토에서는 어떻게든 임기응변을 발휘해 그럭저럭 놀다 왔었지만 이번엔 그렇게 운이 따라주질 않았고, 나는 준비 안해온 댓가를 치뤄야 했다.

그러면서도 삽질했던 오전과 달리 오후에는 나름 만회했으니 좋은게 좋은거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서 8시가 되었고 나는 우에노 행 츠바사에 올라탔다. 자리에 앉아 살짝 눈을 감았는데.. 다시 눈을 떠보니 한시간이 흘러있고 입에서는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관광을 하러가서 관광을 당하고 온다는 건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아쉬움 반 추억 반의 3일을 보내면서 JR동일본 패스 투어도 이렇게 막을 내리고.. 


 

아무도 없는 요네자와 역 앞에서










...라고 나는 기분좋게 마무리 짓고 싶었는데.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라는 것을 나는 도쿄로 돌아 와서 알게 되었다.


눈 앞에 두고도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내가 갔던 야구장은 우에스기 스타디움이 아니었다. 그 썰렁했던 야구장은 '요네자와 시영 세이부 야구장(米沢市営西部野球場)' 이라는 곳으로서, 우에스기 스타디움과는 3만 광년 쯤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약 3km 거리) 어쩐지 좀 멀다 했는데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이런 건 기억도 안난다........... 아니 어떻게 이런 시골에 야구장이 두개 씩이나 있을 수가 있냐-_-

 

 


작게나마 남아있던 성취감은 사라지고 마음 속에는 허무함 만이 남았다. 엄한데로 한시간 씩 걸어가서 난 뭘하고 온 건지..

'망한 하루' 라는 표현을 했었는데 그 정도 표현으론 부족한 것 같다.


오늘은 캐망한 하루였다.


 

머나먼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