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자명종까지 가져와서 8시에 맞춰놓긴 했는데 피곤함에 이불 속에서 꿈틀대다 결국 눈을 뜬 시간은 9시 25분이었다. 방이 좁아서 그런가 뭔가 콱 위에서 누르고 있는 듯한 기분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다.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씻고 정리하고 어쩌고저쩌고 하다보니 의외로 또 시간을 잡아먹었고, 우리는 10시 40분에야 JR 미나미센쥬 역의 승강장에 서 있게 되었다.
오전에는 먼저 히가시 교엔에 들렀다 가기로 했는데, 이것은 형의 의견이었다. 종점인 우에노에서 내려 야마노테 선으로 갈아타 네정거장 떨어진 도쿄역으로 향했다. 출국 전 우울하게도 일본에 있는 내내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를 봤었는데, 하늘은 가끔 맑았다 흐렸다가 하면서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
JR 미나미센쥬역.
열차를 기다리면서
도쿄역에서 히가시교엔까지는 금방이었다. 걸어서 15분 정도?
이곳은 특이하게 하루 입장인원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입구에서 선착순으로 지급하는 입원표(入園票) 라는 걸 받아서 입장해야 했다.(입장은 무료) 사실 이곳에 대해서 별로 아는게 없는지라 괜히 아침부터 허탕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11시 30분 쯤 도착한 우리는 별 문제 없이 입원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죽 여행 중의 삽질을 통해 문득 깨닫게 된게, 뭔가 새롭고 잘 모르는 걸 접한다고 해서 절대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다 사람 사는 곳이고 상식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야. 단 한번의 망설임에 놓치게 되는 것들은 너무 많다. 쫄면 안된다. 쪼는 순간 나의 패배다.
쪼는 순간
도쿄역
도쿄 중심부라 그런가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많았다.
날씨는 우중충..
히가시 교엔 다 와서 잠시
빌딩 숲에 둘러싸여
관광버스에 키티가 그려져 있어서 한장
건너편에는
히가시 교엔 입구인 오오테몬
입원표 받아들고
히가시 교엔이라는 곳은 고쿄(천황이 사는 곳) 동쪽에 있는 커다란 정원을 말한다는데, 동쪽에 있어서 히가시 교엔인가.. 3년 전 스미레형과의 여행 때도 분명히 이곳을 지나쳤을 텐데. 삽질에 삽질의 연속이었던 그날 하루는 이제 기억조차 가물가물 하지만..(스미레형 미안!)
아무튼 바로 옆에 고쿄도 있고 하니 기왕 온 거 그쪽도 들렀다 갈까 했는데 히가시 교엔 만으로 충분하다는 형의 말에 한군데만 확실히 보고 가기로 했다.
고쿄를 포함해 예전에는 이자리에 에도성이 서 있었다는데, 지금은 터만 남아 게임 등을 통해 접했던 거대한 에도성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는 힘들었다.
입장 정원제라 그런지 정원 안을 이곳 저곳 돌아다녀도 관광객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그것도 대부분은 외국인) 형이나 나나 사람많고 복작거리는 곳 보다는 고즈넉하고 조용한 장소를 선호하는데 히가시 교엔은 적당히 한산하고, 적당히 크고, 적당히 돌아다닐 수 있어서 딱 좋았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한시간 남짓 걸려서 정원 안을 둘러 본 우리는 다시 오오테몬을 통해 히가시 교엔을 나왔다.
들어와서
쭉 가다가 왼쪽으로 꺾으면 보이는 햐쿠닌반쇼(百人番所).에도성이 멀쩡했던 시절의 검문소였다고 한다.
천수각 터. 에도성을 상징하는 건물이었지만 메이지 유신 후 해체되어 버렸다.
이제는 돌담 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나무가 인상적
텐슈다이 위에서 바라본 혼마루 터
내려와서
토카 가쿠도(桃華楽堂) 라는 이름의 음악당이라는데 뭔가 좀 언밸런스한 느낌의 건물. 처음 보고는 무슨 이슬람 사원 같은 건 줄 알았다.
한쪽에는 전국에서 보내온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이 박력넘치는 나무의 이름은 무려 피닉스!(미야자키 현)
작은 연못을 지나
여름이라 그리 깨끗해 보이진 않았다.
히가시 교엔을 한바퀴 빙 돌고.. 매점에서 잠시 쉬며 사먹었던 아이스크림.
밖으로 나와서 찍은 오리.
떠나가며 또 한장
히가시 교엔을 나온 시간은 아직 1시가 되기 전이었는데, 아침에 예정보다 늦게 일어난 것 치고는 의외로 여유가 있었다.
도쿄 역으로 돌아온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오다이바로 가기 위해 야마노테로 두 정거장 떨어져 있는 신바시로 향했다.
오다이바..
춤추는 대수사선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후로, 이곳은 막연한 환상 속의 장소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요코하마가 그랬듯 이 오다이바 역시 나를 싫어하는지 이곳을 찾을 때마다 그때마다 나의 삽질 기록을 하나 씩 추가시켜 줄 뿐이었다.(1st: 쫄쫄 굶으며 하루종일 4만7천보 2nd: 밤에 와서 아무것도 못함 3rd: 태풍으로 취소ㅜㅜ)
이번에야 말로 단 한점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을테다..!
지금도 오다이바 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머리속에 리듬앤폴리스가 흘러나온다.
신바시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다이바로 가는 유리카모메를 타러갔다. 그동안 한번도 사본 적 없던 프리패스(800엔) 를 사들고 승강장으로 올라가자 별로 넓지도 않은 플랫폼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잠시 후 유리카모메가 도착했고, 모노레일은 오다이바를 향해 출발했다.
안그래도 우울해 보이는 하늘은 용케도 아직까지 비를 쏟아내지 않고 있었다. 멋진 오다이바의 풍경이 펼쳐지는 모노레일 안에서 우리는 최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로 비는 절대 오지 않을 거라면서 일기예보를 비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신바시의 유리카모메 정류장
야호 신난다
아니 저 우산은
쏴ㅡ
다른 날은 몰라도 오늘은 이곳에서 하나비를 봐야하는데 비가 와 버리면 좀 곤란하다. 이래서는 어제 무리해가며 야구를 본 의미가..
맥이 탁 풀렸지만 설마 하루종일 오기야 하겠나 하면서 도쿄 덱스비치 안으로 들어가 그쪽에서 대충 밍기적 대고 있는데, 형이나 나나 쇼핑 같은 것에는 흥미가 없다 보니 사실 안에서는 할 일도 없었다. 그나마 눈길을 끌던 조이폴리스는 돈을 받으니. 목적없이 어슬렁대는 동안 비는 어느새 그치고 하늘에는 해가 보일락 말락 하기 시작했다.
다시 건물을 나온 우리는 아쿠아 시티를 지나 레인보우 브리지가 보이는 해변으로 향했다. 언제나 북적거리던 수상버스 터미널 주변은 왠일인지 썰렁했고 고잉메리호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엔 모처럼이니 만큼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바다 위에는 이상하게 생긴 배 몇척이 오가고 있을 뿐이었다.
왠지 모를 아쉬움에 잠시 터미널에서 머물던 우리는 이내 그곳을 떠나 레인보우 브리지와 짝퉁 자유의 여신상을 구경하며 해변을 돌아다니다 아쿠아 시티로 돌아왔다.
구름은 여전히 잔뜩 껴있었지만 간혹 파란 하늘이 보이는게 운이 좋으면 저녁까지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제발 이대로만 가자.. 그래도 하나비는 보고 가야할거 아니냐.. 하지만 기대도 잠시, 우리는 곧 출입문 앞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비가 또다시 내리고 있었다.
이번엔 장대비가 좍좍 쏟아지는게 예사롭지 않았다.
웬 자동차가
언제나 입구만 보고 돌아서는 조이폴리스
비 그친 뒤
해변으로 향했다. 레인보우 브리지~
구름 봐라...
후지테레비
자유의 여신상.
비를 맞아서 그런가 우중충.
표정도 우울해 보인다.
지나가던 길에 돌아서서 또 한장
썰렁한 수상버스 터미널
이상하게 생긴 배
저 살짝 삐져나온 하늘에 희망을 걸고.
해변에서
아쿠아시티로 돌아와서. 매년 여름마다 아쿠아시티에 임시점포를 여는 점프샾.
나루토나 원피스 말고는 잘 모르겠다.
덕분에 이런곳에서는 돈이 나가지 않지만.
아우 그만좀 와라..-_-
그나마 아쿠아시티는 덱스비치 보다는 나아서, 나름 볼거리는 있었다. 다리도 아프고 어차피 비가 이대로 계속 내려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소니의 제품 시연대에 눌러 앉아 마침 틀어놓고 있던 쿵푸 허슬을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비 때문에 귀찮기도 하고 신경질도 나고 하는 와중에 영화가 재미있었기 때문에-_- 우리는 꽤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머물렀다.
역시 홍콩 영화계 최후의 승자 주성치
영화를 반 정도 보다 밖으로 나오자 비는 대충 그쳐 있었다. 소나기가 내릴 때는 언제고 이제는 제법 햇빛이 내리쬐는 것이 아직까지는 하나비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게 해주었다.
우리는 혹시 연예인이라도 볼수 없을까 하는 마음에 후지테레비를 잠깐 기웃거려 보았으나 비가 그친 뒤 후끈거리는 날씨와 치어 죽을 것만 같은 엄청난 인파에 질려버려, 얌전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후지테레비에서 내려온 우리는 형의 의견에 따라 도쿄 빅사이트라는 곳을 가보기로 하고 유리카모메를 타러 갔다.
유리카모메 국제전시장정문 역에서 내리자 만화에서 가끔 봤던 역삼각형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빅사이트는 이름만 들어봤지 별로 아는 바는 없었는데 형이 말하기를, 이곳에서 코믹마켓 등의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괜히 만화에 나오는 게 아니군.. 그래봤자 이날은 행사고 뭐고 없었기 때문에 빅사이트 내부는 이름 그대로 국제전시장으로서의 모습 밖에는 볼 수 없었지만. 가볍게 건물 안을 돌아보고 나온 우리는 다시 유리카모메에 올라탔다.
빅사이트
진짜 건물은 이쪽
곳곳에서 2016년 도쿄 올림픽 개최 캠페인을 볼 수 있었다.
자판기에서 팔고 있던 '코믹 워터'.. 도쿄 빅사이트 토산품이랜다;
그렇게 안보였는데 안은 무지 넓었다.
아오미로 돌아온 우리는 팔레트 타운으로 향해 메가웹 같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역시나 별로 재미는 없었다. 전시되어 있는 자동차들이야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고, 200엔을 넣으면 시승해 볼 수 있는 무슨 어트랙션 같은게 있긴 했는데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그냥 돌아섰다.
그러다 대관람차나 구경하려고 그쪽으로 가던 중 밑에 있던 도쿄 레저랜드 라는 오락실에 들어갔는데 여기가 의외로 재미있었다. 나는 게임실력이 형편없는 데다가 소심하기까지 하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된 오락실에서의 플레이를 극도로 기피하는 편이었는데(누가 보고 비웃을까봐;), 이곳은 뭐랄까.. 잘하든 못하든 그냥 낄낄대며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다수 설치되어 있어서 부담없이 놀다 갈 수 있었다.
레저랜드를 나와 비너스 포트를 살짝 둘러보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저녁을 때운 우리는 이제 대관람차를 타고 오다이바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로 했다. 하나비는 7시 30분부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비는 아까부터 다시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쯤되서는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관람차 매표소 앞에 서니 5년 전 이곳에서 혼자 관람차를 탔었던 안습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지만..ㅜㅜ 비 때문인지 관람차를 타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표를 끊고 계단에 올라서자 카메라를 들고 있던 직원 한명이 무료로 기념촬영을 해준다며 배경 앞에 서라고 했지만 남자 둘이서 무슨..
아니 이건 5년전 그 점프존.. 비 때문에 그렇게 사람이 많진 않았다.
난 정말 자동차에 흥미가 없다. 운전도 잘 못하고.
도쿄 레저랜드. 무려 '슈퍼파워' 어뮤즈먼트
하지메노잇포 펀치머신. 주먹을 날리면 화면 속 캐릭터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파워가 측정된다. 어딘가에 센서가 달려 있는지 문방구 앞의 챰피온 펀치머신처럼 달려와서 때리거나 하면 0점 처리. 2인용도 즐길 수 있는데, 형과의 대결에서는 3번씩 펀치를 교환한 끝에 내가 이겼다.-_-b
스트리트파이터 두더지잡기
구멍에서 두더지가 아닌 베가가 튀어나온다.
대관람차
비는 오다가 말다가.
비너스 포트에서. 건물 자체는 그냥 종합 쇼핑몰 같은 곳이라 별건 없었는데 실내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건물 안에 분수가.
매장 안에 사람이 많아서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비 내리는 와중에 홀로 점프를 하는 불굴의 소년.
날은 이미 저물고.. 관람차 타러
의외로 한산했던 관람차 입구
곧 우리 차례
도쿄타워가 보인다.
삼각대까지 들고와서 최대한 잘 찍어보려고 했는데 날씨가 이래서는 소용이 없었다.
내려온 뒤..
관람차에서 내려오자 시간은 저녁 7시가 넘어 있었다. 하나비는 희망이 안 보이고 그냥 레인보우 브리지 야경이나 보고 일찍 호텔로 돌아갈 생각에 우리는 오다이바 해변공원 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역을 지나 공원에 다다를 무렵 갑자기 바다쪽에서 굉음과 함께 무언가 하늘 위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사람들이 환호성이 울려퍼지고.. 하나비 대회가 시작된 것이다. 뭐야 비오면 안한다더니! 행사 주최측에서도 찔끔찔끔 내리는 비에 짜증이 났는지 그냥 강행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부리나케 그 쪽으로 달려갔고 딱 맞춰서 하나비의 장관을 감상 할 수 있었다.
예전에 카마쿠라 하나비에서 사진 수십장을 찍고도 똑딱이의 한계로 제대로 된 사진을 한장도 못건져 한이 맺혀 있던 나는 이날을 위해 준비한 구천원짜리 삼각대에 새 카메라(그래봐야 똑딱이) 를 불꽃놀이 모드로 맞춰놓고 신나게 셔터를 눌러댔다. 비록 10여분 간의 짧았던 행사였지만, 부슬비 속의 하나비가 연출해 내는 분위기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형에게 외칠 수 있었다.
'거봐! 어제 야구 보길 잘했지!!'
하나비가 끝난 뒤, 우리는 예정대로 야경을 즐기고 오다이바 해변공원 역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무슨 신선놀음이라도 구경했었는지 멀쩡했던 우산 두개를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황당한 시추에이션과 조우하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도 볼 건 다 보고 왔다;
다시 메가웹을 지나
점프존은 오늘 영업을 마치고 정리 중
해변공원 역 가던 도중에 찍었던 팔레트타운
대관람차의 모습도
하나비 시작!!!
스마일이나 꽃모양 등의 폭죽이 쏘아올려졌다.
내가 꼽은 베스트샷
규모 자체야 한시간 동안 수천발 씩 쏴제꼈던 카마쿠라 하나비에 비할 바는 못 되었지만 날씨와 야경과 어우러진 몽환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레인보우 브리지
후지테레비
수상버스터미널에서. 결국 끝까지 고잉메리호는 보지 못했다.
멀리서 본 레인보우 브리지.
공원의 오솔길에서
아쿠아시티 쪽으로 올라왔다.
자유의 여신상.
고스트 버스터즈가 떠올랐던
아쿠아시티를 바라보고
마지막으로 덱스비치
신바시로 돌아오는 유리카모메 안에서 우리는 남은 시간 동안 뭔가 더 할 순 없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아직 8시 반. 호텔로 바로 돌아가기엔 조금 빠르다.
그러다 떠오른 것이 카라오케.
사실 카라오케는 5일째 되는 날 가기로 계획을 짜둔 상태였지만 호텔이 있는 미나미센쥬 부근에는 이렇다 할 카라오케가 없었기 때문에 좀 더 위에 있는 키타센쥬 쪽으로 가 볼 예정이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없이 오늘 돌아가는 길에 아무데나 들러서 가면 되지 않겠나 싶었다. 마침 시간도 적당하고.. 의견이 일치한 우리는 신바시에서 JR로 갈아탄 뒤 아키하바라에 내려 가장 먼저 눈에 띄였던 'BIG ECHO' 를 찾아갔다.
여기는 무슨 요금이 1인당 30분에 600엔씩이나 했다. 둘이서 두시간 부르면 4800엔.. 아무튼 접수를 하고 잠시 기다리고 있노라니 우리를 한 층 위에 있는 방으로 안내한다.
이제 두시간 동안 목이 터져라 노래만 부르면 되는데.. 이상하게 흥이 나질 않았다.
원래 노래방이란게 잘부르든 못부르든 질러대는 그 맛에 가는건데 우리는 마치 대학가요제에 출전한 사람들 마냥 뻣뻣하게 앉아서 서로 노래 한곡씩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던 것이다-_-
옆방을 살짝 기웃거려보니 왠 오타쿠 무리가 단체로 앉아서 'CHALA HEAD CHALA' 를 열창하는 모습에 더더욱 비교가..
마지막으로 선곡한 빌리지피플의 마쵸맨 한곡이 두시간을 아깝지 않게 해주긴 했지만..
카라오케 앞에서
오우 뭔가 미래적 디자인
열심히 노래를 고르는 형
'Night of Summerside' 를 부르던 도중에.. 애니관련 곡을 불러도 애니메이션이 아닌 이상한 영상들이 나와서 김이 빠졌다.
※심약자 클릭금지※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국딩시절 형과 함께 오락실에 갔을때 한참 인기몰이하던 슈퍼스타란 게임이 있었다. 늘 구경만 하다 용기를 내서 플레이 해보기로 했을 때, 우리는 서로 좋아하던 헐크호건과 워리어를 고르기로 했었지만 어째서인지 우리가 고른 레슬러는 마초맨과 홍키통크맨이었다ㅡㅡ;
그리고 우리는 1스테이지에서 CPU 헐크호건과 워리어를 만나 일방적으로 맞다가 게임오버 당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마초맨과의 인연은 20년이 다되가는 지금까지 이어져 형제간의 우애를
뭐래는 거야
각설하고; 후련한 마음으로 카라오케를 나온 시간은 11시 30분. 미나미센쥬로 돌아오자 딱 자정이 되어 있었다. 호텔로 돌아와 방을 정리한 뒤 목욕을 마치고 우리는 나의 네번째 오다이바 도전 성공(?)을 자축하며 맥주(발포주)를 깠다.
시간은 또다시 두시를 향해가고 있었지만 우리는 피곤함을 잊고 있었다.
마셔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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