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6~2010

2008 도쿄 여행기 Day4 -카마쿠라, 에노시마- (8/30/2008)

GONZALEZ 2009. 2. 10. 23:26

 여행 전부터 우리를 고민하게 했던 것이 바로 4일째의 일정이었다.

 요코하마냐 에노시마냐.. 어느 쪽 다 놓치기 아까운 곳들이었다.

 억지로 하루에 두군데를 다 몰아넣는다면 안될 것도 없을 듯 싶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이도저도 아닌 반쪽 여행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끝없는 고민 끝에 급기야 일본으로 건너 오고 나서도 우리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채 우왕좌왕 하고 있었는데.. 결국 29일 밤이 되어서야 요코하마를 포기하고 에노시마와 카마쿠라에 하루를 투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늦잠을 잤다.


 9시 57분..

 우리가 일어난 시간이었다.

 에노시마ㆍ카마쿠라 라는 곳이 저녁에는 딱히 볼데가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대부분의 절이 17시 이전에 문을 닫는다)이곳을 제대로 구경하고 오려면 새벽같이 일어나 출발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맨날 밤늦게 들어와서 TV나 보다가 자던 우리는 결국 정신줄을 놓아버렸고, 알람을 맞춰두었던 7시보다 무려 세시간을 늦게 깨어나게 되었다.

 허둥지둥 준비를 마치고 나온 우리는 JR을 타고 신주쿠로 향했다.


아침 하늘은 맑았다. 아직까지는.



  숙소를 미나미센쥬 쪽으로 바꾸게 되면서 한가지 달라진 점이라면 역시 각 목적지까지의 이동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키하바라가 10분 거리로 가까워지고, 아사쿠사나 우에노를 갈 때도 크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반면에 신주쿠 등지로 나갈 때는 거의 50분 가량을 소비해야 했는데, 그동안 줄곧 머물던 신오쿠보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였다는 게 조금 아쉽달까..  

 신주쿠는 여전히 크고 복잡했다. 일단 JR에서 내려 오다큐선의 매표소를 찾아가는데 우리가 나온 출구 근처에는 도무지 그런 게 보이질 않는 것이다. 역사의 지도를 보니 상당히 먼 거리를 빙 돌아가야 했는데 그건 너무 무식한 행동 같았기에 우리는 지하로 내려가 상점가를 가로지는 길을 택했고, 다시 위로 올라오자 운이 좋았는지 한번에 오다큐선이 나타났다.

 티켓발매기에서 에노시마 카마쿠라 프리패스를 구입한 뒤 승강장으로 내려와 열차시간을 확인해 보니 카타세에노시마로 바로 가는 열차는 없었다. 별 수 없이 사가미오노에서 갈아타야 하나 하고 있는데 마침 후지사와까지 가는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왔고, 우리는 냉큼 올라탔다. 후지사와까지는 55분 정도가 걸렸고 도중에 비가 잠깐 내리다가 그쳤다.

 후지사와에서는 프리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에노덴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카타세에노시마로 가는 다음 열차를 기다리지 않고 에노덴 후지사와 역으로 이동했다. 이미 시간은 한시가 넘어있었기 때문에 한군데 한군데 들르는 것에도 신중을 기해야 했다. 우리는 폐장 시간이 빠른 카마쿠라를 먼저 공략하기로 하고 에노시마를 그냥 지나친 뒤 하세 역에서 내렸다.


후지사와에서


에노덴을 기다리며


하세 역에서 내려서


 하세 역에서 조금 걸어가다 왼쪽으로 꺾으면 하세데라가 나온다.

 절 자체가 으리으리한 느낌은 없지만 뭔가 아담하고 예쁘다는 인상을 주는 곳이다.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탁 트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좋고, 벤텐구츠라던가 여러 종류의 꽃들로 장식 된 정원을 돌아보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곳이었다. 절 안을 돌아다니다 보니 2년 전 생각도 나고 이곳에 있는 식당에서 밥이나 먹고 갈까 했는데, 가격도 만만치 않고 기다리는 것도 귀찮고 해서 그냥 나왔다.

 하세데라를 나온 우리는 다시 위로 좀 더 올라가 고토쿠인으로 향했다. 사실 이곳은 커다란 불상 하나 외에는 마땅히 볼 게 없는 곳이라 그다지 긴 시간을 머물 필요는 없었다. 뭐 안내도에는 그 외에도 이것저것 소개해 두고 있지만 막상 눈에 들어오는 건 불상 뿐이니.. 불상 안을 들어가 볼 수도 있지만 별로 대단한 것도 없기 때문에 굳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우리는 단 50분 만에 이곳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 짓고 다시 하세 역으로 돌아왔다. 고토쿠인을 나오며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는데 그게 우리가 이날 카마쿠라ㆍ에노시마에서 먹은 유일한 먹거리였다....


한글 표지판이


하세데라


향냄새 맡는 중


한개에 50엔


천수관음권의 준비자세


바다가 보이는 풍경


 지장들이 줄지어


대나무숲에서


만화가가 되게 해주세요. 나중에 '나카타 케이스케' 씨의 만화가 나오면 꼭 사보리라.


아담한 분위기


벤텐구츠 들어가는 길


안에는 이런게 있다. '촛불에 이름을 적어 봉납해 주세요' 하나에 200엔


하세데라를 나와서 이제 고토쿠인으로


말 그대로 다이부츠(大仏)


크기는 정말 크다


고토쿠인 나가면서 사먹었던 아이스크림. 별 생각없이 샀는데 진짜 맛있었다.⊙o⊙b


 다시 에노덴을 타고 종점인 카마쿠라로 향했다.(하세에서 3정거장)

 카마쿠라에 도착한 시간은 2시 40분 쯤.. 이제 정말 시간이 촉박하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에노시마까지 늦어도 4시 반까지는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쓸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남아있었다. 늦잠을 잔게 원통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지금은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했다. 기존에 잡아두고 있던 카마쿠라 일정에서 혼자 뚝 떨어져 있는 켄쵸지를 포기하고 '와카미야오지-츠루가오카하치만구' 이렇게만 보고 오기로 한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카마쿠라 역을 벗어났다.

 2년 전에 장님 코끼리 코 만지듯 그 위를 걷고 있으면서도 안보인다고 투덜댔던 와카미야오지를 지나 츠루가오카하치만구로 들어섰다. 2006년에 왔을 때는 이것저것 공사중이라 볼 수 없는 곳이 많았는데, 이제는 공사는 다 끝난 듯 했지만 무슨 행사가 있는지 방송국 스탶들이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었고, 덕분에 가운데 넓은 길의 진입이 통제되고 있어서 옆의 샛길로 빙 돌아서 관람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치만구 본궁까지 올라온 뒤 이번엔 다른 길로 밑으로 내려와 츠루가오카하치만구를 나왔다. 카마쿠라 역으로 돌아올 때는 와카미야오지가 아니라 한 블럭 옆에 있는 코마치 도오리를 통해서. 잡화점들이 늘어선 골목도 좋은 구경거리라고 생각해서였는데, 兄이 사람 많다며 짜증을 내서 머쓱해졌다;


카마쿠라에서


카마쿠라 역


저 길게 늘어선 길이 바로 와카미야오지


여기서 달리기 시합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츠루가오카하치만구 들어서서


무녀복의 알바 아가씨


가운데는 방송용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치만구 본궁 앞에서


특이한 글자체


내려가기 전에 한장


코마치 도오리에서. 다시 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에노시마에 도착해 역을 나오자 하늘은 구름이 새카맣게 끼어있고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지간하면 우산을 안 사려고 했는데, 만약에 이 상황에서 비가 내려버리면 이건 도저히 감당할 수준이 아닐 것 같았다. 나중에 울지 말고 대비해 두기로 하고 편의점에 들어가 우산을 구입했다.(504엔) 어제 샀으면 300엔에 살 수 있었는데..

 다리를 건너 에노시마에 들어선 우리는 가장 구석에 있는 에노시마이와야(江ノ島岩屋) 를 일단 목표로 잡고 부지런히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시간관계상 에노시마 신사 같은 곳은 그냥 지나쳤다. 신사 옆에는 예전 같았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에스컬레이터 승강장이 있었는데, 우리는 시간과 체력을 아껴두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에스컬레이터 티켓을 구입했다. 마침 에노시마 전망대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하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 안은 주위가 밀폐되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이 구간은 계단으로 올라가며 보는 경치가 일품인 곳인데 조금 아깝기도..

 에스컬레이터로 끝까지 올라온 뒤 우리는 다시 오쿠츠노미야 신사 등을 휙휙 지나치며 치고가후치를 향해 갔다. 아래에서 에노시마이와야의 개방 시간이 6시 까지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조금 여유가 생기기는 했지만, 그런다고 걸음이 늦춰지지는 않았다. 한참 돌계단을 올라가자 바다가 보이며 치고가후치가 나타났고, 길을 쭉 따라 그 끝에 있는 에노시마이와야에 도착했다. 시간은 4시 45분. 이제야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동굴 안을 둘러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등불도 확실하게 받았다.


에노덴 에노시마 역


에노시마를 향해서. 비가 조금씩


저 구름이 날 잡아먹을 것만 같다.


텅 빈 바닷가


날도 제법 어두워졌다


가로등에는 갈매기들이


곧 에노시마 도착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올라가면서


에노시마 신사


곳곳에서 고양이들을 볼 수 있었는데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았다. 그리고 관심도 주지 않았다-_-


더 깊게는 안 들어갔다.


에스컬레이터 승강장


안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여기도 패스.


이렇게 살짝 들여다보이는 바다 풍경이 매력


사진만 찍고 지나갔던


치고가후치로


에노시마 타이시는 이번에도 밖에서만 보았다.


먹구름이 코 앞에;;;


오쿠츠노미야


드디어 내리막. 거의 다 왔다.


숨이 막힌다...


날씨가 안 좋긴 했는데, 구름이 워낙 멋져서 그것도 또 좋았다.


바닷가를 내려다보며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는데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다.


에노시마이와야로


낚시라도 하러 왔나


마치 CG를 보는 듯


에노시마이와야에서. 등불이라고 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그냥 촛불이었다.


1동굴과 2동굴 사이에서. 물이 많이 밀려와 있어서 거북바위를 볼 수 없었다.


2동굴로


바다는 좋구나~


올해도 신룡을 만났다.


1동굴 쪽을 뒤돌아보다가


동굴 안에서의 사진은 몇 없다.


나가는 길에 한장


 에노시마이와야를 나온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에노시마 등대로 가기전에 아래로 내려와 바다를 구경하기로 했다. 슬슬 날이 저무는 가운데 구름이 낮게 깔린 바다가 너무 멋졌던 것이다. 눈 앞에 있는 건 물과 구름과 바위 뿐이었지만 아무리 바라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이곳에 머물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이제 가자는 형의 말에 아쉬움 가득히 다시 위로 올라왔다.

 지금까지 갔던 길을 다시 돌아 우리는 도중에 용연의 종에 잠깐 들렀다가 에노시마 등대로 향했다. 등대 앞에는 '사무엘 코킹 정원' 이라고 식물원 같은게 하나 있는데 날씨가 이상해서 사진도 잘 안나오고 그다지 볼 거리는 없었다.

 등대 입구에서 아까 샀던 티켓을 보여주고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를 탔다. 전망대 안이라고 앉아서 쉴 곳은 없었지만(일본에선 정말 벤치 같은거 찾기 힘들더라..) 에어콘이 풀가동되는게 그나마 살 것 같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에노시마의 바다는 구름낀 하늘의 영향인지 온통 파랗게만 보였다. 

 계단을 타고 옥상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가니 문을 열자마자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내려다 보이는 건물들에는 하나 둘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고, 야경하면 요코하마!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에노시마의 그것도 은은한 멋이 있었다. 전망대에서 어느정도 원기를 회복하는 사이 시간은 6시가 넘어 있었다.

 이제는 슬슬 돌아가기로 하고, 전망대를 내려오는데 바깥 경치를 좀 더 구경하자는 욕심에 엘레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밖은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고, 아무 생각없이 우산을 폈는데 나는 이 높이에서 불고 있던 바람을 간과하고 있었다. 우산이 펴지는 순간 밀려 온 바람이 가볍게 우산살을 꺾어 버린 것이다. 내 500엔------------ㅜㅜ

 비싸게 주고 산 우산은 정작 써보지도 못하고, 이제 막 필요할 때 박살이 나고 말았다.

Oh Shit


 울상이 되어 전망대를 내려온 뒤 우산살을 펴보니 조금 꼴 사납긴 했지만 그냥저냥 쓰고 다닐 수는 있었다. 그나마 비는 안 맞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불을 밝힌 등대 사진을 몇장 찍은 뒤 에노시마를 내려왔다. 다리를 건널 무렵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낚시에 몰두하고 있는 강태공


바다에 어둠이 깔리고


동굴 통로를 올려다 본 모습


그저 한없이 머물다 가고 싶었다.


물이 밀려들어 오는


이제 그만 돌아갈까..


용연의 종에서.


그 스프레이 낙서들은 다 지웠더라.


뭔가 산적소굴같은 구멍이


용연의 종에서 바라본 바닷가


에노시마 등대에서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


옥상으로 올라오면 더 잘 보인다


파랗게 물들어가는


비가 조금씩 내려서 렌즈가 젖었다.


당장이라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만 같은 바다


옥상 전망대의 모습. 이 날씨에 돈내고 망원경 들여다 보는 사람은 없겠지.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다.


전망대 내부는 이렇게


내려가기 전에 몇장 더


내려가는 계단. 여기서 비극과 맞닥뜨리게 될 줄이야.


라이트업한 모습. 놓칠 수 없는 광경이었기에 비 맞아가며 찍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내려가는 길도 적절한 조명에 적절한 분위기


이제는 아무도 없는 에노시마 신사


에노시마를 뒤로 하고


돌아보면서 한장


등대 홀로 빛나고 있다


 카타세에노시마 역을 찾아간 우리는 곧 열차에 올라탔다. 하루종일 아이스크림 하나, 음료수 두 개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역 앞의 맥도날드라도 갈까 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귀찮았다;;; 신주쿠까지 바로 가는 열차가 없었기 때문에 후지사와에서 갈아타야 했는데, 다행히 그곳에서도 자리가 있어서 종점까지 앉아서 올 수 있었다. 

 신주쿠에 도착한 시간은 9시가 좀 안되서였다. 역을 빠져나온 우리는 오늘 하루 일정을 마무리 짓기 위해 도쿄 도청을 찾아갔다. 도청 건물 자체야 안내도를 따라 가면 금방 찾을 수 있지만 여전히 입구를 찾는게 힘들었다. 저긴가 하고 가보면 문은 꼭꼭 닫혀있고 아무도 없는..

 아무튼 겨우겨우 입구를 찾아 안으로 들어가니 날씨가 이모양인데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도쿄도청 전망대는 남 전망대와 북 전망대 이렇게 두 구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남 전망대는 오후 5시 30분이면 문을 닫기 때문에, 우리처럼 밤에 오는 사람들의 경우엔 대개 북 전망대를 보게 된다. (북 전망대가 쉬는 날에는 남 전망대가 23시까지 운영)
 
 고속 엘레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가서 일단은 삼각대를 꺼내들고 창가로 향했는데 사진 찍기가 여의치가 않다. 비는 내리고 실내 조명이 전망대 유리에 반사되어서 밖은 잘 보이지도 않는 것이다. 분명 내려다 보이는 야경을 찍었는데 사진을 확인해 보면 내 얼굴이 있다.-.-

 5년 만에 찾은 도쿄도청인데 그 때와 똑같이 비가 내리고 있다니 좀 얄궃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5년이나 됐구나..


엘레베이터 타고


또 비가...


이래서는 야경이 멋진지 어떤지도 알 수가 없다


그나마 건져본다고 한 게 이 정도



 그냥 되는 대로 사진을 몇장 박아넣고 좀 쉬다가 도청을 내려왔다. 아쉬움이 남았던 나는 건물 전체샷을 찍어보겠다며 우산을 뒤집어쓰고 생쑈를 했지만 때마침 굵어진 빗줄기에 흠씬 두드려 맞고 도망쳐야 했다..

 원래는 신주쿠에서 저녁을 먹으려 했는데 이 빗속에 식당 찾아가는 것도 일이겠다 싶어서 우리는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대충 지하도를 따라 전철역을 찾아가는데 나오라는 신주쿠 역은 안나오고 빨간색 도쿄메트로 마루노우치 선의 니시신주쿠 역이 나온다. 노선도를 보니 이곳에서 호텔이 있는 미나미센쥬까지는 꽤 빙 돌아가는 루트였다.

 일단 열차에 탄 뒤 한정거장 앞에 있는 신주쿠에서 내려 좀 더 빠르고 가깝게 가는 방법을 찾아 보려고 했지만, 어쩌다 개찰구를 나와버린 우리는 그대로 생돈 160엔을 날리고 JR을 타러 가야했다. 한적했던 마루노우치 선과 달리 야마노테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빨리 오긴 했다-.-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짐을 풀자마자 다시 먹을 걸 사러 비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까도 썼지만 하루종일 뭔가 제대로 된 건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도중에는 전혀 허기를 느끼지 못했으니.. 뭐 이 수행과도 같은 일정에 배고픔은 사치일지도 모르지만.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며 컵라면을 잔뜩 사들고 나온 우리는 순식간에 그것들을 먹어치우고 일찌감치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TV에선 츠요시와 신고가 싸웠다.


지친 하루의 보상


난강이 형과 신고의 스트리트 파이터 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