サクラ大戦/Event

2012 파리 하나구미 라이브 ~레뷰 몽 파리~ 관람기 (2012.12.29)

GONZALEZ 2017. 8. 16. 00:28

2013/09/09 23:14

 

 

연말에는 업무에 치여 조금도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퇴근해서 안양으로 올라온 시간은 밤 12시가 다 되어서였다. 아침 8시 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려면 바로 잠들어도 모자랄 판에 여행정보를 찾을 게 있다며 늦게까지 인터넷을 뒤지다 결국 두시가 넘어서야 침대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새벽 4시반에 알람이 울려 눈을 떴지만 조금 더 자도 되겠지 라는 생각에 도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눈을 떠보니 시계는 6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난 이게 꿈인 줄 알았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7시 40분이었다.

일본항공의 탑승수속 카운터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고 두명 정도의 직원만이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카운터로 달려가 얼굴을 내밀자 안 온 사람이 나 밖에 없었는지(당연하지만) '송XX' 승객 아니냐고 물으며 수속을 해준다. 마감 시간을 훨씬 넘겼지만 그나마 따로 보내는 짐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인천이었으면 어쩔 뻔 했냐.. 일본 좀 가봤다고 자꾸 우쭐대는데 언젠가 큰 코 다치는 날이 올 것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아침이 지나가고 오전 10시쯤 하네다에 도착했다. 혹한과 함께 폭설이 퍼붓던 한국과는 달리 도쿄는 전혀 춥지 않았고 심지어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마저 있었다ㄷㄷ JR 시부야역에서 내린 뒤 패밀리마트를 찾아가 오늘 관람할 라이브 티켓을 발권하고 아오야마 극장으로 향했다. 처음 공연 소식을 접했을 때는 영 애매한 일정(수~토)에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요행히 29일부터 연휴가 시작되어 마지막 날 공연에 맞출 수가 있었다. 아침부터 그 난리를 피우긴 했지만..

 

 

 

어떻게 SS석이 M열까지 밀릴 수가 있냐..

 

 

아오야마 극장 앞에서




극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반이 좀 안되서였는데, 극장 앞에는 료마군을 비롯한 친구들이 먼저 와 있었다. 여름 이후의 재회였지만 나도 줄을 서야 했기 때문에 오래 이야기하진 못하고 대기열 후미로 향했다.

줄을 서면서 주위를 살펴보니 아이를 동반한 가족 팬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사쿠라대전이 인연이 되어서 결혼까지 골인한 이른바 '사쿠라혼' 커플들이 제법 있다는데 첫번째 가요쇼 '사랑 때문에' 가 1997년이니 사쿠라대전 공연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마냥 신기한 일 만도 아닌 듯. 나 역시 늘 꿈꿔왔던 미래였지만 작년 여름 이후로 현실은 시궁창..

입장을 앞두고 코헤이 선생님을 필두로 한 악수회가 시작되었다. 포스터에서 주인공급 포스를 뿜어대던 타카기 와타루 씨는 악수회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팬들에게 당근을 선물로 받는다거나..;

선행판매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입장하자마자 굳즈를 사러 갔는데 판매대열이 좀 이상하게 꼬여있었지만 어째 바로 구입을 할 수 있었다. 당일치기라 모든 걸 불사르는 게 가능했던 뉴욕 때와는 달리 이번엔 빠듯한 예산으로 4박 5일을 버텨야 했기 때문에 공연 굳즈를 전부 구입하지는 못했다.


공연 셋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ACT 1

꽃의 파리(花の巴里)
고독과 경멸과 검은 정열(孤独と軽蔑と黒い熱情)※
마음의 우산은(心の傘は)
192455631
에로이카/영웅전설(エロイカ/英雄伝説)
마법처럼(魔法のように)
황혼의 스트레인저(黄昏のストレンジャー)※
사랑의 equation(恋のequation)※
그대여 꽃이여(君よ花よ)


ACT 2

샤노와르(シャノワール)
찬송가 312장「자애로우신」(聖歌312番「いつくしみ深き」)
시조의 테마(シゾーのテーマ)
꿈을 쫒는 사람(夢追い人)
사랑의 등불을 세느강에 밝혀라(愛の灯をセーヌにともせ)
함께 걷자(いっしょに歩こう)
래그타임 쇼(ラグタイムショウ)
내 마음의 베르 에포크(我がこころのベルエポック)※
사슬과 장미와 희망의 쥬뗌므(鎖と薔薇と希望のジュテーム)※
데상브르 미라보 다리(デッサンブル ミラボー橋)※
내일의 나에게 꽃다발을(明日のわたしに花束を)※
깃발 아래서(御旗のもとに)

※마크가 붙은 것은 신곡으로 이번 공연에는 7곡이나 추가되었다. 찬송가 312장「자애로우신」은 히로이/타나카 콤비의 작품이 아닌 실제 찬송가인데 한국에서는 '오늘 집을 나서기전 기도했나요' 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곡이다.(공연에서는 에리카가 불렀다)

천추락 공연은 공연장비 쪽에 트러블이 있어서 개연이 좀 늦어졌는데, 시작을 기다리는 관객들 사이에서 불쑥 빗자루를 든 남자가 나타났다. '안녕~' 객석 통로를 지나 무대로 향하는 그는 바로 히로이 오지 씨였다. 히로이 씨가 무대에 직접 모습을 보인 것은 라스트 레뷰쇼 이후 6년 만의 일.

히로이 씨가 직접 각본을 쓰기도 했고 이번엔 스토리에 공을 팍팍 들였다고 공연 전부터 여러 관계자들이 이야기 하고 있었지만 막상 객석에서 느낀 감상은 글쎄...? 일단 기본적인 플롯이 여름의 뉴욕라이브와 판박이었던 터라 할 얘기라곤 저것 밖에 없나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뭐 비슷한 플롯이라도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히로이 씨 쪽이 훨씬 세련되긴 했지만 결국 신선함은 없었으니까.

새롭게 등장한 필블랑과 레느는 1회용으로 소비되기에는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는데(캐스트도 화려하다!) 마지막엔 너무나도 예상 가능한 결말과 함께 퇴장해 버려서 아쉬움이 남았다. 레느의 의상이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카나메 마도카' 와 흡사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해당 작품에 출연한 바 있는 노나카 아이 씨의 취향이 반영된 것인지?

당초 출연이 불투명 했던 오오가미 역의 스야마 아키오 씨는 특별출연 같은 느낌으로 짧게 모습을 드러냈다. 가요쇼 시절도 그렇고 무대에서는 조금 역할이 붕 뜨는 감이 없지 않았던 오오가미였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위기에 몰린 파리 하나구미 앞에 나타나 전환점을 마련해주는 장면을 연출하며 대장으로서의 존재감을 십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야마 씨는 확실히 파리 멤버들과 함께 하는 게 심정적으로도 편안함을 느끼는 듯. 그렇게 무대 서는게 싫다는 사람이 시마즈 사에코 씨의 토크 라이브에는 꼬박꼬박 게스트 출연해주는 것도 그렇고..

써놓고 나니까 뭔가 맘에 안드는 게 잔뜩 있었던 것 같은데 특별히 그랬던 건 아니고 공연 자체는 아주 즐겁게 감상했다. 다만 뉴욕 라이브 때와 마찬가지로 일정도 그렇고 주변 정황이 도와주지를 않는 달까.. 전날 일 끝나자마자 지방에서 올라와서 잠도 얼마 못자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와 극장으로 직행.. 여전히 정신없는 가운데 관람한 공연은 대본에도 없는 온갖 애드립으로 점철된 천추락(이번에는 공연이 지연되는 바람에 애드립이 적었다고는 하나). 내용 이해는 둘째치고 객석 분위기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우니 이래서야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할 리가..

공연이 끝난 뒤 서프라이즈라고 하긴 그렇고 가슴 찡한 장면도 있었는데 2006년 '신 사랑 때문에' 를 시작으로 지난 6년간 사쿠라대전의 무대에서 댄서로 활약해 온 마미야 나오 씨가 졸업을 발표한 것. 공연 전 코헤이 선생님이 블로그를 통해 떠나는 나오 씨를 위해 성원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고 관객들은 커튼 콜과 기립박수로 화답하였다. 나오 씨는 쫑파티 때 히로이 씨에게 꽃다발을 받아들고 펑펑 울었다고..


 

극장에 붙어 있던 벽보. 사쿠라대전 아트 페스티벌과 활동사진 블루레이 발매 소식..

 

 

이제 진짜진짜 마지막?




막이 내린 뒤 극장을 나와 다시 료마군과 합류하자 예전에 이벤트를 통해 알게 된 사이인 타케 씨, 포뇨 씨 등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사쿠라대전 아트 페스티벌 때문에 바로 아키하바라로 갈 생각이었는데 그럼 료마군이 자기 일행과 같이 가자고 하길래 우리는 택시를 타고 요츠야까지 가서 다시 전철로 갈아타 이벤트장으로 향했다.

사쿠라대전 아트 페스티벌에서는 천추락 다음날인 30일 호화 게스트가 출연하는 토크쇼가 예정되어 있었는데(파리 하나구미 전원!) 토크쇼에 참가하려면 전시회 기간 중 회장 내에서 3000엔 이상의 굳즈를 구입한 뒤 추첨을 통해 참가권을 받아야 했다. 게스트가 게스트인 만큼 경쟁률 또한 치열할 터인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내가 일본에 온 날이 바로 전시회 마지막 날이었다. 전시회 폐장은 저녁 6시였는데 공연이 4시 반에 끝났으니 내게 참가권을 얻을 기회는 한시간 남짓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벤트 장소인 후지소프트 아키바 프라자에 도착하니 이미 전시장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규모가 커진 만큼 예년과는 달리 희귀한 자료들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걸 신경쓰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일단 되는대로 3천엔어치 굳즈를 집어들고 계산을 마친 뒤 추첨을 했지만 꽝. 첫날부터 돈을 꽤 써버렸기 때문에 두번째 시도가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사실 굳즈가 몇 종류 있지도 않았는데 그나마도 거의 가지고 있는 것들 뿐이라 뭘 사야 되나 싶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잠깐 고민하다 마음을 굳히고 다시 구매열에 합류했다. 그새 줄은 잔뜩 늘어나 있었고 한참을 기다려서야 내 차례가 돌아왔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꽝... 순식간에 6천엔이 없어지고 허무함에 웃음만 나왔다..

 

이런 날도 있나 보구나 하면서 료마군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자 타케 씨가 내게 추첨 결과를 묻는다. 일행은 이미 각자의 방법으로(추첨에서 당첨되거나, 15만엔 상당의 원화를 구입하거나..-_-) 참가권을 확보해 둔 상태였다. 방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 줬더니 그들도 아쉬워 하는 모습이었는데 그러다가 자기들끼리 뭔가 의논을 하는가 싶더니 내게 참가권 한장을 내미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까지는 잘 듣지 못했지만 타케 씨의 누나인 레이코 씨도 이번 토크쇼에 참가할 예정인데 어쩌다보니 티켓 한장이 남았다는 것 같았다. 고마움과 또 이걸 받아도 되나 하는 마음에 몸둘 바를 몰랐지만.. 료마군을 알게 된 뒤로 늘 신세만 지고 있는 것 같다..ㅜㅜ

폐장이 6시라고는 했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시간이 한참 지나 전시물들을 치우고 나서도 회장 자체는 오픈되어 있는 상태였다. 아까 얘기가 나왔던 레이코 씨를 비롯해 몇명이 더 일행에 합류했고 우리는 뒷풀이를 하러 아키하바라 역 근처의 술집으로 향했다.

술자리에서 나눴던 대화들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뭐 공연 이야기라던가.. 천추락 1회만 감상한 나로서는 대화에 끼어들기 뭣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들 스토리 문제는 한 번씩 지적하더라 :-p
 
두시간 정도 지나 밤이 꽤 깊어졌기 때문에 슬슬 헤어지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여기 모인 사람들과는 다음 날 또 만날거고..(토크쇼) 작별인사를 나누고 나도 호텔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사쿠라대전 아트 페스티벌에서.. 각 도시를 테마로 한 세가지 맛의 논알콜 칵테일을 판매중이었는데 정신이 없어서 똑같은 걸 두개 먹었다.(파리)

 

 

파리 하나구미의 대형 판넬이 전시 중이었는데 기념촬영을 못한 아쉬움이(클릭하면 확대)

 

 

이건 극장에서도 본 거지만

 

 

 

이번엔 호텔을 예약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좀 있었다. 평소처럼 여행을 한달 정도 앞두고 느긋하게 호텔 예약을 하려는데 그 동안 애용해 왔던 아쿠세라는 물론 대부분의 호텔이 만실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니 연말이란 걸 생각해 보면 당연한 얘긴데.. 발등에 불이 떨어져 미나미센쥬의 비지니스 호텔이란 호텔을 죄다 뒤진 끝에 '호테이야' 라는 곳에서 빈방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이렇게 지나간 얘기 하듯 쓰고 있지만 그때는 정말 얼굴이 파랗게 질려 노숙해야 되는건가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_- 

호테이야는 아쿠세라에서 한 블럭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고 숙박비는 1박에 2700엔으로 더 저렴한 편이었다. 시설이 조금 낡은 듯한 느낌은 있었지만 난 와이파이 터지고 성인방송만 잘 나오면 그만이라.

체크인을 마치고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우니 이제서야 머리 속이 정리되고 여유가 좀 생기는 것 같았다. 풋사과 시절 처음 일본에 놀러 가 오만 고생을 사서 할 때마다 '나도 나이 먹고 돈도 벌고 하면 그때는 여행 다운 여행을 하게 되겠지??' 라는 상상을 했었던 것 같은데 30대가 된 지금도 변한 게 없으니ㅉㅉ 그때나 지금이나 여행 가는 목적이 한결같은 걸 보면 앞으로도 달라질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열두시가 넘도록 리모콘을 만지작 거렸지만 TV는 별로 재미가 없었고 그만 잠을 자두기로 했다.

토크쇼는 오후에 시작하므로 아침까지 늦잠을 자도 지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Part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