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03~2005

2003 도쿄 여행기 Day1 -신주쿠- (8/16/2003)

GONZALEZ 2005. 4. 2. 00:00

  5시 30분에 일어났다. 사실 잠을 잘 자지는 못했지만 아침이 왔으니 일어나야 했다.
어제 싸둔 짐을 다시 살펴보고 설레임과 불안함이 교차하는 가운데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첫 해외여행이라고 어머니께서 공항까지 차로 태워다 주셨다.

 비 행기라고는 수학여행때 한번 타본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공항에 도착해서도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이런저런 수속을 마치고 검색대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비행기 출발시간인 9시 20분까지는 꽤 남아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때웠다. 우르르 면세점으로 몰려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하고는 관계없는 일.

  시간이 흘러 비행기에 탑승하자 내 옆에는 일본인이 와서 앉았고, 주위에는 여러명의 흑인가족이 보였다.
'역시 국제선은 다르군'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들 중 한 여자아이가 소리를 질러대고 오빠로 보이는 남자아이는 그걸 막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비행기는 이륙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그다지 할 일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가져온 네오지오 포켓을 꺼냈지만 곧 도로 집어넣었다.
그래도 지루하진 않았다. 비행기가 얼마나 덜컹거리던지 자이로 드롭보다 더 무서웠으니까.

 2시간의 공포의-나에게만-비행은 어느새 끝나서 비행기는 나리타(成田)에 도착했다. 한국에서도 날씨는 안 좋았지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런 첫날부터 초를 치게 만들다니.

 입국심사를 거쳐 나리타 역에서 케이세이(京成)선 리미티드 익스프레스를 타고 닛포리(日暮里)로 갔다. 표사는 법을 몰라서 앞사람이 어떻게 하는지를 잘 살핀 뒤 따라했다.
지하철은 울트라맨 광고가 붙어있다던가 하는 걸 뺀다면 한국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닛포리에서 지하철을 갈아타 예약한 민박집이 있는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내렸다.

 역을 나와 민박집에 도착한 것이 3시 무렵이었다. 조금 헤메긴 했지만 별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었다.
민박집에 들어가니 주인 형(?)이 무지 피곤해 보인다며 쉬라고 했다. 난 잘 느끼지 못했는데 첫 해외여행이라는 긴장감 탓인지 어느새 피로가 쌓인 모양이었다.
하 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에 나가보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첫날에 신주쿠(新宿)-하라주쿠(原宿)-시부야(澁谷)를 돌아보는 것이었는데 날씨도 안좋고 시간도 생각보다 늦고 해서 신주쿠 한곳만 가보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일주일 동안 지냈던 민박집의 전경.


민박집 근처에 있던 롯데리아. 한국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듯 하다.



민박집을 나서 신오쿠보에서 한 정거장 거리인 신주쿠에 도착했지만 여행계획을 치밀하게 세우지 못한 탓에 그곳 지리 같은 건 잘 몰랐다. 그냥 돌아다니보다 보면 재밌는게 나오겠지라는 천하 태평한 생각을 하며 발 가는데로 걸어갔다. 내가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관련 상점이 있으면 들어가보고, 나와서 또 찾아다니고를 반복하다 츠타야라는 곳에서 사쿠라대전 한정판과 메모리얼 팩을 구입했다.

 그러다 슬슬 날이 어두워져서 이제 도쿄 도청 전망대에 가서 야경을 보고 돌아오기로 했다.
그런데 도청이 어딨는지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비는 계속 내려서 날씨는 쌀쌀하기까지 했다.
그 렇게 두어시간을 헤메다가 안돼겠다 싶어서 길을 물어 보기로 했다. 누구한테 물어봐야 친절한 대답을 들을까란 생각에 인상이 좋아보이는 사람을 찾다가 마침 순경 두명이 노숙자를 깨우는 모습을 발견해 옳다구나 싶어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도쿄 도쵸와 도코데스카?(도쿄 도청은 어디입니까?)'

 그러자 팔을 쭉 내밀며 방향을 가르쳐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한참 가다보니 파출소가 있길래 확인할 겸 해서 다시 물어보니 나이 지긋한 순경 할아버지께서 지도를 보여주며 '당신은 지금 @#$%에 있으며 도청에 가려면 신주쿠 역으로 돌아가서 18번 출구로 가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헉, 그럼 난 어디로 가고 있었던 거지. 힘없이 돌아서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신주쿠 역으로 갔다. 끝으로 끝으로 걸어가니 18번 출구가 나왔다. 출구를 나와 한참을 더 걸어가니 도청(처럼 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높은 건물이 한두개가 아니라서 또 헤메다가 간신히 도청을 찾았다. 도청에서는 또 입구를 찾아 헤멨다.

 아무튼 입구를 찾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45층 전망대로 올라갔다. 이제 멋진 야경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비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았다.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비 내리는 야경도 운치는 있었다.
전망대 안을 둘러보니 한국에서 단체로 온 관광객들도 많았다.


전망대 내부의 모습. 카페 등의 쉴 곳이 마련되어 있다.


잠깐 쉬면서 이날 구입한 것들을.


비가 웬수다.


도청 모형.


괴기스러운 분위기의 도쿄 도청.


신주쿠 역에 붙어있던 광고. 재미있게 본 작품인 부부차차의 이미지를 쓰고 있어서 반가웠다.


 도청에서 한시간 정도 머물다가 내려와 신주쿠 역으로 갔다. 이미 10시가 넘었기 때문에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했지만 내가 정말 일본에 와있구나 라는 것을 실감하느라 기분은 여전히 들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