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6~2010

2009 동일본 여행기 Day2 -마츠모토- (11/5/2009)

GONZALEZ 2010. 11. 27. 03:35

JJR동일본 패스로 떠나는 여행 이틀째..

센다이에 다녀온 게 11월 3일이었는데 어떻게 11월 5일이 이틀째가 될 수 있냐? 라고 의문을 갖는 분들이 계실까봐 짤막하게 설명하자면.. 내가 구입한 JR 동일본 패스 3일권은 그 3일을 연속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사용 기한 동안 자신이 원하는 날짜 3일을 패스 개시할 때 지정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일정을 꽤 넉넉하게 잡아왔기 때문에 체력안배를 위해 하루는 건너 뛴 것이다.

센다이 때와 마찬가지로 출발은 우에노였지만, 이번에는 야마비코가 아니라 나가노 행 신칸센인 '아사마' 를 탔다. 마츠모토까지는 신칸센이 가지 않기 때문에 종점인 나가노에서 내려 특급열차 '시나노' 로 갈아타야 했는데 그 시간이 매우 촉박해서 도중에 화장실이라도 갔다가는 열차 놓치기에 딱 좋을 것 같았다.(아사마 8시 4분 나가노 도착, 시나노로 갈아타 8시 11분 출발)

나가노를 출발한 열차는 9시 2분에 마츠모토에 도착했다.    

이틀 전에 갔던 센다이와 비교할 순 없었지만, 마츠모토도 나름 나가노현 제 2의 도시이기 때문에 역 규모가 작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단 역 밖으로 나서자 의외로 거리는 소박하고 조용한 모습이었다.

여전히 아무 준비도 해오지 않았는데, 혹시 여기도 루프르 버스 같은 것이 있나 해서 역 앞의 버스 정류장을 기웃거려보았지만 왠 봉고차만한 버스에 할아버지 할머니들 몇분이 타고 있는 거 말고는 보이지 않았기에 바로 마츠모토 성으로 향하기로 했다.



신칸센 아사마 앞에서



오늘 쓸 열차표는 이렇게 세 장.



오늘도 날씨가 좋다..



마츠모토 도착



마츠모토 역의 모습




 사실 마츠모토에 뭐가 유명한지는 잘 모른다. 마츠모토 성이라던가 이런건 그저 가이드에서만 봤을 뿐이고, 역사상으로 어떤 의의가 있는지 이런건 전혀 모른다. 이번 여행의 두번째 방문지를 마츠모토로 잡은 것도 별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JR동일본 패스가 3일권이니 어디든 세 군데를 가야하는데 두 곳은 금방 정했지만(센다이, 요네자와) 마지막 하나를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일본 전국에 내가 못 가본 곳은 많기 때문에 아무데나 적당한 곳을 고르면 되지 않겠나 싶었지만 지역을 동북부로 한정하자 의외로 눈에 띄는 곳이 없었다. 처음 염두해 둔 곳은 아키타와 아오모리였는데, 두군데 다 도쿄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는 너무 멀었다.(신칸센으로 대략 4시간..)

가이드를 다시 살펴보고.. 웹에서 여행기를 찾아보고.. 많은 고민 끝에 마츠모토가 가장 적합해보인다는 판단을 내렸고 세곳의 행선지가 모두 정해졌다. 내 여행이란게 늘 이런 식이다.  

마츠모토 성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가깝지는 않았지만 못걸어갈 정도로 먼 것 또한 아니었다. 어딘가에서 들은 얘기로는 역에서 자전거를 빌려준다는데 아직 어디어디 갈지도 다 못 정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그러는 것도 좀 그렇고.. 무엇보다 걸어가면서 보는 풍경들도 다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20여 분 쯤 걸어가자 마츠모토 성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츠모토 역 중심가. 오른쪽에 마츠모토 성이 보인다.



한적한 거리.



감기약을 먹기 위해 야키소바 빵을 샀다.



천지인과도 관계가 있는 도시인가? 다른 홍보 포스터들과 같이 붙어있었다.



웬 두꺼비 무사가..



마츠모토 성 입구



멋지다..

 



  마츠모토 성은 예전에는 후카시(深志)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전국시대 에이쇼(永正) 원년인 1504년에 마츠모토다이라의(지금의 마츠모토, 시오지리 주변) 시나노 후츄에 자리 잡고 있던 시나노 국의 오가사와라 가문이 하야시 성을 세우고, 그 지성(支城)의 하나로서 후카시 성을 축성한 것이 시작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후에 카이 국의 타케다 가문의 침공을 받아 오가사와라 가문은 몰락하고, 타케다 가문은 하야시 성을 파괴한 뒤 후카시 성을 거점으로 하여 마츠모토다이라를 지배하에 두었다. 타케다 가문이 멸망한 텐쇼 10년(1582년), 토쿠가와 이에야스의 밑으로 들어간 오가사와라 사다요시가 옛 영토를 회복하여 마츠모토 성으로 개명하였다.  

...이런 걸 내가 알고 쓰는 건 아니고 일본 위키피디아를 참고한 내용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카라스(烏)성 이라고도 불린다는데 까마귀랑 관계가 있나.. 일본의 건축물들이 그러하듯이 마츠모토 성 역시 화재를 피하지 못하고 혼마루가 소실되기도 했고, 천수가 경매에 붙여져 성이 해체될 뻔한 시련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아즈치모모야마 시대 후기부터 에도 시대에 걸쳐서 건조된 성 중에 천수가 남아있는 '현존 12천수' 중 하나라고 한다.    

마츠모토 성은 아주 조용했고, 시간이 일러서 그런가 방문객들은 할아버지 손님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정도였다. 천수가 별로 높지도 않았고(그래도 다 올라가면 힘들다...),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츠모토 시의 전경도 화려함은 없었지만 단풍이 물든 소박한 도시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느긋한 분위기 속에서 느긋하게 성 안팎을 구경하다 11시가 되기 전 마츠모토 성을 나왔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일본 알프스의 전경



천수는 살짝 기울어 있다.



그림이 따로없군



연못에서는 백조가 헤엄치고 있다.



뭣보다 날씨가 좋아서 좋았다.



반대쪽으로 돌아서..



방문객들도 몇 없고 조용한 풍경



성 옆에는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주변 구경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천수를 올라까 볼까


 

천수 안에 전시되어 있는 물품들. 화승총?



장전을 빨리하는 방법을 설명



갑옷



천수에서 내려다 본 경관



이쪽은 구름이 좀 끼었네..



내려와서. 새들의 무리가..



성을 나오면서



마츠모토성 옆에는 작은 전시관이 있는데 성 입장티켓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은 증기마차?



코크리코 스매시!!!



이제 다음 장소로




다음으로 향한 곳은 구 카이치 학교(旧開智学校) 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옛 학교건물이었는데, 무려 130년도 더 전인 1873년에 개교하여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소학교 건물이라고 한다. 1965년부터는 메이지 시대의 교육자료를 전시하는 박물관이 되어 당시 사용되었던 책상이나 필기도구 교과서 등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었다.  

마츠모토 성에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학교를 찾아가면서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는데, 멋진 외관의 학교 정문에 도달할 무렵 아니나 다를까 그 느낌은 100% 적중하고 말았다.

아침에 마츠모토 성도 그런 경향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내 나이대는 커녕, 부모님 연배의 방문객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나와 함께 교사 안을 둘러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 뿐이었던 것이다. 5~60 여년 전의 추억에 잠겨있을지도 모르는 방문객들 사이에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될지 알 수 없었다.

 

 

 
학교 내부의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은 그다지 넓지는 않았고, 한바퀴 둘러보고 나니 더 이상 할게 없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결국 나는 입장 10여분만에 학교를 다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시간이 11시 반이 조금 안되서였는데, 오전 일정은 이것으로 마치기로 하고 일단 마츠모토 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서양식의 폼나는 건물



팔각정이 인상적이다.



300엔의 관람료를 내고 입장했지만..



국민학교 1학년때까지는 이런 후줄근한 나무책상을 썼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100년 전부터 이랬단 말인가.



당시 사진인듯?



결국 일찌감치 퇴각..



운치있는 모습의 관광안내도.



다시 돌아온 마츠모토 역. 점심 때가 되어도 한산하다.



역 주변의 눈에 띄는 건물은 이정도.

 



마츠모토 역으로 돌아와 가이드를 펼쳐보자 이제 다음 갈곳은 한군데가 남아있었다. 사실 이 가이드에는 마츠모토의 볼거리라고는 딱 네곳 밖에 소개되어 있지 않았다.

그 중 두군데인 마츠모토성과 구 카이치 학교는 이미 다녀왔고 남은 곳이 알프스 공원과 우츠쿠시가하라 고원(美ヶ原高原)이었다. 두 곳 모두 마츠모토 역과는 꽤 떨어져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상 양쪽 모두 가보는것은 무리 같았고 한군데를 선택해야 했는데, 왠지 우츠쿠시가하라 고원의 소개가 몇줄 더 길었기 때문에 이곳을 가보기로 했다(...)

'해발 2천미터의 고원으로... 정상에서는 후지산, 북 알프스, 남 알프스, 중앙 알프스(일본 알프스를 말하는 것임) 등 주변의 산들을 조망할 수 있다'
가이드에 소개된 내용도 왠지 근사해 보이고 여길 다녀오면 기분좋게 마츠모토에서의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츠쿠시가하라 고원은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데, 마츠모토 역 옆의 버스터미널로 들어가자 지하철처럼 복잡한 버스노선도가 보였고, 버스표는 자판기에서 팔고 있었다. 노선도를 더듬어 내가 타야할 버스는 '우츠쿠시가하라 미술관선' 이라는 걸 알아낸 뒤 자판기에 돈을 투입하려는데 자판기 앞에는 왠 공지가 붙어있었다.


'헤이세이 21년(2009년)도의 운행은 종료했습니다'

 

.
.
.




 


아..

 


이 담대한 스케일.. 금일 운행 종료는 들어봤어도 금년 운행 종료는 처음 들어본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하나, 알프스 공원 밖에 없었다.

그래 아직 내가 가야할 장소가 남아있잖아 라고 위안하며 노선도를 다시 들여다보는데, 이곳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단 두대 뿐이었다. 그나마 그 두번 있는 운행시간대도 황당하게 오전 10시 25분, 오후 2시 25분이 전부였다. 이 근처에 사람이 안사나. 아직 시간은 12시 정도였기 때문에 2시 25분 버스를 타면 공원까지 갈수야 있겠지만 올때는 어떻게??

제대로 조사 안하고 왔다가 제대로 망하는구나.. 잠시 탈력 상태로 터미널에서 멍때리고 있던 나는 이대로 하루를 끝낼수는 없다는 일념하에 마츠모토 역으로 돌아와 관광안내소를 찾아갔다.



버스터미널은 이 건물 지하



 버스 노선도 여러개고 자판기도 지하철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GOOD JOB

 



관광안내소를 찾아간 나는 다짜고짜 용건부터 말했다. '저는 한국에서 왔는데요 이 동네 재밌는데 좀 알려주세요'

이런 황당한 질문에도 안내소의 누나는 역시나 프로답게 미소를 지으며 지도를 꺼내든다. 가이드의 지도는 말할것도 없고 역 구내에 비치되어 있는 안내도보다 자세한 지도였다.

마츠모토 성 같은 곳은 이미 다녀왔다고 하자 안내소 누나 역시 살짝 고민되는 표정이었는데, 여기서 억지로 새로운 곳을 찾아내는 것보다는 알프스 공원이 뭐하는 곳인지를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는게 나을 것 같았다.

잠시 동안의 대화를 통해 알프스 공원이 전시관과 동물의 숲, 광장 등으로 이루어진 자연공원이라는 것과, 마츠모토 역까지 걸어서 한시간(!) 이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다. 결국 알프스 공원으로 갈 결심을 굳힌 나는 안내소 누나에게 부탁해 지도를 받아들고 관광안내소를 나왔다.

역시 길이 없으면 도움을 청해야지.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알프스 공원 행 버스표를 구입한 뒤 터미널 안에 있던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었다. 버스가 출발하는 2시 25분까지는 한시간 이상 남아있었기 때문에 터미널 주위를 어슬렁 거리다 시간에 맞춰 돌아와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 안에는 날 포함해 4명 정도가 타고 있었는데 전부 시내 나왔다 귀가하시는 듯한 할머님들이었다.

알프스 공원은 마츠모토 시 북쪽의 구릉지에 조성되어 있어서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자 계속해서 오르막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특이하게 올라가는 도중에 마을이 있었고 어르신들은 모두 도중에 내렸다.

버스는 출발한지 20분 쯤 지나 알프스 공원에 도착했고 혼자 남아있던 내가 내리자 알프스 공원 행 오늘의 마지막 버스는 그렇게 떠났다.



마츠모토 시 관광안내소



한글로 된 지도도 준다



 다시 터미널로. 알프스 공원 행 버스표.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맛있었다!



점심 먹고 잠깐.. 역 근처에 아니메이트가 있어서 들러봤다.



사, 사쿠라군! 부피 때문에 사지는 않았지만.



버스 탑승을 앞두고.



계속 올라간다.

 



알프스 공원은 관람 시즌이 따로 있는지 평일 낮이라는 걸 감안해도 내가 도착했을 때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별히 입장료 같은 것을 받지는 않았지만, 나름 이 곳의 간판인 듯한 '알프스 드림 코스터' 는 11월부터 주말과 휴일에만 운영 중이었다.

사람은 없고 놀이기구는 멎었고 뭘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막막한 상황인데 뭐 알프스 공원은 그 경관 자체로 맘에 들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해발 800미터 아래로 산줄기가 굽이치고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깔린 가운데 낙엽이 지는 공원. 어차피 집에 가기 전까지는 여기서 시간을 보내야 하니 최대한 즐길거리를 찾아보자.


먼저 산과 자연 박물관(山と自然博物館)이란 곳을 찾아갔는데 이곳에는 전망대 같은 곳도 있는 모양이었다. 입장료를 받는 곳이라 썩 내키진 않았지만 그나마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일단 들어가기로 하고 데스크 앞에 앉아있던 직원에게 돈을 내려고 하는데 오늘은 5층의 전망대와 사방시설(砂防施設) 전시관만 오픈한다면서 그곳은 입장이 무료라는 것이다. 결국 박물관은 못 보는 것이지만 아무튼 돈이 안든다니 잘됐다 싶어서 5층으로 올라갔다.  

알프스 공원 자체가 고지대에 있기 때문에 전망대라고 특별히 더 높아지는 건 아니었지만 360도로 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점이 좋았다. 옆에 있던 사방시설 전시관도 기웃거려보며 잠시 쉬다 전망대를 내려왔다.  

박물관을 나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무슨 캠프장에나 있을 법한 줄타기, 암벽오르기, 통나무 건너기 등의 코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이런 걸 아주 좋아하는 나는 신나서 혼자놀기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모든 코스를 통과한 뒤 야 이렇게 나한테 딱맞는 곳이 있을 줄이야 라며 흡족해 하는데 코스의 출구에는 이런 팻말이 놓여 있었다. '어린이 모험 광장'

난 원래 정신연령이 낮다.

 
 

가는 날이 장날.



그래도 좋다



엄마 집이 성냥갑만하게 보여요-_-



단풍과 어우러진



숙박업소 같은데 운영을 안하고 있었다.



산과 자연 박물관으로



오늘 오픈 된 곳은 여기



작업복의 변천사. 뭐야 저 누더기는



전망대에서



해가 슬슬 넘어가고 있다



전망대는 이런 느낌. 별로 넓진 않지만 나름 망원경도 설치되어있다.(유료)



계단을 내려가면



낙엽도 다 떨어져 간다



사람은 없고..



앗 재밌겠다.



뜬금없는 공룡



야 신난다!



아무도 없으니 나혼자 실컷 해야지



우왕 미끄럼틀이다

 

혼자놀기1



아아아~ 일명 타잔 로프.

 

혼자놀기2



어 그래..

 



알프스 공원에는 '작은 새와 작은 동물의 숲' 이라는 동물원이 있었는데 이곳은 4시까지 오픈을 하기 때문에 여기를 마지막으로 마츠모토 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작은' 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만큼 동물원의 규모는 아담했고 각종 조류와 염소, 멧돼지 원숭이 너구리 등의 동물들이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동물원을 한바퀴 빙 돌고 나니 4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동물원의 입구에 있던 '만남의 광장' 으로 나오자 이곳에는 염소가 방목되어 있어 직접 만져볼 수도 있게 되어 있었다. 같이 사진을 찍어보려 했지만 염소들은 완강히 거부.. 확실히 동물들에게 미움받고 있다. 내가 문을 열고 나가자 뒤따라 나오며 탈출을 시도하던 염소 한마리를 붙잡아 우리안으로 밀어넣고(관리자가 안보였다) 알프스 공원을 뒤로 했다. 마지막 버스는 내가 타고 왔으니 돌아갈 땐 걸어가야 한다.  

공원을 빠져나오자 이번엔 계속 내리막이었다. 조금 가니 올라올때 지나쳐왔던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여전히 내려다보이는 마츠모토 시의 모습과 서서히 날이 저물며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거리는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환상적인 분위기와 함께 엄청난 간지를 내뿜고 있었다.

아래로 내려오면 내려올수록 조금씩 조명은 밝아지고 번화한 거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안내소 누나가 말했던 것처럼 마츠모토 역으로 돌아왔을때는 딱 한시간이 지나 있었다.




작은 새와 작은 동물의 숲에서. 앵무새



열심히 코로 바닥을 쓸고 다녔지만 낙엽밖에는 없었다.



사랑해..



이런 풍경은 덤



역시 오길 잘했어



문제의 두번 오는 버스



내려가는 길



이런 곳에 야구장이 있었다.



이런데서 살아보고 싶다.



폐교인듯..



그냥 환상적이라는 말 밖에는



점점 번화한 거리로



조금만 더 가면 마츠모토 역



어두워졌다.



미도리노마도구치

 



마츠모토 역의 미도리노마도구치에서 내일 사용할 요네자와 행 신칸센 티켓을 발권받은 뒤, 8시에 출발하는 신주쿠 행 열차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시간을 때우러 밖으로 나오자 역 앞의 광장에서는 두 청년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센다이에서 사토 토모치카 씨와의 만남에 이어 오늘도 길거리 공연을 보게 되다니 나는 운이 좋은건가?츠바사와 코지의 2인조로 구성된 'Village' 라는 이름의 이 밴드는 마츠모토의 로컬스타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부 알아보며 한마디 씩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꽤 많은 곡의 노래를 불렀는데 성실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내게 가사 한마디 한마디가 폐부를 찔러온다-_- 아키하바라의 아이돌 팝 스타일의 길거리 밴드에 익숙해져 있던 나였지만, 역시 마음이 편안해지는 건 이쪽이다.



서두르지 않아도 좋으니까
조바심 내지 않아도 좋으니까
한걸음 씩 나아가요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지금 전해요
분명 괜찮을 테니까
지금도 언젠가 과거가 될테니까
지금을 소중히 살아가요

-Village ~大切な事(소중한 것)~ 中에서-



'Village' 는 모든 노래를 마친 뒤에도 팬(?)들에게 둘러싸여 계속 그 자리에 머물고 있었고, 얼추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역으로 돌아와 열차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신주쿠로 향하는 특급 '슈퍼 아즈사' 는 생각보다 빠른 7시 30분에 이미 플랫폼으로 진입했고 열차에 올라탄 나는 출발하기가 무섭게 곯아떨어져 버렸다.

마츠모토에서 보낸 JR 동일본패스 투어의 두번째 날도 이렇게 마무리.



신주쿠로.. 돌아갈 땐 갈아타지 않고 한번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