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1~2015

2013 토쿄 여행기 Day 4 -카와고에- (2013.12.31)

GONZALEZ 2023. 7. 9. 03:49

일본와서 제시간에 잠을 제대로 자본적이 없어서 그런가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날은 아침 일찍 카와고에(川越)에 갈 계획이었지만 지금 몸상태로는 도저히 불가능할것 같았다. 

그렇게 뻗어있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나갈 준비를 했다. 시작하자마자 계획이 틀어져서 조금 김이 빠지는 기분이었지만 늦더라도 원래 일정대로 카와고에로 가기로 했다.


이 시간에 김군은 알바하러 가고 여자친구(現 부인)만 집에 혼자 있었는데 내가 기침을 얼마나 심하게 했던지 나에게 감기약을 건네줬다. 

준비가 끝나고 11시 좀 안되어 김군의 집을 나와 마츠야에 들러 밥을 먹고 약을 욱여넣었다. 감기약 먹느라 일본와서 밥은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고 있다. 

니시카와구치에서 카와고에까지는 전철로 40분 쯤 걸렸고 이날도 날씨는 아주 좋았다.  

카와고에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자 별로 관광 스팟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곳은 에도시절의 정서가 남아있는 옛 건물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어서 코에도(小江戸) 라고도 불리는 곳이라는데, 그냥 평범한 번화가 분위기.. 혹시 출구를 잘못 나왔나해서 다시 역 안으로 들어가 봤지만 딱히 어디로 가라고 안내가 되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짠 일정이지만 여기서 이날 하루를 제대로 보낼 수 있을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일단 지도를 찾아서 여행 전 체크해 뒀던 장소를 찍고 대강의 루트를 정한 뒤, 늘 그래왔듯 무작정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역 앞의 상점가를 지나 한참 걸어야 그럭저럭 코에도 분위기가 나기 시작한다. 이곳은 나카쵸(仲町)

 

 

살 게 없는 나는 구경만..

 

 

걷는 도중 뜬금없이 넓적부리황새와 조우했다. 글씨가 작아서 안보이는데 '너무 조용해서 돌이 되어 버렸다' 라고 쓰여 있음. 사실 이 조형물은 스티로폼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조금 더 가자 이번에는 카멜레온이. 둘 다 스티로폼 아트의 프로로 활약중인 '야지마 키미오' 씨의 작품이라고.

 

 

나카쵸를 빠져나와 10분 정도 더 걸으면 오카시 요코쵸(菓子屋横丁-과자 골목)로 들어갈 수 있다.

 

 

여러가지 막과자들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일본에서 제일 긴 후가시' 라는데 거진 1미터쯤 되는 과자를 사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나도 여기까지 왔으니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쵸코맛 타이야키를 샀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오카시 요코쵸를 한바퀴 둘러보고 전날 타케야마가 알려줬던 카와고에성 혼마루고텐(本丸御殿)으로 향하는 중.. 가는 길에도 스티로폼 조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별 의미없이 찍어본 카와고에 시청사

 

 

오카시요코쵸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렸다. 거의 일직선이라서 찾아가기는 쉬웠지만.

 

 

연말이라 그런지 개방을 안하고 있었다-_-

 

 

주변에서 잠시 서성대며 사진만 몇장 찍고 발걸음을 돌렸다.

 

 

왔던 길을 돌아와 오카시 요코쵸 근처에 있는 '시간의 탑' 을 보러 갔다.

 

 

길이 좁아서 풀샷(?)을 찍으려면 이 장소밖에 없는데 그늘져서 사진이 영 시원찮았다.

 

 

이때가 딱 오후 2시..하루에 네번(6시, 12시, 15시, 18시) 종을 울린다는데 아마 그걸 모르고 그냥 갔을 것이다ㅠ

 

 

여기는 타이쇼로만 유메도오리(大正浪漫夢通り) 사쿠라대전 팬으로서 혹할수 밖에 없는 이름이었지만.. 살짝 레트로스러운 상점가 그 이상은 아니었다. 심지어 오전에 그냥 지나치고도 모름;;

 

 

그나마 건진 사진들이 이정도.

 

 

아마 일정에는 없었을건데, 지나가다 우연히 들렀던 나리타산 카와고에 베츠인(成田山川越別院)

 

 

마지막 목적지인 키타인(喜多院)으로.

 

 

여행전 찾아본 관광안내 사이트에는 사이타마현을 대표하는 사원이라고 소개가 되어있었는데 어째 사람이 없었다. 

 

 

야타이를 준비하는 사람들만 분주. 나중에 알게 된건데 이곳은 명성에 걸맞게 카와고에의 하츠모오데 스팟으로 각광받는 장소라고도 한다. 1월 1일 0시~2시 사이에 참배가 가능해서 밤에는 엄청나게 붐빈다고.. 이때가 아직 세시도 안됐으니 그냥 관광하러온 나같은 사람 말고는 방문객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치한이 아니라 늑대인간이라도 나올 분위기인데ㄷㄷ

 

 

 

키타인 방문까지 마치고 카와고에 역으로 돌아왔다. 나카무라가 카와고에에서는 장어를 싸게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내가 못찾는 건지 쇼핑가에는 마땅한 식당이 없었다. 역 근처의 쇼핑몰의 레스토랑가로 가보니 여기는 우나기야가 있었지만 제일 싼게 1900엔이나 해서 엄두를 낼수 없었다. 결국 의자에 앉아서 좀 쉬다가 역으로 돌아와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아키바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마츠야는 아침에 갔기 때문에 코코이치방야로 갔다. 아키바에 왔지만 아트페스도 끝났고 할일은 없었다. 김군과는 저녁 늦게나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억지로 시간을 때워야했다. 감기는 여전히 나를 괴롭혀서 약먹고 잠시동안 살아났다가 약빨이 떨어지면 다시 골골대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키하바라의 한 게임센터(아마 토쿄레저랜드?)에서 찍었던 뿌요뿌요 퀘스트 포스터. ※[기운(げんき)]은 게임 내 과금 및 시간으로 회복됩니다. 라는 문구가 인상깊었다. 나도 과금해도 좋으니 감기 좀 어떻게ㅠ

 



대충 시간을 보내고 오쿠보로 가서 김군이 일하는 가게를 찾아갔다. 마침 그곳이 한국음식을 파는 곳이었기 때문에 내일 타케야마에게 줄 선물을 샀다.(김, 차, 찰떡파이) 

김군의 알바가 끝나고 한잔하러 어느 치킨집에 갔는데 거긴 예약이 꽉 차있어서 다른 곳으로 가야했다. 어느 유명하다는 가게를 가보기로 하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대기인원은 몇명 없는 것 같았는데 몇십분 기다려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김군은 여친을 데리러 가고 나 혼자 대기석에 앉아 기다렸지만 둘이 올때까지 우리 차례는 오지 않았다.(내 앞에 있던 사람은 언제 입장할 수 있냐고 항의하고 그랬다)

뭐 아무튼 그렇게 입장을 해서 치킨을 시켜 먹었는데 그냥저냥 괜찮았던 듯. 한국에서도 치킨을 자주 먹진 못하기 때문에.. 감기때문에 술은 못마시고 오렌지쥬스만 먹었다.

셋이서 김군의 집으로 돌아오는데 누가 신주쿠 역에서 뛰어내렸다고 해서 JR이 마비되어 있었다. 결국 조금 걸어서 히가시신주쿠 역에서 메트로를 타고 오카치마치까지 가서 겨우 니시카와구치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와중에 12시가 지났고 나는 다시 올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이곳에서 또 한번 새해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