サクラ大戦/Event

2013 뉴욕 호시구미 쇼 ~와일드 웨스트 희망~ 관람기 (2013.07.28)

GONZALEZ 2017. 8. 17. 20:46

2014/08/28 23:00

 

전날(토요일)엔 좀 일찍 끝나나 했는데 짤없이 5시까지 근무했다. 안양에 도착한 건 밤 9시가 넘어서였지만 버스 안에서 딴짓 안하고 얌전히 노래만 들어서 그런지 아주 피곤하지는 않았다.

여행(?)을 앞두고는 늘 잠을 설치기 마련이지만, 억지로 잠을 청하니 세시간 정도는 잔 것 같다. 네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마친 뒤, 뉴욕 호시구미의 공연을 기념하여 그동안 한 번도 입지 않고 애지중지하던 카멜로 안소니의 뉴욕 닉스 티셔츠를 꺼내 입고 밖으로 나왔다.

8시에 김포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9시 50분 쯤 하네다에 도착해 순식간에 입국수속을 받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전날 밤엔 비가 그렇게 왔다는데 다행히 이날 도쿄는 맑았고 그리 덥지도 않았다. 케이큐선 공항쾌속을 타고 신바시로 가서 도쿄메트로 긴자선으로 갈아타 가이엔마에 역에서 내렸다.

당일치기를 처음 시도했던 2012년에는 공연장으로 가고 있는 순간에도 외계인이 머리속에 칩을 박고 날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는데, 그래도 이번엔 두번째라고 조금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역 근처의 패밀리마트에서 티켓을 발권 받고 11시 반 조금 안되서 일본청년관에 도착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여전히 밥 래시 선생 코스프레를 한 료마군과 그 밖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아직 선행판매가 끝나지 않았길래 굳즈를 구입해 입장렬에 합류했다.

 

 

 

청년관 가는 길에. NEWS라는 가수의 공연이 있는지 역 주변이 북적거렸다.

 

 

리틀 립 청년관 : )

 

 

내 티켓. 간만에 앞자리가 걸렸다.




12시를 5분 남겨두고 댄디단 3인방(소노오카 신타로 씨, 니시무라 요이치 씨, 베로 타케다 씨)이 등장해 악수회가 시작되었다. 세 사람의 뒤를 이어서 신지로 스가누마 히사요시 씨가 달려와 관객들 사이로 하이터치를 하며 지나갔다 :-D 

입장 뒤에는 굳즈도 이미 구매했겠다 개연까지 한시간 가깝게 남아있었기 때문에 괜히 로비를 어슬렁거리거나 왕년의 동지(지금은 탈덕) 정우형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공연보러 왔다고 자랑을 하면서-_- 시간을 때웠다. 길지만 결코 지루하지는 않은 기다림과 함께 극장 안의 시계는 1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공연 시작..


공연 셋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와일드ㆍ웨스트ㆍ희망(ワイルド・ウエスト・希望)
댄디(ダンディー)
사랑이야기(恋バナ)
신시내티 퀸(シンシナティ・クイーン)
마적ㆍ밤의 여왕의 아리아(魔笛・夜の女王のアリア)
미주리 캣(ミズーリキャット)
쇼는 즐거워(ショウは嬉しい)

와일드ㆍ웨스트ㆍ희망(ワイルド・ウエスト・希望)
포아종~「클레오파트라」에서~(ポアゾン~「クレオパトラ」より~)
BON-PSY
사랑한다고(愛してるって)
쇼는 즐거워 VS 마적ㆍ밤의 여왕의 아리아(ショウは嬉しい VS 魔笛・夜の女王のアリア)
반짝반짝 별을 눈동자에, 내일 또 만나요(KIRAKIRAと星を瞳に、また明日)
여기는 파라다이스 ~리틀 립 시어터의 테마~(ここはパラダイス ~リトルシップ・シアターのテーマ~)
지상의 전사(地上の戦士)


이번 공연 역시 다수의 신곡들을 선보였는데,「와일드ㆍ웨스트ㆍ희망」「신시내티 퀸」「미주리 캣」「쇼는 즐거워」「사랑한다고」「반짝반짝 별을 눈동자에, 내일 또 만나요」까지 총 여섯 곡이다. 마적ㆍ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제목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 유명한 모짜르트의 오페라 넘버.

본 공연에 앞서 제도 하나구미가 특별게스트로 출연해 타케다 씨와 함께 마에세츠를 선보였다. 공연마다 바뀌는 게스트 중 이날 등장한 멤버는 마리아 타카노 우라라 씨. 타케다 씨가 잠시 무대를 비운 사이 마리아는 게키테이 강좌를 시작하는데..^^; 부도칸 이후로 얼굴 보기 힘든 제도 하나구미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반가웠지만 사실 아쉬움이 더 컸다. 아이리스가 바로 전날(토요일) 출연했기 때문에..TT 이 블로그를 오래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내 심정을 이해하실 듯..

처음 공연 소식이 발표되었을 때 형식이 라이브에서 쇼로 바뀌었다는 사실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닌게 아니라.. 연극적 요소가 강해진 지난 두번의 라이브가 사실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분위기가 시리어스해지다 보니 사쿠라대전 공연 특유의 시끌벅적한 흥취가 조금 덜한 편이었고, 그런 심각한 상황을 펼쳐놓고 보니 이야기가 전형적인 기승전결을 따를 수 밖에 없게 되어 두 공연의 플롯이 흡사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아무튼 그런 우려를 가진 채로 맞이했던 공연이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우였다.

지금까지 기존의 쇼 형식을 갖춘 무대(가요쇼 등)가 '1막: 공연을 앞둔 멤버들의 일상' '2막: 극중극'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뉴욕 쇼는 무대의 시작부터 끝까지 극중극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굉장히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자칫하면 난잡해 질 수도 있는 구성이었지만 무대의 앞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회상을 오가며 숨가쁘게 달려가는 스토리 속에서도 그런 걸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꽉 짜여진 각본이었고, 무대 연출 또한 적절한 템포로 완급 조절이 잘 되어 있었다.

무리하게 스케일을 키우거나 시리어스한 상황들을 만들지 않는 점도 좋았다. 초반 샤먼이란 인물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존재감을 과시하지만 그 배우가 니시무라 요이치 씨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마는 것이다.. 니시무라(혹은 샤먼)도 심각해지지 말라는 듯 시종 애드립을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여담이지만 니시무라 씨는 니시무라ㆍ샤먼 1인 2역에, 극의 난투 씬(殺陣)의 지도까지 담당해서 이번 공연에서 가장 고생하셨을 듯.

신캐릭터 에마를 연기한 키타하라 루미 씨는 현역 소프라노 가수로서, 극 중에서도 그대로의 설정으로 등장해 현직의 위엄을 뽐낸다. 스타 파이브를 상대로 혼자서 노래배틀(?)을 펼치는 장면은 압권. 에마 역시 샤먼과 함께 극의 흐름을 주도하고 갈등을 이끌어가지만 딱히 질질 끌지 않고 간결하게 결말이 맺어지는 것도 인상적. 클라이막스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에마가 직접 제시하는 것도 신선했다.

대사가 대폭 늘어나면서 출연진들의 실수가 종종 눈에 띄었는데, 이 중 압권은 서니사이드와 라체트의 대화 씬에서.

공연 중에는 다소 경박하거나 코믹한 이미지가 앞서는 서니사이드지만, 이 씬에서 만큼은 유독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원래는 "비밀부대, 뉴욕화격단!" 이었어야 할 대사를


"제국화격단!!"


이라고 외치는 대형사고를 치고만다;;; 순간 무대에 정적이 흐르고.. 산전수전 다 겪은 라체트 역의 쿠노 아키코 씨도 멈칫.. 아이러니하지만 이 장면에서 우치다 나오야 씨가 대단하다고 느낀게 그 뒤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그리고(また), 뉴욕화격단!" 이라고 태연하게 대사를 이어가는 것이다. 관객들이 이미 웃고 있었다는 건 함정; 다른 사람 같았으면 '뭐야 이게!' 싶었을 상황이었지만 우치다 씨의 한마디에는 왠지 모를 설득력이 있었다.

시각적(?)으로도 즐거운 무대이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안무가 은근히 섹슈얼한 면이 있었다. 윌 스미스의 WILD WILD WEST를 떠올리게 하는 군무라던가.. 그리고 아소 카오리 씨의 신시내티 퀸은 정말.. 어린이 관객들도 많았는데 그냥 보여줘도 되는건가.. 아니 그보다 애엄마가 저래도 되나;; 동작 하나하나에 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어떻게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섹시한 무대 속에, 원래는 사지타와 스바루의 듀엣곡을 선보이는 자리였지만 그 둘을 볼 여유가 없었다..-_- 그 밖에도 후타바의 이도류라던가 신지로의 키스씬.. 얘기거리가 산더미 같지만 일일히 열거하다간 끝이 없을 것 같으니. 그래도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는.. 설마 거기서 제미닌이 나올 줄이야 하하 XD

앞서 언급한 지난 두번의 라이브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게 공연을 한번만 봐서는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확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대략적인 줄거리 외에는 아무런 예습(?)이 없는 상태였지만 무대에 몰입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역시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려면 본격적으로 해야 되는 건지, 그야말로 쇼라는 이름에 걸맞는 무대였으며 너무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무대인사까지 마무리 되고 '마텐로니바큥~' 을 외친 뒤, 공연장을 나오자 시간은 3시 40분 정도가 되어 있었다. 이날 만나기로 한 리드 님에게 전화를 걸어 4시에 클럽세가 앞에서 보기로 한 뒤, 극장 앞에 모여있던 지인들과는 대충 눈도장만 찍고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극장 로비에 있던 'TOMO TOON' 의 홍보 포스터. 사쿠라대전 코믹스를 CG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선보이려는 기획이었지만 결과는..

 

 

에리카 넨도로이드의 발매 소식도 공연장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아키하바라에서.. 요도바시 카메라의 페퍼런치.




없는 시간을 쪼개서 어떻게 아키하바라까지 오긴 했는데, 6시까지 공항으로 가려면 한시간 반 남짓한 남은 시간 동안 뭘 하기도 애매했다. 잠깐 소프맙에 들러 봤지만 내가 찾는 게임들은 없었고, 다른 매장을 찾아 볼까 하다가 그냥 모처럼 만난 리드 님과 느긋하게 얘기나 나누기로 하고 요도바시의 식당가로 가서 일찍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는 6층의 게임 코너를 어슬렁대다가 5시 반에 리드 님과 작별하고 공항으로 출발. 하네다로 가는 모노레일 안에서 반쯤 기절한 채로 졸고 있다가 국제선 터미널에 도착하자 조금 정신이 돌아왔다. 지난 공연 때 아무 생각 없이 사이륨을 사들고 왔다가 공항에서 전전긍긍한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지퍼백에 따로 넣고 바로 통과. 역시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해.

하네다에서 김포까지의 비행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집으로 가는 건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방민의 설움을 이런데서 실감할 줄이야.. 전주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여전히 새벽 두시 반.

지난번에 당일치기를 한번 더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었지만 말이 씨가 된다고, 정확히 1년 뒤에 같은 공연에서 또 경험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_-

...그리고 이제는 연례행사가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2013 뉴욕 호시구미 쇼 ~와일드 웨스트 희망~ 관람기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