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6~2010

2009 도쿄 여행기 Day1 -요코하마 스타디움 外- (7/18/2009)

GONZALEZ 2010. 3. 31. 08:00

 스튜디오 K를 나와 코엔지역으로 돌아온 나는 요코하마로 가기 위해 츄오선을 타고 먼저 요요기로 향했다.

 사실 이번 일본행의 목적 역시 공연 관람에 있었기 때문에 오후부터는 아무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일정이 너무 널널한 것 같기도 하고, 기왕이면 이틀이라는 시간을 전부 활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급하게 추가한 일정이 요코하마였다.

 이미 요코하마에 세번이나 간 적이 있으면서 뭘 또 볼게 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작년에 도쿄돔에서 베이스타즈의 경기를 보긴 했었지만 원정이었고, 경기도 져버렸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아있었는데, 마침 이번 주말을 맞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추니치 드래곤스와 3연전을 치루는 스케줄이 예정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다음에 일본에 오게 된다면 10월 말이나 되어서 일텐데, 베이스타즈가 일본시리즈라도 진출하지 않는 한 그 무렵에 베이스타즈의 경기를 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오후 일정에 요코하마를 끼워넣었다. 이날을 위해 무라타의 25번 티셔츠도 준비해 두었다.

 요요기에서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탄 뒤 시나가와에서 JR 네기시선을 타고 요코하마 스타디움이 있는 칸나이로 향했다. 칸나이에 도착할 무렵에는 야구를 보러오는 듯한 사람들이 열차 안에 가득했다. 워낙에 압도적인 꼴찌를 달리고 있는 팀이라 관중도 별로 없겠거니 싶었는데, 그렇지만은 않았다.

 칸나이에서 내려 남쪽출구로 나와 조금 걸어가자 드디어 요코하마 스타디움이 나타났는데, 돔구장도 아니고 생각보다 멋있지는 않았다. 충분히 현장에서도 표를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1루측 매표소로 가서 티켓을 구입했다. 약체팀인 만큼 가격도 싸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살짝 하고 있었는데 도리어 도쿄돔보다 더 비쌌다ㅡㅡ;(4000엔)

 왠지 무뚝뚝해 보이는 매표소의 할머니에게 티켓을 받아든 뒤, 바로 입장하지 않고 니혼오도리 쪽으로 빠져나왔다.

 대제국극장을 보기 위해서이지.

 경기 끝나고 다시 들를 것이긴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사진을 몇장 찍어두고 싶어서였는데,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가 사진이 죄다 어둡게 나왔다..


JR 칸나이 역


요코하마 스타디움의 외관. 별로 멋은 없다..


'なせば成る' 라.. 과연..


요코하마 투타의 간판인 미우라와 무라타의 대형 이미지.


1루 매표소.


몇년전에 잠실구장 지정석을 6천원 내고 샀던 기억이 나는데..


내가 입장하게 될 1번 게이트.


입장을 잠시 미루고 스타디움을 둘러보았다.


니혼오도리로 나와서 요코하마 개항기념회관 사진 한방.


 다시 스타디움으로 돌아와 안으로 입장해 자리를 찾아갔다. 내 자리는 1루측 꽤 앞자리이긴 했는데, 비싼 자리 주제에 엄청나게 비좁았다. 이날도 사진을 위해 삼각대를 가져왔었는데 꺼내서 둘 자리조차 없었다. 그리고 가장 보고 싶었던 무라타는 3루수이므로(...) 괜히 이쪽에 자리를 잡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6시가 되자 경기가 시작되었다. 요코하마의 선발투수는 요시미 유지. 미우라가 아닌 건 아쉬웠지만 이날은 요시미의 공도 굉장히 좋았다. 1회초를 삼자범퇴로 가볍게 처리하고 이어지는 요코하마의 1회말 공격. 공교롭게도 추니치의 선발 역시 요시미였다.(요시미 카즈키) 추니치의 요시미라면 첸 웨인과 함께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아닌가.. 번사이드를 상대로도 쩔쩔맸던 요코하마 타선이 과연 터져줄지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1번 요시무라가 범타로 물러났지만 2번 후지타와 3번 우치카와의 연속안타로 1사 1,2루의 찬스를 맞은 요코하마. 그리고 타석에는 사나이 무라타 슈이치! 무라타의 응원가가 울려퍼지고 관중석이 고조되었으나 다음 순간 뜬공을 치고 마는 무라타.. 아쉬움 속에 5번 사에키도 힘없이 물러나며 1회 득점실패.

 2회초 추니치의 공격. 배터박스에는 추니치의 4번 블랑코가 들어섰다. 요시미의 실투성 직구를 가볍게 펜스 밖으로 걷어내 버리는 블랑코..-_- 0-1로 선취점을 빼앗겼다. 홈런 이후에도 요시미는 흔들리지 않고 6회까지 3안타만 내주며 추니치의 타선을 틀어막았지만, 그때까지 요코하마의 득점 역시 0이었다.


관중석에서 바라본 모습. 경기 시작을 앞두고..


전광판.


치어리더 누나들.


요코하마 선발 요시미 유지.


좌완투수.


우치카와


클리닝타임 도중 관중석을 향해 선물을 쏘아주는 모습


무라타는 멀리서 밖에 볼 수 없었다.


심판판정에 어필하고 있는 추니치 감독 오치아이. 내 앞에 앉아있던 아저씨는 계속해서 '퇴장시켜라~~ 오치아이 퇴장~~' 을 외쳐댔다.


무라타의 타격장면. 홈런성 타구라서 관중석이 들썩거렸는데 펜스 앞에서 잡혔다.


 승부가 갈린 건 7회초. 블랑코와 모리노를 연속으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포볼로 내보내며 무사만루의 위기를 맞이한 요시미. 이어진 타자의(누군지 기억안남) 땅볼을 캐치해 다이렉트로 홈승부 했지만, 완벽한 아웃타이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홈으로 쇄도하는 블랑코의 거친 태클에 포수 니이누마가 10m 밖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주심의 세이프 선언으로 0-2.
결국 요시미가 물러가고 구원투수로 사나다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사나다는 나오자마자 2타점 적시타를 맞고 폭풍보크를 범하며 순식간에 3실점. 스코어는 0-5. 나름 팽팽했던 게임이 한순간에 기우는 순간이다. 이후 등판한 오야마다도 홈런, 안타, 폭투 등의 종합선물 세트를 선보이며 0-7. 관중석 이곳저곳에서 어린이 팬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꼴찌팀 팬을 아버지로 둔 죄로 경기장 올때마다 지는 모습만 보며 상처받는 동심을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별 의미도 없어보이는 9회말 요코하마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되었지만, 의외로 자리를 뜨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마운드에는 아직도 추니치의 요시미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관중들의 마지막 희망은 완봉패를 면하는 것.

 앞선 세 타석에서 범타에 그친 무라타가 선두타자로 등장했지만 맥없이 아웃. 무라타와 함께 삽질만 하던 사에키가 드디어 첫 안타를 치며 출루했지만 희망고문이었을 뿐, 후속타 불발로 게임은 그렇게 끝났다.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완봉승을 거둔 추니치 요시미의 히어로 인터뷰가 울려퍼지는 굴욕 속에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난 무엇 때문에 요코하마까지..  


작년에 보러갔던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 맞은 기억 때문에 별로 좋은 감정이 없는 오야마다.


점수와 안타수가 안습...


에라이 또졌어..


'아빠 나도 이제 요미우리 응원할래요' '닥쳐!'



  경기가 끝난 시간은 9시가 넘어서였는데, 이미 밤이 깊어서 주위는 깜깜해진 뒤였다. 기념품으로 뭔가 사갈까 했는데 변변한 야구샾도 없이 가판대에서 모자며 티셔츠를 팔고 있는 모습에 왠지 구매욕이 떨어져서 아무것도 사지 않고 그냥 나와버렸다. 미우라의 번장 모자 같은 건 멋있긴 했는데..

 게임에 진게 속상하긴 하지만 모처럼 요코하마에 왔으니 야경이나 구경하고 갈 생각으로 스타디움을 떠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시간도 늦고 피곤하기도 해서 많은 곳들을 보지는 못하고 오삼바시 터미널이나 아카렌가 창고 정도를 기웃거렸다. 야경이야 언제 봐도 멋졌지만, 좀 근사하다 싶은 곳이면 죄다 커플바퀴벌레들이 한자리를 차지한채 나의 시야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한시간 정도 야경을 감상한 뒤 사쿠라기쵸 역으로 돌아가는데 경기 전에 살짝 보고 지나쳤던 요코하마 개항 기념회관 생각이 났다. 다리도 아픈데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왠지 여길 안들렀다가는 나중에 후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걸음을 돌려 개항 기념회관으로 향했다. 언제 요코하마에 또 올지도 모르고..

 조명을 밝힌 개항 기념회관은 그야말로 대제국극장의 모습 그대로였다. 지나가는 사람 한명 없이 고요한 거리에서 나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요코하마 최고의 야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시 사쿠라기쵸로 돌아와 신오쿠보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30분.

 정말 하루를 꽉꽉 채워서 후회없이 100% 연소해 버린 하루였다.


미나토미라이 21을 바라보며


요코하마 세관 자료실. 일명 퀸의 탑.


오삼바시 터미널에서 바라본 니폰마루호


아카렌가 창고.


내가 왔을때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시 찾아온 대제국극장


오오가미는 지금쯤 순찰을 돌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