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낭만의 폭풍이 휘몰아친 탓인지 아침엔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내렸다.
귀국하는 날인 오늘도 몇가지 계획들을 세워놓고는 있었지만 비가 이렇게 와서는 조금 곤란한 상황. 어제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비까지 내리면서 마음은 착 가라앉고 머리속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르고 있었다.
이 빗속에서도 김군은 여친과 약속이 있다며 아침 일찍 집을 비웠고, 홀로 남은 나는 반쯤 포기한 상태로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채 어지럽혀져 있던 짐들을 다시 가방에 챙겨넣기 시작했다. 간간히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짐 정리가 끝난 뒤에도 비는 그치지 않고 있었다. 계획은 둘째치고 과연 이 짐들을 들고 공항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지가 걱정 되었지만 그렇다고 또 이대로 무작정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라, 일단 어디든 나가고 보자 라는 생각에 우산을 꺼내들고 김군의 집을 나섰다.
전철에 올라탄 나는 먼저 이케부쿠로를 찾아갔다.
세가 GIGO는 어느 때와 다를 바가 없는 모습으로 그자리에 있었다. 태정낭만당/사쿠라 카페 간판도 여전히 붙어있고, 겉으로 보기에는 폐점이라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없었다. 불과 12시간 전 이곳에서 태정낭만당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었지만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바로 눈 앞에 보이는 '폐점하였습니다' 라는 안내문구. 아침까지 몽롱하니 무언가에 취한 듯한 기분은 싹 사라져 버렸다.
'이제 태정낭만당은 없구나..!'
재차 현실을 확인하는 순간 견딜 수 없어진 나는 서둘러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GIGO를 빠져나왔다.
낭만당은 그 모습 그대로
겉으로 보기엔 달라진게 없지만..
엘레베이터에 오르면.. 누를 수 없는 7층 버튼
현실과의 직면 '2008년 3월 30일을 기해 폐점하였습니다'
GIGO 안녕..
이 허전함을 안고 그대로 귀국할 수는 없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조건 우에노에 들렀다 가기로 했다. 아직 시간은 충분했고, 다행히 비도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신오쿠보로 돌아와 김군에게 쪽지 한장을 남겨둔 채 짐을 모조리 챙겨들고 밖으로 나왔다.
우에노에 도착하자 비는 완전히 그쳐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히로이씨는 '꽃은 저물기에 아름답다' 라고 했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딱 지금이 꽃구경 적기라 공원 곳곳에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다들 비가 그칠 걸 알고 있기라도 했는지 공원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나도 짧은 시간이나마 공원을 돌아다니다 사이고 타카모리 동상을 찾아갔다. 3년전에 이곳에 왔을 때 동상 찾느라 엄청 헤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엔 입구에서 조금가니까 바로 나오더라..
우에노 공원
비 그친 뒤의 벚꽃이라 더욱 인상깊었던..
구름이 걷히고 해가 떠올랐다.
春に咲きます~ 希望の桜♪
사쿠라대전 팬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사이고 타카모리 동상은 사쿠라대전 1 에서 사쿠라가 오오가미를 마중나온 장소. 태정 12년 이곳에서의 첫 만남으로 사쿠라대전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뭐 낡은 표현이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게 마련이다. 사쿠라대전 2 에서 마리아가 이런 말을 하는데, 살아있기 때문에 잃는 것도 있지만 살아있기 때문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라고..(맞나?;;) 그 말처럼 이별의 순간은 가슴 아프지만.. 다시 새로운 만남이 있기에 견뎌낼 수 있는 거라는 생각도 해 본다.
태정낭만당은 이제 그 역할을 마치고 팬들의 마음속에만 남겠지만, 그 마음이 이어져가는 한 태정낭만당은, 사쿠라대전은 영원히 불멸일 것이라고 믿어보고 싶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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