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6~2010

2007 칸사이 폭풍투어 Day2 -오사카 성, 귀국- (10/7/2007)

GONZALEZ 2008. 1. 17. 22:00

 폭풍같았던 하루가 지나가고 다시 아침이 찾아왔다.

 정신없이 자고 있던 우리들은 9시가 되어서야 꾸물거리며 자리에서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제 이불 속으로 들어간 시간이 새벽 3시였으니 뭐..-.-

 사실 아침 일찍 일어나 교토에 다시 한번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너무 늦어버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늦잠을 잔 것과 계획이 틀어진 것에 대해 아쉬워 하거나 탓하지 않았다. 어젯밤 '형식적' 으로 맞춰 둔 자명종 소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토에 대한 미련을 버린 우리는 바로 그 다음 계획을 진행하기로 했다. 

 자 그럼 셋이서 사진 한장 찍고 오늘 하루도 기운차게 출발해볼까?

 하나 둘 셋~
















이런...



 10시 쯤 민박을 나선 우리는 마츠야(松屋) 로 가서 아침을 먹은 뒤 난바역 근처의 북오프로 향했다. 처음부터 쇼핑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여행이었기 때문에 돈도 많이 가져오지 않았지만, 나중에 시간을 내기엔 벅찰 듯 싶어서 그냥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가기로 한 것. 이 무렵 오사카의 무더위는 굉장해서, 나는 어제 하루종일 꿋꿋하게 입고 있던 자켓을 결국 벗어야만 했다.

 별로 건질 건 없었던 북오프를 나와 난바역의 코인락커에 다시 짐들을 집어넣고 우리는 오사카 성을 향해 출발했다. 도중 혼마치(本町) 역에서 츄오선으로 갈아타 타니마치 욘쵸메(谷町四丁目) 역에서 내렸다.

 역 밖으로 나와 조금 걸어가자 저 건너편에서 오사카 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좀 덥긴 했지만 맑은 날씨에 경관도 좋고, 나들이하기엔 딱 좋아보였다.



마츠야에서. 내가 먹은 규메시.


지하철 역을 나오자 바로 보였던 NHK 빌딩


오사카 역사박물관 앞에서(본관은 옆에..)


강아지도 안전제일



 
 오사카 성은 천수각을 포함해 성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이 오사카 성을 만든 사람이 바로 토요토미 히데요시인데.. 당시 일본의 1인자가 지은 성인만큼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엽서에서나 볼 듯한 주위의 경관을 뒤로 하고 오사카 성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또 한겹의 해자와 성벽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곳을 지나서야 우리는 천수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서울대공원 코끼리 열차를 연상케 하던 기차. 오사카 성 공원을 일주하는 듯 했는데, 우리가 가려는 루트와는 달라서 타지 않았다.


공략하는 쪽에서 맥이 빠질 것 같다.

 

 

무슨 댄스 모임인지 특이한 차림의 남녀들이 모여 있었다.


천수각으로 가는 길


입구 앞에서


안에는 성벽이 또 한겹(저 가운데 하얀 물체는 사람)


벽에 사용된 돌의 크기가 엄청나다.


살짝 보이기 시작하는 천수각


맷 하디 포즈를 취하고 있는 관수 형 뒤에 미래에서 온 사이보그 킬러가


천수각 옆에 있었는데 무슨 건물인지는


일본 스님들은 삿갓을 많이 쓰는 듯



 사실 오사카 성 천수각은 예전에 몇번 불타 없어진 것을 1931년 재건한 시멘트 건물이라, 역사 유적지로서의 가치는 별로 없다고도 볼 수 있었다.(내부는 그냥 현대식 건물이다. 엘레베이터도 있고;) 안에는 당시의 유물이나 상황을 재현한 모형, 비디오 상영관 등이 있었고 우리는 한층 한층 돌아보며 전망대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일본 최대 규모라는 오사카 성답게 천수각의 높이도 만만치 않아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최상층에 도착해 전망대로 나가니 바람이 휭휭 불어오는게 굳이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아도 그 높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 다시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벤치에 앉아 잠시 쉬면서 각자 기념품 몇개씩 사들고 천수각을 내려왔다.



천수각 앞에 왠 대포가


호랑이는 알겠는데 옆에 있는 건 설마 용은 아니겠지;


오사카 성의 수수께끼


오사카 여름전투를 재현한 디오라마


이 싸움에서 오사카 성이 함락되면서 토요토미 가문은 멸망했다.


관련 그림들


전망대에서


도심을 향해


날씨가 좋아서 먼 곳까지 보였다.


오사카 성 홀


홀 옆으로 크리스탈 타워 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기념품 샾에서. '한정' 까지 잘 써놓고 품을 틀리고 만 안타까움.


올려다 본 천수각




 천수각에서 내려온 뒤, 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오사카 성을 나온 우리는 난바로 돌아가기 전에 바로 옆에 있던 오사카 NHK에 잠시 들렀다 가기로 했다. 마침 이나바 형이 NHK의 대하사극 '풍림화산' 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정보도 혹시 구할 수 있지 않나 하는 기대도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NHK의 방송 프로그램 등을 다룬 서적이나 기념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보였고, 더 안쪽에는 어린이들이 캐스터 체험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설치되어 있었다.

 더 깊숙히 들어가면 아마 더 많은 볼거리가 있을 거라 생각되었지만, 어차피 지나가는 길에 들른 터라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았다. 이나바 형이 '풍림화산' 의 줄거리와 배역 등이 소개되어 있는 책자 몇권을 구입한 뒤 우리는 NHK를 나와 난바로 돌아왔다.



오사카 성 공원 주위에도 여러 볼거리가 있었다. 앵무새와 사진 한장에 100엔.


외국어로 써져있는 문구들이 뭔가 코믹하다.


이쪽은 즉석 캐리커쳐를 그려주던 아저씨.


나의 욘사마는 이러지 않아!!!!


아까 모여있던 사람들이 춤판을 벌이고 있었다.

 

 

잠깐 들렀다 간 오사카 NHK


NHK의 캐릭터들이 관람차를 타고 빙글빙글


스튜디오에서 캐스터 체험. 저 영상을 녹화해 주기도 하는 것 같았다.


칸지야 시호리쨩 하악..



 난바로 돌아왔을 무렵 시간은 오후 3시가 넘어 있었다. 오후엔 도톤보리의 킨류 라멘에서 점심을 먹은 뒤 덴덴타운이라던가 서점가 등 난바 근처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예정이었는데, 오사카 성에서 생각보다 오래 머문 탓에 일정이 조금 빡빡해 질 것 같았다. 일단 밥부터 먹은 뒤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보기로 하고 우리는 킨류 라멘을 찾아갔다.

 3년 전 처음 와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킨류 라멘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고, 우리는 번호표를 받아들고 기다려야 했다. 잠시 후 차례가 돌아와 먹게 된 라멘은 여전히 맛있었지만, 이곳의 매력이었던 밥 무한 리필은 사라진 것 같아서 조금 아쉽기도..(김치는 된다)



킨류 라멘


기다리는 동안 거리를 두리번


3년만이구나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근처 가게에서 타코야키를 하나 사먹고 오후의 일정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먼저 이나바 형이 공부중이던 법률 서적을 구입하러 난바의 대형서점 준쿠도(ジュンク堂) 로 향한 우리였지만..

 '이 서점에서 가장 잘나가는 책' 을 사면 되므로 그다지 시간은 걸리지 않을거라 이나바 형은 말했지만, 점원이 골라 준 책이 맘에 안들었는지 형은 다시 법률 코너에서 한참 동안 이책저책을 꺼내 살펴보기 시작했고, 30여분이 지나서야 겨우 책을 구입해 준쿠도를 나올 수 있었다.

 그 뒤 도구야스지(道具屋筋) 를 곁눈질로 지나치며 경보하듯 발을 옮기면서도 우리는 그 와중에 어덜트 샾에 들렀고-_- 나의 어설픈 기억으로 이곳저곳 헤메기까지 하며 덴덴타운에 도착했을 무렵, 시간은 또다시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줄을 섰는데 엄청나게 기다려야 했다.


준쿠도에서


박력넘치는 표지의 '소송해 주마!' 후속편 '반드시 소송해 주마!' 도 있었다-.-


뭐가 있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지나친 도구야스지.


다양한 쵸칭들이


가자!!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어덜트 샾에 오면 시간이 너무 잘간다^^


벌써 하늘은 어둑어둑..


 덴덴타운에서 우리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바쁘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도 먹는 것 만큼은 제대로 챙기고 있었고, 오늘 저녁엔 마지막으로 난바역 근처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러 갈 예정이었다. 7시까지는 칸사이 공항으로 가는 열차를 타야 했기 때문에 그 전에 코인 로커에서 짐도 빼서 정리해야 하고.. 시간이 늦어지면 좋을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는데, 그러다보니 기껏 덴덴타운까지 와놓고 구경이고 뭐고 못할 판이었다.

 결국 이쪽에 별 흥미가 없는 이나바 형은 근처의 롯데리아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나와 관수 형은 게임을 사러 소프맙에나 잠깐 들렀다 오기로 했다. 예전에 있던 건물에서 이전을 했는지 덴덴타운에서도 한참을 걸어가야 소프맙이 나타났고, 들어가자마자 잠시의 여유도 없이 CD 몇장을 구입해 밖으로 나왔다.

 다시 헐레벌떡 돌아와 이나바 형과 합류한 뒤 저녁을 먹으러 가려 하는데,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범죄자도 아닌데 왜 늘 이렇게 쫓기듯 뛰어다녀야 되는 거지?

 여행 다 끝나서야 폭풍스타일에 회의를 느낀 우리는 까짓거 저녁은 공항가서 대충 먹고, 남는 시간에 덴덴타운에서 좀 더 놀다가기로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적절함이 생명이다.


GUNDAM'S 앞에서. 용산의 건담베이스 같은 곳.


저 제복은 SEED인가?

 



 짧게나마 덴덴타운을 구경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난바역으로 돌아와 코인 로커에서 짐을 꺼내들고 칸사이 공항 행 열차를 타러 갔다. 마침 역 안에 서점이 있어서, 나는 좀 전에 어덜트 샾에서 미처 구입하지 못했던 건전한 잡지를 몇권 사들고 나왔다-.- 승강장은 우리처럼 귀국을 기다리는 올빼미여행객들로 가득했고, 어떻게 빈자리를 차지해 셋 다 앉아서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8시 좀 안되어 칸사이 공항에 도착해 티케팅을 마치고 짐을 보낸 뒤, 저녁을 먹으러 공항 내의 식당가로 내려왔다.
그런데 가격들이 다들 뭐이리 아름다운지.. 식당가를 한바퀴 둘러봐도 끝내 맘에 드는 곳을 찾지 못한 우리는 그냥 햄버거나 먹자면서 맥도날드를 찾아갔다.

 한가지 웃기는 것은 예정대로 난바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먹었으면 더 돈이 많이 들었을텐데, 막상 공항에 와서는 비싼건 안먹겠다고 이러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가야지


건전한 잡지

 

 

오늘도 나의 체력을 책임진 오로나민 C.


칸사이 공항 도착


올라가면서


맥도날드에서. 난 분명 빅맥을 달라고 했는데 이런게 나왔다.


'프로야구 칩스' 누군가가 카드만 챙기고 과자는 버리고 갔다.


죽어라 도날드!!!



 맥도날드를 나오자 이륙까지는 한시간 남짓 남아있었는데, 공항 안에서 달리 할일도 없고 해서 시간 맞춰 출국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향했다.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한 뒤 자리를 찾아가니 창가는창가인데창가에창이없는 황당한 좌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뭐 창가라더니 이런자리를 준거야..

 곧 비행기는 이륙을 시작해 하늘로 떠올랐지만 우리 눈 앞엔 창 밖의 야경 대신 하얀 벽 만이 자리잡고 있었고, 기내에서는 여전히 맥주를 주지 않았다.
 
 짧지만 강렬했던 이틀간의 폭풍은 그렇게 오사카를 떠나갔다.

 

게이트에서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