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6~2010 35

2008 도쿄 여행기 Day2 -히가시교엔, 오다이바- (8/28/2008)

일부러 자명종까지 가져와서 8시에 맞춰놓긴 했는데 피곤함에 이불 속에서 꿈틀대다 결국 눈을 뜬 시간은 9시 25분이었다. 방이 좁아서 그런가 뭔가 콱 위에서 누르고 있는 듯한 기분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다.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씻고 정리하고 어쩌고저쩌고 하다보니 의외로 또 시간을 잡아먹었고, 우리는 10시 40분에야 JR 미나미센쥬 역의 승강장에 서 있게 되었다. 오전에는 먼저 히가시 교엔에 들렀다 가기로 했는데, 이것은 형의 의견이었다. 종점인 우에노에서 내려 야마노테 선으로 갈아타 네정거장 떨어진 도쿄역으로 향했다. 출국 전 우울하게도 일본에 있는 내내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를 봤었는데, 하늘은 가끔 맑았다 흐렸다가 하면서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 JR 미나미센쥬역. 열차를 기다리면서 도..

2008 도쿄 여행기 Day1 -아키하바라, 도쿄 돔- (8/27/2008)

사실 전날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퇴근해서 내일부터 필요할 것들을 챙기고 있는데 프린터가 작동이 안되는 것이다. 아니 당장 공항에서 로밍폰 확인서도 필요하고 지도도 뽑아야 하고 무엇보다 당장 항공권 e티켓 출력도 안했는데 프린터가 안되다니! 전원을 껐다 켜고 포트를 뺐다 끼우고 프로그램을 삭제했다 재설치하고.. 별짓을 다해도 프린터는 종이를 뱉어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마 그렇게 세시간 가깝게 허비한 듯.. 기나긴 삽질 끝에 간신히 프린터를 되살려낸 뒤(어떻게 한 건지는 모름) 필요한 서류들을 출력하고 짐 정리를 마무리 한 뒤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출발 당일의 상황은 더욱 그지 같았다. 내가 늦잠을 잔 것이다-_- 비행기 출발 시각은 8시 55분인데 우리가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딱 8시였으니 말 다..

2007 도쿄 안습 스토리 Day4 -이케부쿠로- (12/25/2007)

어젯밤은 간만에 깊이 잠들 수 있었다. 지난 이틀동안 새벽 4시가 되도록 잠을 못이뤘으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지만-_- 오늘은 오후에 집에 가는 걸 빼면 특별히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난 마음놓고 늦잠을 잤다. 확 공항가기 전까지 쭉 자둘까 싶었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에 이불을 걷고 일어나자, 시계는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할 일이 없다고는 했는데, 억지로라도 찾아보자면 한가지 있긴 있었다. 김군과 함께 기숙사를 나서자 밖은 별로 춥지도 않고 거리는 늘 보던 것과 똑같은 모습에 크리스마스 분위기 같은 건 하나도 나지 않았다. 번화가로 나온 우리는 신오쿠-오쿠보 역 사이에 밀집해 있는 파칭코 가게들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아까 할 일이라고 얘기했던 게 바로 파칭코-_- 사실 파칭코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

2007 도쿄 안습 스토리 Day3 -요코스카- (12/24/2007)

아침에 살짝 눈을 뜨니 간밤에 누구한테 두들겨 맞기라도 한 것처럼 어깨며 다리며 온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몇시쯤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몸은 아프고 잠도 못자고 만사가 귀찮아져서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한참을 그렇게 꿈틀대고 있다가 10시나 되어서야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의무감으로 어기적어기적 나갈 준비를 하면서도 왜 내가 일본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잠시 회의감이 들었지만 과거 여행의 기억들을 돌이켜보면 난 언제나 이랬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슬프게 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요코스카(横須賀) 였다. 요코스카까지 가는 길은 조금 복잡했다. 신오쿠보를 출발해 시부야(渋谷) 에서 토큐토요코(東急東横線) 선으로 갈아타 요코하마(横浜) 에서 하차한 뒤 JR 요코스카선으로 환승해야 ..

2007 도쿄 안습 스토리 Day2 -아키하바라, 이케부쿠로- (12/23/2007)

분명히 미친듯이 졸려야 되는데 이상하게 잠을 설치고 만 나는 아침부터 정신을 차리지 못한채 흐느적대고 있었다. 아침에 같이 아키하바라에 가자던 김군은 잘거라면서 일어나지 않았고, 일단 밥부터 챙겨먹으려 하는데, 정육코너에 일하는 김군 덕분에 나는 아침부터 소고기를 먹게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나에게 김군이 잠이 다 깨버렸다면서 같이 나가자고 한다.@a@; 기숙사 건물을 나서자 하늘은 해가 떠있는데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린 어이없어 하면서도 어제처럼 비를 맞지 않기 위해 다시 기숙사로 올라가 우산을 하나씩 챙겨들고 나왔다. 하지만 그 뒤로 비는 두번 다시 내리지 않았다. 뭥미 오쿠보역 가는 길 역에서 날은 맑게 개어 있다 아키하바라에 도착하자 한시쯤 되었는데, 길은 ..

2007 도쿄 안습 스토리 Day1 -도쿄타워 外- (12/22/2007)

연말의 인천공항은 샌드위치 연휴를 맞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분주했다. 일에 치여 폐인같이 지내던 나날을 보내고 이제야 겨우 한숨 돌리게 된 나도 그들 틈에 섞여 출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뻗어버린 덕분에 한밤중에 일어나 여행준비를 하느라 허둥지둥 대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빠뜨린 것 없이 시간에 맞춰 올 수 있었다. 승객 한명이 아직 못탔다고 했나 예정보다 약간 늦게 출발한 거라던가, 도착 직전 건너편 자리에서 왠 미친 사람이 싸이코드라마를 찍기 시작했다던가 하는 걸 제외하면 나리타로 가는 두시간은 무척 순조로웠다. 시작은 언제나 똑같다. 탑승을 기다리며 이코노미석이긴 한데 일반적인 자리하고는 조금 달랐다. 출발을 앞두고 창가가 좋아 나리타 도착. 한국과는 달리 날씨가 별로 ..

2007 칸사이 폭풍투어 Day2 -오사카 성, 귀국- (10/7/2007)

폭풍같았던 하루가 지나가고 다시 아침이 찾아왔다. 정신없이 자고 있던 우리들은 9시가 되어서야 꾸물거리며 자리에서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제 이불 속으로 들어간 시간이 새벽 3시였으니 뭐..-.- 사실 아침 일찍 일어나 교토에 다시 한번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너무 늦어버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늦잠을 잔 것과 계획이 틀어진 것에 대해 아쉬워 하거나 탓하지 않았다. 어젯밤 '형식적' 으로 맞춰 둔 자명종 소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토에 대한 미련을 버린 우리는 바로 그 다음 계획을 진행하기로 했다. 자 그럼 셋이서 사진 한장 찍고 오늘 하루도 기운차게 출발해볼까? 하나 둘 셋~ 이런... 10시 쯤 민박을 나선 우리는 마츠야(松屋) 로 가서 아침을 먹은 뒤 난바역 근처의 북오프로 향했다. 처..

2007 칸사이 폭풍투어 Day1 -교토, 코베, 오사카- (10/6/2007)

정규편이 아닌데다 비행거리도 짧아서 그런지 비행기 안에서는 이렇다할 편의가 제공되지 않았다. 아니 그래도 기내식은 그렇다쳐도 맥주는 줘야지.. 한시간 반이 될까말까 한 짧은 비행 뒤 칸사이(関西) 공항에 도착했다. 물론 잠은 한숨도 못 잤다..ojL 아 졸려죽겠네 게이트를 나와 입국수속을 기다리는데, 여기서 우린 첫번째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입국카드에 일본에 머무를 동안 지낼 주소지와 전화번호를 적어야 하는데, 민박 바우쳐 및 모든 여행관련 서류들이 따로 보내버린 짐가방 속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당황한 우리는 곳곳에 비치된 여행안내 팜플렛 등을 주워들고 혹시 주소로 써먹을만한 데가 없나 찾아봤지만 그다지 도움되는 내용은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다 어차피 관광객이란건 저쪽 직원들도..

2007 칸사이 폭풍투어 前夜 (10/5/2007)

부쩍 바빠진 회사일 덕분에 오늘도 10시가 다 되어서야 사무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 함께 할 일행들과는 10시 30분에 김포공항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약속시간까지 가기는 힘들것 같았다. 화장실에 들러 헐레벌떡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지하철을 타러 갔다. 5호선을 타고 김포공항역에 도착해 먼저 도착해 있던 일행과 합류했다. 지난 2004년 히로시마-도쿄를 청춘 18 하나로 왕복했던 근성가이 이나바 형과(당시 난 따라다니기만 했을 뿐 모든 계획은 이나바 형이 짠 것이다), 어렸을 때 가족여행을 제외하고는 형제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은 관수 형이 바로 이번 여행에 함께 할 멤버들이었다. 드디어 출동이다. 세명이 모두 모인 뒤, 11시 6분에 출발하는 공항..

2007 도쿄 여행기 Day5 -이케부쿠로, 귀국 & Epilogue- (7/17/2007)

새벽녘에 살짝 잠이 깨었는데, 빗방울이 지붕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 시작인가.. 하고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는데 다행히 얼마 안가 빗소리는 멎었다. 그 뒤 다시 잠들었다가 아침이 되어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정리를 마친 뒤 나 역시 김군처럼 쪽지 한장을 남겨둔 뒤 짐을 들고 원룸을 나왔다. 신오쿠보를 떠난 나는 다시 한번 이케부쿠로로 향했다. 공항 갈 때까지 시간도 애매하고 아침에 갈데도 없어서 마지막으로 태정낭만당에서 시간이나 때울 요령이었고, 정우형이 묵고 있는 호텔이 이케부쿠로에 있었기 때문에 어찌어찌하다보면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백만분의 일 정도의 기대도 있긴 있었다. 태정낭만당에 들어서니 뭐 거의 기대한대로(?) 정우형은 역시 없었다. 나는 그 와중에도 없는 돈을 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