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6~2010

2008 도쿄 여행기 Day5 Part 1 -아키하바라, 메이드 카페 @home cafe- (8/31/2008)

GONZALEZ 2009. 3. 20. 01:22

 형과 여행계획을 짜면서 대상을 선정하던 도중의 일이다.

나: 어디 생각해 둔데 없어?
형: 메이드 카페는 어때?
나: (당황)뭔소리야...  

 저 때만 해도 그냥 저기서 끝난 줄 알았다. 설마 그냥 한번 해본 소리겠지. 아니 세상에 누가 맨 정신으로 메이드카페를 간단 말인가.  

 ..근데 생각해 보니 내가 그런 말 할 입장이 아니었다.

 여행을 앞두고 형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나: 진짜 갈거야?
형: 가야지.    


 형은 매우 진지했다. 


 어제 딴짓 안하고 바로 잔 덕분인지 무난히 아침 8시에 기상한 우리는 유난히 부산을 떨며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당초 염두하고 있던 곳은 UFJ 은행 한블럭 앞에 있는 'CURE MAID CAFE' 라는 곳이었는데(7월에 이곳에서 레뷰쇼 토크 이벤트도 열렸었다) 왠지 내가 생각하고 있던 메이드카페의 이미지와는 약간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다른 곳을 물색하던 중, '@home Cafe' 라는 곳을 발견하게 되어 그쪽으로 목표를 바꿨다.

 일치감치 호텔을 나선 우리는 9시 좀 넘어서 아키하바라에 도착했다. 주말 및 휴일의 오픈 시간은 10시 30분 부터였지만 이런 날에는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한다는 말도 어딘가에서 들은지라 조금 일찍 와서 동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아키하바라 역 근처의 소바집에서 아침을 해결한 우리는 '@home' 본점이 있는 칸다묘진 거리(神田明神通り)의 미츠와 빌딩으로 향했다. 아직 시간은 10시가 되지 않았고, 예상과는 달리 메이드 카페 앞에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오픈까지 앞에서 기다리기에는 왠지 챙피했기 때문에-_- 우리는 일단 물러나서 근처의 골목길을 배회하며 시간을 때웠다.



 8월 초에 왔을 때는 '바다에서 하자' 였는데 이걸로 바뀌었다.


카레우동..


카페 앞에서. 아직 문은 열지 않았다.


흠 과연 카페 안은 어떨지


메이드카페 주위라 그런가 이런 것도 있었다. 메이드 차;


어떤 메이드 차가 나오는지는 랜덤임ㅡㅡ



 오픈 시간이 되어 다시 카페로 향하자 과연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무리의 사람들이 엘레베이터 앞에 줄을 서 있었고 우리도 슬쩍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미츠와 빌딩 4층부터 7층까지를 메이드 카페가 차지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어디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사람들이 6층으로 많이들 가길래 우리도 따라갔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잠시 줄을 서 있다가 차례가 되어 입장을 하자 문 앞에서 몇 명의 메이드 들이 'おかえりなさいませ' 를 외친다. 오오 과연 소문대로의 메이드 카페..

 그리고 매니저인지 점장인지는 몰라도 사복차림의 여자가 우리를 안내하는데 뭔가 불친절-.- 아무튼 테이블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자 내부는 그다지 넓지 않았고 인테리어는 의외로 소박했다. 건너편의 카운터 석에는 범상치 않은 포스를 내뿜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는데, 몇몇은 메이드들과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메이드 한 분이 메뉴를 가져와 형은 커피를, 나는 딸기 파페를 주문했다. 이곳에는 60분의 제한시간이 있었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메이드께서 맛있어지는 주문을 외워야된다고 따라하라고 한다; 근데 뭐 그때 쯤 되서는 우린 별 저항감도 없이 그 동작과 대사를 따라하고 있었다=ㅂ= 따지고 보면 난 사쿠라카페에도 숱하게 드나들었었는데, 굳이 여기라고 몸 사릴 필요는 없지 않나..

 금세 분위기에 적응되어 형이랑 히히덕대고 있는데 또 메이드 한 분이 다가와 '일본 사람이신가요' 라며 말을 건넨다. '아뇨 한국인입니다' 라고 대답하는데 왠지 위아더월드 분위기-.- 그 뒤로 그 메이드 분과 몇마디 더 이야기를 나눴는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너무 어렵다라던가.. 송승헌이랑 장동건을 좋아한다던가.. 뭐 이런 시시콜콜한 내용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제한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데, 우리는 기왕에 온 거 메이드들과 함께 사진이나 한장씩 찍기로 하고 벨을 눌렀다.(체키라고 하더라..) 그런데 잠시 후 다가온 메이드님께서 원래 사진은 퇴실 몇분 전까지(정확하게는 기억이) 신청해야 찍을 수 있는데 지금 우리는 그 시간을 오버했다는 것이다. 헐 뭐야 이렇게 허무하게.. 좌절하려는 우리에게 처음이니까 봐준다는 듯이 사진 촬영을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손에 들려진 즉석 사진에는 신주쿠 굴다리 밑에서 온 노숙자가 흉칙하게 웃고 있었다.



재도전


엘레베이터 안에서


6ㆍ7층은 사람이 많으니 5층으로 가면 비교적 덜 기다린다는 안내문ㅡㅡ


계단을 통해서 6층으로 입장하였다.


이날의 전리품1. 무려『주인님 라이센스 카드』많이 이용하면 할수록 레벨이 올라가는데 2000회 이상 방문한 자에게는 '레전드' 의 호칭이 주어진다고-.-


카드 뒷면에는 메이드가 친필로 작성해준 이름과 카드 발행날짜 등이


전리품2 영수증.. '귀택료' 라고 해서 기본 요금 700엔을 따로 내야한다;;


쪽팔려도 후퇴는 업써!


국내 재도입이 시급합니다.

 



 메이드 카페를 나오자 시간은 12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오늘은 일찌감치 극장에 가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형과 갈라지기로 했다. 형은 오후엔 롯폰기 방면을 돌아볼 계획이라는데, 내가 특별히 김군에게게 가이드를 부탁했기 때문에 걱정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형과 헤어진 뒤 아키하바라에서 조금 어물쩡 대다가 1시가 되자 곧바로 텐노즈 아일로 향했다. 또 다시 찾아온 긴가 극장은 이틀 전과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분위기만은 전과 달랐다.

 이제 더 이상 내일은 없다. 사쿠라의 쇼는 오늘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현장에 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