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1~2015

2013 토쿄 여행기 Day 6 -료호지(모에지)- (2014.01.02)

GONZALEZ 2024. 1. 14. 01:25

드디어 여행 마지막 날 정리. 

전날 새벽까지 안자고 논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는 건 굉장히 힘들었다. 원래 일어나기로 한 시간에 한번 깼다가 도로 쓰러졌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야 간신히 일어날 수 있었다.


간단히 차려둔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서 나갈 준비를 했다. 타케야마의 부모님은 그새 일어나서 나를 배웅해 주셨다. 감사인사를 드리고 타케야마와 빌딩을 내려왔다. 타케야마네 집 근처에 '하츠네' 라는 이름의 과자가게가 있어서 이름답게 하츠네 미쿠 피규어 같은게 장식되어 있다길래 집을 나서는 길에 한번 가봤는데 연초라서 문이 닫혀 있었다. 아침 일찍 나와서인지 거리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닌교쵸역에서 하치오지까지는 꽤 멀어서 70분 정도 걸렸다. 출구를 나와서 료호지를 찾아가는데 계획을 내가 짜놓고는 위치를 제대로 알아오지도 않아서-_- 이리저리 헤메다가 타케야마가 구글 맵을 뒤져서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하치오지역 출구에서부터 이런게 보인다. 료호지를 소재로 한 게임인 듯?

 

 

겉에서는 그냥 평범한 절처럼 보이지만

 

 

들어가자마자 이런 간판이 보인다.

 

 

 

료호지는 '모에지(萌え寺) 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한데, 이름만 봐서는 이 무슨 컨셉질인가 싶기도 하지만 1491년에 창건되어 무려 5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이라고 한다. 경내의 간판에 어려운 말만 쓰여있어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어보려던 차에 '토로미' 라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소개받았고, 그 결과 위 사진에 있는 간판이 탄생한게 모에지의 시작이었다고.

 

주지스님의 말을 빌자면 당시에는 절을 이런 느낌으로 꾸며도 되는 건가 싶어서 굉장히 갈등했으나, 정작 가족이나 절 관계자들은 전혀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이 '토로미' 씨는 일본유학 시절 키치죠지의 한 이벤트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땐 전혀 몰랐지만 대단한 분이셨구나.. 토로미 씨는 일러스트 외에도 료호지의 테마송 등도 담당하였다.

 

 

 

모에지라고는 하지만 그냥 동네에 있는 조그만 절이라서 방문객들도 그냥 평범한 동네사람들이었다.

 

 

경내에 세워져 있던 료호지 이타샤

 

 

다키마쿠라까지 완벽하다.

 

 

5각형 에마와 하트모양 에마가 같이 걸려있는 걸로 보아 일반인/오타쿠 고객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는 듯

 

 

본당 앞에서. 모에지의 정식 명칭은 쇼에이잔(松栄山) 료호지. 종파는 일련종.

 

 

바로 옆에 있는 이나리 신사.

 

 

이상한게 하나 있는 것 같은데..

 

 

피규어가 모셔져 있었다-_-

 

 

그냥 피규어가 아니라 어엿한 벤텐불상(とろ弁天-토로벤텐). 세계 최초의 모에 불상이라고.

 

 

퀄리티가 상당한데 축소판을 시판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참배합니다.

 

 

절에서 키우는 건가? 구석에 강아지가 묶여있길래 한장.

 

 

경내의 안내판에도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다. '돈을 벌었다면 꼭 이나리님께 감사를 드립시다'

 

 

'벤자이텐의 거룩하신 모습을 조각한 불상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에마에)주소는 적지 말아주세요'

 

 

절 안을 대충 쓱 돌아보고 나오면 매점과 가판대에서 굳즈를 팔고 있다.

 

 

평범한 굳즈 뿐만 아니라 만화책이라던가 테마송 DVD를 비롯해

 

 

 

각종 캐릭터 상품까지.

 

 

스티커를 뽑을 수 있는 게임기도 놓여 있었다. 

 

 

오미쿠지를 캔뱃지 가챠 형식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소길!

 

 

그밖에 굳즈를 몇개 더 구입했다. 왼쪽부터 클리어파일, LED 캔들, 오마모리

 

 

가판대 옆에서 타코야키를 팔고 있길래 하나 사먹었다.(타케야마가 쏨)

 

 

'어느 절의 타코야키☆' 라니..

 

 

나가면서 한장. 간판이 신기한지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조그마한 절이 뭐 별게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한시간 넘게 머물다가 12시 넘어서 우에노로 향했다. 일단 케이세이 우에노역 코인로커에 짐을 넣어두고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괜히 헤메지 말기로 하고 역 앞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조촐하게 식사를 마쳤다. 

 

롯데리아를 나와서는 100엔샾을 찾아갔다. 전날 받은 종이백에 짐들을 챙기긴 했지만 재질이 얇고 군데군데 찢어지기까지 한지라 집까지 무사히 들고 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이상하게 100엔샾이 건물 꼭대기에 있어서 찾느라 고생하긴 했지만 아무튼 박스테이프를 구입해 종이백을 보수한 뒤 남는 시간동안 우에노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시노바즈 연못에서.

 

 

야타이에서 바나나쵸코를 사먹었다. 기대했던 맛과는 조금 달라서 미묘..

 

 

 

공원안을 여기저기 돌아본 뒤 아직 귀국까지는 시간이 좀 더 있었지만 의미없이 밍기적대지 않기로 하고 우에노 역으로 돌아왔다. 타케야마와 눈물의 허그 후 작별.

화장실 들르느라 기차 한대를 그냥 보내긴 했지만 우에노에서 공항까지는 편하게 앉아서 3DS를 하면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나리타는 너무 멀어서 가는 동안의 그 쓸쓸함을 견딜수가 없다. 공항으로 가는 사이 밖은 깜깜해져 있었다.

나리타에 도착해서 일본항공의 키오스크로 가봤는데 여기는 셀프 체크인이 안되서 카운터로 가야했다. 출국 게이트로 들어와 성인잡지를 사려다가 관두고 대충 시간 때우다가 비행기 타러.

인천공항 도착하니 타이밍 좋게 바로 안양가는 버스가 있어 카드결제 후 탑승. 그런데 범계역까지만 가는 버스라서 다시 지하철을 타야했다. 걍 다음 버스 탔으면 되는 거였는데.

 


10년 동안 쓴 여행기도 이걸로 드디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