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1~2015

2011 도쿄 근교 나들이 -코마노사토- (5/8/2011)

GONZALEZ 2011. 5. 13. 08:23

하루 맑았다 하루 비왔다 하는 와중에 모처럼 주말에 하늘이 활짝 개었다. 골든위크도 오늘로 끝이겠다 나들이나 다녀오자는 생각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오늘 갈 곳은 5년 전 부터 간다 간다 하면서 안 가고 있던 코마노사토(高麗郷).

코마노사토란 정확한 행정구역상의 명칭은 아니고 현재의 사이타마(埼玉)현 히다카(日高)시 코마혼고(高麗本郷) 부근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주쿠에서 코마노사토로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JR 사이쿄(埼京)선을 타고 카와고에(川越)에서 갈아타 코마가와(高麗川)까지 가는 것과, 또 하나는 세이부 신주쿠 역에서 세이부(西武)선을 이용해 토코로자와(所沢)에서 갈아타서 한노(飯能) 행 열차를 타고 코마(高麗)까지 가는 것이다.

코마노사토의 주요 볼거리인 코마 신사(高麗神社)와 쇼덴인(聖天院)은 코마가와 쪽이 더 가깝지만 나는 후자를 택했는데, 차비가 거의 두배 가깝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JR 950엔, 세이부 540엔)

세이부 신주쿠 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자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은 몇 없었다. 중간에 열차를 몇번 갈아타며 코마로 향했고 시간은 한시간 반 정도 걸렸다.

코마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자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나란히 서 있었다. 高麗라는 이름에서부터 짐작을 할 수 있듯이 이곳은 삼국시대 고구려 유민들이 정착하여 살던 곳으로 당시에는 코마군(高麗郡)이라고 불리우던 곳이다.

예전에 일본 여행을 다닐 때도 항상 계획에는 넣어두고 있었는데 도쿄에서는 제법 멀기도 하고 볼거리가 썩 많지는 않다는 말에 일정을 바꾸고 바꾸고 하다보니 5년이 지나버렸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역 앞에는 하이킹이라도 하러 온건지 몇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역을 나서니 장승이 반긴다.


아담한 코마역의 모습. 어르신들이 많이들 오셨다.



역 앞에는 몇가지 안내도 같은 것들이 놓여 있긴 했는데 정작 어디부터 가라는 표지판이 없어서 조금 헤메다가 길을 찾아서 본격적인 코마노사토 탐사를 시작했다.

처음 들르게 된 곳은 코마 석기시대 주거지. 高麗라는 한자에 한글 안내판까지 있어서 우리나라랑 관계 있는 곳인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여긴 일본의 죠몬 시대 유적지. 그냥 이동네 이름이 코마라서 이름이 저렇게 붙은 것 뿐이다. 그런거 제쳐 두더라도 민가들 사이에 조그마한 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서 별로 볼 것도 없긴 했지만.. 유적지를 뒤로 하고 길을 내려와 코마노사토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쇼덴인과 코마 신사로 향했다.

쭉 걸어가다 코마가와를 건너자 편의점이 하나 나왔는데 코마 역의 간이매점이 문을 닫은 탓에 역 앞에서 아무것도 사올 수 없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보급을 해 가기로 했다. 여기서 쇼덴인까지도 40분 가깝게 걸린다고 하니.. 오니기리 두개를 사들고 편의점을 나와 다시 길을 나섰다. 도쿄 근교라고는 해도 이 동네는 거의 시골에 가까웠다. 어디서 들은 얘기로는 하이킹 코스로도 각광 받는 곳이라고는 하는데 딱히 보행자를 위한 길이 없어서 그냥 차도로 가야 된다. 안습..

언덕 몇개를 넘자 멀리 쇼덴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구려 유민들을 코마군에 정착시킨 약광이라는 인물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이 쇼덴인이라고 한다. 이곳에도 코마 역처럼 입구에 장승이 서 있었고, 오른쪽으로 돌아가자 약광을 모신 사당이 마련되어 있었다. 바로 옆에 있던 비석에는 어째서인지 전 국무총리 김종필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ㄷㄷ

300엔을 내고 경내로 입장하자 방문객은 나를 포함해 서너 명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원래 어딜 가든 빨빨거리며 후닥닥 보고 나오는게 특기인 나였지만 사람도 없는데 그냥 느긋하게 있다 나오기로 했다. 서둘러봤자 다른데 더 갈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니.. 천천히 안을 한바퀴 돌고 쇼덴인을 나오자 딱 점심 때가 되어 있었다. 


출발.. 시작부터 길을 헷갈림.


쇼덴인과 코마신사로 가려면 요 굴다리를 지나서.


코마 석기시대 주거터 앞에서..


이게 전부.


히다카라.. 정말 멋진 이름이야.


코마가와를 건너서.


세븐일레븐에서 물자를 보충했다.


다시 앞으로..


날씨 좋고..


쇼덴인 가는 길 300미터. 코마 역에서 2키로 넘게 걸어왔다.


쇼덴인 도착..


여기도 장승이 서있다.


카미나리몬


입장하기 전에..


작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다.


본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 아니키!!


본당 정면으로 경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코마노사토의 전경도.


쇼덴인 본당.


입장은 유료.


들여다보면 이렇다.


본당 앞에 심어져 있던 나무.


안쪽에 세워져 있는 재일 한민족 무연고자 위령탑


이분이 약광.


왕인 박사ㆍ무열왕의 석상. 옆에는 신사임당과 정몽주 석상도 있었다.


위령탑..


묵념..


가장 안쪽에는 단군 석상이 자리잡고 있다. 누가 꽃을 놓고 갔네..


팔각정.


다시 내려와서.


약광을 모신 사당. 고려왕묘..


김종필 지원유세하러 나왔다가 조용필을 외치던 아주머니가 생각난다.


나가기 전에 한장.


쇼덴인 앞의 벤치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남은 목적지인 코마 신사로 걸음을 옮겼다. 코마 역에서 쇼덴인까지 오는게 멀어서 그렇지 일단 여기까지 오고 나면 코마 신사는 금방이었다. 5분 정도 걸어서 바로 신사에 도착했다. 사람이 거의 없었던 쇼덴인과는 달리 코마 신사는 코마가와 역이랑 가까워서 그런지 꽤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입장료가 없기도 하고 가볍게 들렀다 가기 좋을지도..

코마 신사는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 약광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인데, 일본인들이 참배하러 와서 장승 앞에서 사진 찍는 모습을 보니 왠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깝다고 메이지진구 같은데서 동전 던지지 말고 소원 빌고 싶으면 여기 들렀다 가는게 어떨지?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실제로 한글로 써진 에마도 제법 눈에 띄었다.

신사에서 시간을 좀 보내다 이로서 오늘 할 일은 다 한 것 같아서 돌아가기로 했다. 이곳에서 JR 코마가와 역이 25분 거리로 가깝다고는 하지만, 역시 1000엔에 가까운 차비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세이부선을 타기로 하고 도로 왔던 길을 돌아가 코마 역으로 향했다. 

다시 쇼덴인을 지나 코마가와를 건너 한시간 가량 걸어가 코마 역으로 돌아왔다. 열차 시각표를 보니 한적한 곳이라 그런가 열차는 한시간에 두어대 정도 밖에 지나가지 않았다.

코마 신사를 떠난게 한시 쯤이었는데, 신주쿠에 도착하자 4시가 넘어 있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시간이 너무 남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오고 가고 어쩌고 하다 보니 적절한 하루가 되었다.

노는 날도 다 지나갔군..


코마 신사 도착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다.


토리이를 지나서


예전에는 신사에 태왕사신기 포스터 붙어있고 그랬다는데.


약광의 후손들이 거주하던 집이라고..


신목(神木)


나름 코마군 마스코트도 있는 모양이다. 오빠가 토라이 군, 동생이 미라이 쨩.


주차장에 장승이 있다.


다시 돌아가는 길.


열차는 언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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