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6~2010 35

2007 도쿄 여행기 Day4 -이케부쿠로, 아키하바라- (7/16/2007)

어젯밤 방에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고꾸라져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김군이 보였다. 영문을 묻는 나에게 밤 사이에 에노시마를 다녀왔다고 한다. 어디라고... 에노시마라면 내가 평소에 김군에게 여긴 꼭 한번 가봐야한다며 침이 마르도록 추천하던 곳이긴 했는데 한밤중에 거길 다녀왔다니. (나같으면 무서워서 못간다.) 김군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싶어서 더 묻지는 않고 11시 쯤 원룸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우왓... 거짓말같이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였다. 일본에 와서 처음 맞아보는 햇빛에 마치 매트릭스 세계에서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고마워요 네오. 이케부쿠로에 도착해서 세가 GIGO로 가니 11시 30분 정도였다. 정우형과는 1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도 한참 남았겠다, 먼저 태정낭만당으로 올라가 ..

2007 도쿄 여행기 Day2 -신주쿠, 하라주쿠, 이케부쿠로- (7/14/2007)

내 여행의 실패사례라면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그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여행지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무작정 들이댔다가 아무것도 못건지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실패사례 1 ◎실패사례 2 ◎실패사례 3 ◎실패사례 4 작년에 요코하마(橫濱)를 또 갔던 것은 그런 과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고, 올해 역시 오다이바(お台場)를 계획에 넣으며 나의 삽질의 흔적을 또 하나 지우려 하고 있었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새벽에 곤드레가 되어 들어왔다 일어난 김군의 한마디에 계획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네~' 어제 뉴스에서도 계속 태풍 이야기만 나오고 있었기에 사실 별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지만 역시 현실이 되어 눈앞에 다가왔을 때의 그 허무함이란. 그러면서도 혹시나 조금..

2007 도쿄 여행기 Day1 -도쿄 돔- (7/13/2007)

2007년 7월 13일. 아침에 눈을 뜨니 9시였다. '뭐야 나 오늘 휴간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거지...' 하며 다시 자리에 눕는데 어딘가 자꾸 찜찜한 기분이 들었고 갑자기 뭔가 머리속을 퍽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난 이불을 걷어차며 외쳤다. '맞다!! 나 오늘 일본가지!!!!' AHHHHHH!!!! 정신없는 출발이었다. 사실, 레뷰쇼 기간 중에 휴가를 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4월에 다녀왔던 1박 3일 짜리 상품을 예약해 뒀었고 여행 계획도 그에 맞춰 짜고 있었는데 이게 왠걸, 무려 3일의 휴가를 얻게 된 것이다. 그냥 원래 계획대로 짧게 다녀오고 집에서 잠이나 잘까 아니면 무리를 해서라도 시간을 더 내볼까 고민하다 결국 예약을 취소하고 어렵사리 13~17일의 항공권을 구입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2006 FINAL 여행기 Day7 -지브리 미술관- (8/15/2006)

어젯밤 땀 뻘뻘 흘려가며 최소화 시킨 짐들을 챙겨 민박을 나섰다. 처음 일정을 짤 때만 해도 도쿄에서 일주일 동안 뭘하나 했었는데 어느새 마지막 날이라니. 스가모에서 미타카(三鷹)로 가는 표를 구입해 전철을 탔다. 오늘 일정은 미타카에 있는 지브리 미술관에 들렀다 하네다(羽田)로 향해 귀국하는 것. 사실 귀축형이 사쿠라카페에 들렀다 가야겠다고 했을 때 적잖게 마음이 흔들렸었지만.. 미술관 티켓을 이미 사둔 것도 있고, 사쿠라카페엔 어제도 원래 계획을 깨가면서까지 다녀온 만큼, 오늘은 일정을 따르기로 했다. 짐들을 다 들고 미타카까지 가는 건 꽤나 번거로운 일이 될 것이기에 신주쿠의 코인락커에 넣어두고 올 생각이었는데, 지갑을 보니 2000엔 밖에 들어있지 않았다.-_- 아니 언제 다 쓴 거야.. 하네다까..

2006 FINAL 여행기 Day4 -요코하마- (8/12/2006)

난 사실 지난 여행 때 두 번(2003년, 2004년) 요코하마(横浜)에 가 본 적이 있다. 그런데도 나는 요코하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기어이 이번엔 오늘 하루를 바치기로 했다. 내가 요코하마에 집착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두번 다 늦은 저녁에나 찾아가 실컷 걷기만 했다는게 첫번째였고, 그때마다 겪었던 사건(바이러스로 사진 증발, 카메라 고장)들이 자꾸만 머리 속에 떠올랐으며, 무엇보다도 난 요코하마를 사랑했기 때문에-_- 언제나처럼 7시에 일어나서 스가모 역으로 갔다. 배고프면 여행을 못해 어쩌구 라고 말한게 바로 어제인데 어제 밥 먹다가 하코네에 늦게 도착했던 게 떠올라서 '아침은 요코하마에서 대충 먹지~' 하고는 곧바로 전철을 타고 시부야로 향했다. 시부야에서 내려 토큐도요코(東急東橫)선..

2006 FINAL 여행기 Day3 -하코네- (8/11/2006)

자명종 소리에 맞춰 7시에 일어났다. 원래는 6시나 그 전에 일어나서 일찌감치 출발하려고 했는데, 어제 워낙 피곤했던 나머지 한시간을 더 잤다. 준비를 마치고 스가모 역으로 향하던 중, 나는 늦은 만큼 더 서두르기는 커녕 배가 고파서는 여행을 할 수 없다며 역 근처의 마츠야(松屋)로 들어갔다. 3년전 음료수 한병들고 빨빨 돌아다니며 하루를 버티던 나의 첫 여행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에 나도 놀랐다. 이왕 늦게 된거 오늘과 내일 일정을 바꿔버릴까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내일 날씨가 어찌 될지도 모르고 해서 계획대로 하기로 하고 신주쿠로 향했다. 어제처럼 신주쿠의 오다큐선 매표소에서 하코네(箱根) 프리패스를 구입했다. 5500엔이란 가격에 터치스크린을 누르는 손이 덜덜 떨렸다;;; 패스를 구입한 뒤 플랫폼으로..

2006 FINAL 여행기 Day2 -에노시마, 카마쿠라- (8/10/2006)

6시 30분에 일어났다. 자명종을 7시에 맞춰두긴 했는데, 이왕 일어난 거 일찌감치 출발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바로 준비를 마치고 7시 쯤 민박을 나섰다. 도중에 역 근처에서 아침을 해결한 뒤, 전철을 타고 신주쿠(新宿)로 향했다. 어제 내린 비 덕분에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신주쿠의 오다큐선 매표소에서 에노시마 프리패스를 구입해 에노시마로 가는 전철을 탔다. 목적지인 카타세에노시마(片瀬江ノ島)행 급행을 타는게 제일 좋겠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일단 오다와라(小田原)행 급행을 타고 사가미오노(相模大野)까지 가서 다시 카타세에노시마행 열차로 갈아탔다. 종점인 카타세에노시마역에 내리자 역 주위엔 피서객들로 가득했으며, 근처에 해수욕장이라도 있는지 수영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해수욕이라니 ..

2006 FINAL 여행기 Day1 -에비스, 이케부쿠로- (8/9/2006)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여행' 으로서는 아마도 마지막이 될 일본행이다.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해서 별다른 트러블 없이 티켓팅 및 출국 수속을 마치고 8시 55분 발 나리타(成田)행 비행기를 탔다. 준비는 철저히 했을터, 후회없는 일주일이 되기를.. 탑승을 앞두고 분명 인천을 떠나기 전만 해도 맑은 날씨였는데, 나리타에 도착하자 비가 퍼붓고 있었다. '또냐...' 약간 우울한 기분이 되어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리미티드 익스프레스를 타고 닛포리(日暮里)를 거쳐 민박이 있는 스가모(巢鴨)로 향했다. 다행히 민박에 도착할 무렵 비는 거의 그쳐가고 있었다. 짐을 정리해 두고 2시쯤 민박을 나섰다. 도쿄에서는 이미 많은 곳을 가보았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도쿄 근교를 여행하려는 목적이었지..

2006 일본 여행기 Day8 -후쿠오카- (1/10/2006)

진작에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었지만 지금까지 누적된 대미지가 보통이 아니었는지 나는 한참동안 일어날 생각을 못하고 선실 안에 널브러져 있었다. 뭐라고 안내방송이 나오는 것 같았는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던 중 다음 한마디에 눈이 번쩍 뜨였다. '..곧 신모지 항에 도착합니다. 도착 후 곧바로 셔틀버스가 출발하오니..' 셔틀버스!! 또 놓칠 것 같으냐~ 나는 정신없이 일어나 후다닥 짐을 들고 모자를 눌러쓴 채 황급히 페리에서 내렸다. 아직 세수도 못했는데.. 버스는 순식간에 만원이 됐고, 나 역시 간신히 버스에 올라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이걸 타지 못하면 난 그날로 국제미아가 되는 것이다. 내게 택시 탈 돈 같은 건 이제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코쿠라 역에서 내린 나는 야키소바빵 하나를 사들고 첫날 타..

2006 일본 여행기 Day7 -오사카- (1/9/2006)

버스는 6시 30분에 오사카 우메다 역에 도착했다. 어차피 잠이 오지도 않았기에 그냥 뜬눈으로 밤을 보냈더니 차라리 덜 피곤했다. 그런데 이제 어디로 가지..? 저녁에 페리터미널로 갈때까지 시간을 보내야했는데, 새벽부터 뭘 해야할지 막막했다. 일단은 짐부터 처리하기로 하고 난바로 향했다. 난바 역의 코인락커에 짐가방을 넣어두고 역을 나와 24시간 오픈하는 츠타야를 찾아갔다. 아침엔 어떻게든 여기서 죽치고 있다가 10시가 넘으면 덴덴타운이라도 가 볼 생각이었다. 뭐 솔직한 심정으로는 어디든 아무데나 쳐박혀 잠이나 자고 싶었다. 24시간 오픈하는 곳 답게 츠타야에는 별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여 있었다. 나 역시 그들 틈에 섞여 성인용 잡지나 들춰보고 이름도 모르는 가수들의 음악을 듣고 5분 가량의 영상이 반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