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6~2010

2009 도쿄 여행기 Day2 -오다이바- (7/19/2009)

GONZALEZ 2010. 5. 10. 20:12

 몇번 중간에 깨긴 했는데 최종적으로 눈을 뜬 시간은 11시가 넘어서였다. 나갈 준비를 마친 뒤 여전히 자고 있는 김군을 남겨두고 집을 빠져나왔다.

 오쿠보 역에서 츄오선을 타고 12시 15분 쯤 아키하바라 도착. 이날은 이상한 쪽으로 필링을 받아서 쓸데없는 데 돈을 좀 쓰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아키하바라에 볼게 있었던 건 아니다.

 대충 이곳에서 할 일을 정리한 뒤 나는 건담을 보러 오다이바로 향했다.



안녕 잘있어.




 오다이바로 갈 때는 항상 신바시에서 유리카모메를 타곤 했었는데, 오늘은 조금 루트가 달랐다. 오오이마치 역에서 린카이선을 타고 도쿄 텔레포트 역으로 가기로 한 것.

 도쿄 텔레포트 역은 춤추는 대수사선에서 아오시마가 매일 출퇴근 하던 바로 그 곳이었다. 6년 전에 오다이바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린카이선을 탈까 유리카모메를 탈까 고민끝에 그냥 유리카모메를 타고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이 기회에 그때 고르지 못했던 린카이선을 타보기로 했다. 아키하바라에서 산 쓸데없는 것들을 오오이마치 역의 코인로커에 집어넣은 뒤 린카이선으로 갈아타러 갔다.

 도쿄 텔레포트 역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리자 역 이곳저곳에 건담 관련 홍보물이 붙어 있었다. 역시 나처럼 건담 보러 온 듯한 사람들 속에 섞여 지상으로 올라가자 날씨는 바람이 불고 구름이 잔뜩 껴 있었다. 설마 비는 안오겠지..

 사실 건담이 있는 시오카제 공원과 가장 가까운 역은 유리카모메 다이바 역이었지만 나는 아무튼 도쿄 텔레포트 역에서 한번 내려보고 싶었고, 무엇보다 돈이 아까웠기 때문에 건담을 찾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건담 크기가 크기인 만큼 오다이바 어디에서나 보일 줄 알았는데 어디다 꽁꽁 숨겨놓았는지 여기서는 보이지도 않았다.



열쇠가 아니라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독특한 형식의 코인로커


도쿄 텔레포트 역


지나가는 길에 본 후지테레비


여기로 가면 건담을 볼 수 있는 듯


선박 과학관..




 여기로 가면 건담이 있다는 안내판을 따라 선박 과학관을 지나 시오카제 공원에 도착하자 드디어 말로만 듣던 실물 스케일의 건담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예전에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을 봤을때는 머리가 좀 커보여서 실망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막상 직접 보니 그런 위화감은 느낄 수 없었다.

 행사장 안에는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여기저기서 '어디야? 나 지금 건담의 정면에 있어!' 라는 만화에서나 들을 법한 대화가 오고가고 있었다. 혼자 온 나는 그런 감상을 나눌 여유도 없이 삼각대를 꺼내들고 건담을 빙빙 돌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건담은 가만히 서있는 것만이 아니라, 일정 간격으로 눈과 팔 부분의 라이트를 점멸시키거나, 목을 빙빙 돌리고 백팩에서 연기를 뿜었다. 시연(?)이 끝나면 사람들의 박수-_- 한쪽에는 건담을 만져볼 수 있는 대열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어차피 만져봐야 발 부분 뿐이고 실제 건다리움 합금도 아니기 때문에 별 의미없다는 생각에 줄을 서지 않았다.



시오카제 공원 도착.


날씨는 구름이 숨막히게 끼어서 답답..


찾았다! 살짝 모습을 드러낸 건담


슈퍼로봇대전하다보면 18m가 작아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렇다.


눈이 번쩍


정면 풀샷


헤드는 좌우로 살짝 움직이고 턱을 들기도 한다.


진과 데님의 심정이 이해가는 순간.


콕핏


바다를 등지고 선 건담.


양손


음....


무릎


즈고크 코스프레


사진찍느라 정신없는 사람들. 카메라를 들이대도 눈치도 못채던..


발. 세세한 부위의 데칼(?)까지 신경썼다.


뒷모습


실제로 연기는 아니고 가습기처럼 물가루를 뿜는다.


다리에서도


측면


다리를 만져보려고 줄 서있는 사람들


EFSF


수증기를 뿜고 난 뒤 보디가 젖어있다.


따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도 마련되어 있었다.


왠지 지구정복하러 온 외계인의 로봇 같은 분위기


눈을 흉흉하게 빛내고 있어서 그런가..


이제야 좀 착한놈 같아 보이네.


날아라 건담~


기념사진


속였구나 샤아!


저녁에 다시 와야지




 사진을 찍을 만큼 찍은 뒤, 날이 저물면 다시 돌아오기로 하고 아쿠아 시티 근방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와 오다이바 해변공원으로 향했다. 잔뜩 흐렸던 하늘은 해가 기울면서 저녁노을이 낀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살짝 내렸던 비로 하늘에는 무지개까지 걸려 있었다. 태어나서 무지개를 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멋진 광경이었다.

 다시 시오카제 공원으로 돌아오자 날이 어두워지면서 사람들은 더 늘어나 있었다. 늘어난 인파로 인해 사진 찍는게 쉽지 않았는데, 너무 뒤쪽으로 밀려나 있던 탓에 나의 9천원짜리 삼각대로는 다리를 끝까지 늘려도 건담을 프레임에 담을 수가 없었다. 나는 되든 안되든 다시 낮처럼 사람이 적은 쪽을 찾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점차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전시 종료 시간인 8시가 되자 건담은 마지막으로 목을 빙빙 돌리고는 모든 라이트가 꺼졌다. 불꺼진 어둠 속의 건담 사진과 주변 풍경을 몇장 더 찍고 나도 도쿄 텔레포트 역으로 돌아왔다. 전철역은 생각보다 귀가 인파가 몰리지는 않았다. 하긴 다들 모노레일 타러 갔겠지..



저녁놀 낀 하늘


레인보우 브리지도 서서히..


붉게 물들어 간다.


무지개.. 그것도 쌍무지개다.


오버더레인보우선샤인~


불타는 하늘


날씨와 맞물려 시오카제 공원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


여기가 오다이바야 사이드 7이야?


플래시는 여기저기서 터지고.


내 삼각대로는 여기까지가 한계


낮에 볼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


정면에서 벗어나면 그나마 공간이 생겼다.


다시 후방으로..


프라모델 같다.


한바퀴 돌아서


어둠 속의 건담


읔 심령사진..

 

그날 찍었던 영상. 원래 가동 마치고 사람들이 박수치는 장면까지 찍으려고 했는데 메모리가 부족했음;



 오오이마치에서 짐을 찾아 신오쿠보로 돌아오자 하루종일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탈진 직전이었다. 수분이란 수분은 다 빠져나가서 몸이 흐물흐물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에어콘을 틀어놓고 쉬다가 어느정도 정신줄이 돌아온 뒤 땀에 쩔어버린 옷을 대충 말리고 짐을 싸서 집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10시 좀 넘어서 신오쿠보를 출발해 하마마츠쵸의 텅텅 빈 모노레일을 타고 공항으로. 비행기가 출발할 무렵에는 이미 해가 높게 솟아올라 있었다.

 숨가빴던 1박 3일간의 주말도 이렇게 순식간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