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6~2010

2007 칸사이 폭풍투어 前夜 (10/5/2007)

GONZALEZ 2007. 11. 11. 03:00


 부쩍 바빠진 회사일 덕분에 오늘도 10시가 다 되어서야 사무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 함께 할 일행들과는 10시 30분에 김포공항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약속시간까지 가기는 힘들것 같았다. 화장실에 들러 헐레벌떡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지하철을 타러 갔다.
 
 5호선을 타고 김포공항역에 도착해 먼저 도착해 있던 일행과 합류했다.

지난 2004년 히로시마-도쿄를 청춘 18 하나로 왕복했던 근성가이 이나바 형과(당시 난 따라다니기만 했을 뿐 모든 계획은 이나바 형이 짠 것이다), 어렸을 때 가족여행을 제외하고는 형제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은 관수 형이 바로 이번 여행에 함께 할 멤버들이었다.


드디어 출동이다.



 세명이 모두 모인 뒤, 11시 6분에 출발하는 공항열차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는 차내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이런저런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별 재미도 없는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다가 마침 세계 각국의 날씨정보가 나왔는데,

 잠시후 우리는 말없이 한숨만을 내뱉고 있었다..


Osaka



 지난 7월 태풍으로 휴가를 망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삭막한 일상탈출을 노리며 계획한 이번 여행마저도 비와 함께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허탈하고 머리 속은 막막할 따름이었다.

 일기예보가 잘못 된거라고 애써 위안해 보면서도 여전히 떨떠름한 기분에 오사카랑은 상관도 없는 도쿄의 김군에게 현지의 날씨를 알아보려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초장부터 기운이 빠지는 건 사실이었지만, 사람 앞일은 모르는 것이기에 최대한 낙천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비가 안온다면 더 바랄게 없는 거고, 설령 온다 하더라도 일본이 무인도도 아닌데 뭐든 하고 놀 건 있을테니까..

 어느정도 기분이 풀릴 즈음 열차는 인천공항역에 도착했다.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적당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 공항 안의 편의점을 찾아가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사들고 나왔다. 짧은 여행이지만, 앞으로 험난한 일정이 될 터이니 지금부터 체력을 비축해 두는 것이다.



인천공항의 미니스톱 앞에 시간을 달리는 승무원이


에너지 충전 중입니다.

 



 주말에 후닥닥 다녀오는 올빼미여행이다 보니 비행기를 새벽에 탈 수 밖에 없는데, 목적지가 도쿄보다는 가까운 오사카라 그런지 이번엔 비행기 출발시각이 무려 새벽 4시 10분.. 여행사와의 미팅도 2시에나 갖게 되는데, 지금 시간은 겨우 12시가 조금 지났을 뿐.

 미팅장소로 가보니 이미 수많은 여행객들이 노숙자마냥 의자에 드러누워 있었다. 사람이 많은 그쪽 장소를 피해 조금 한적한 곳을 찾아 자리에 앉았는데, 이나바 형은 곧바로 길게 누운채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자리가 불편한지 관수 형은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중이었고, 나는 뭐 언제나 그렇듯 그냥 뜬눈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운터 앞에서


ZZZ...


지금은 1시 46분




 멍하니 있어도 시간은 흘러, 2시가 되자 일행을 깨워 미팅장소로 돌아왔다. 여권을 건네주고 항공권 배부를 기다리는데, 이번 여행의 예약자가 많은 관계로 일행이라도 떨어진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여행사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항공권과 숙박지의 바우쳐, 그리고 따로 예약했던 스룻토 칸사이 패스를 받아들고 자리를 떠난 우리는 가지고 온 짐들을 전부 짐칸으로 보내버린 뒤 홀가분한 몸이 되어 출국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향했다.

 탑승이 시작되고 비행기에 올라 좌석을 확인해 보니 셋 중 내 자리가 따로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좀처럼 앉기 힘들었던 창가 자리인데다 조용히 잠이나 자기엔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자리를 찾아 가보니 웬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난처한 표정으로 서있는 나에게 옆에 있던 남자가 '둘이 일행이고 자리가 떨어져서 그런데 양보 좀 해줄 수 없는지..' 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거절했고, 내 자리에 앉아있던 여자는 뭐라 투덜대더니 날 홱 노려보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속으로 무슨 욕을 했는지는 몰라도 뭐 상관없다.

 
 나는 소인배이기 때문에.

 

 

폭풍은 계속되어야 한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