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울리는 소리에 살짝 눈을 뜨니 시계는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제처럼 오늘도 아침부터 태정낭만당에서 정리권을 배포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일어나는 대로 가서 받아 올 생각이었는데, 너무나 피곤했던 나머지 나는 다시 눈을 감고 말았다.
6시가 넘어서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머리 빗을 틈도 없이 모자를 눌러쓰고 황급히 신오쿠보역으로 향했다. 이케부쿠로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7시 정각이었다.
조금 늦긴 했지만 출연진이 등장하는 토크 이벤트도 아니고 설마 새벽부터 줄 서있겠나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나는 곧 그것이 경솔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미 GIGO 앞에는 그 어느때 보다도 기다란 행렬이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오늘이 무슨날인지 잊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 모인 사람들 모두 '태정낭만당의 마지막 날' 이 가지는 의미를 모를리 없을 텐데.
꽤 뒤로 밀려나 있긴 했지만 예전처럼 '150명 한정' 이런건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입장시간은 조금 늦춰질지 몰라도)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정리권 배포를 기다리는데 배포시간인 8시가 좀 안되어서 깜짝 이벤트가 있었다. 가요쇼에도 등장한 바 있던 화제의 거대 쟝폴이 GIGO 앞에 나타난 것이다. 쟝폴은 늘 그랬듯이 만사가 귀찮은 듯한 태도로 딸랑딸랑 종을 흔들어댔고, 사람들은 신이 나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윽고 8시가 되어 정리권 배포가 시작된 뒤에도 쟝폴은 계속 GIGO 앞에 머물며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정리권 배포가 시작되고, 앞 사람들이 차례로 빠져나가 어느덧 내차례가 왔다. 역시나 조금 뒷쪽에 서있었기 때문에 내가 받아든 정리권으로는 (아마도)세번째 타임에 해당하는 12시부터 입장할 수 있었다.(태정낭만당 개장은 10시)
오늘은 마지막을 기념하는 의미로 저녁 9시 30분부터 점내에서 다함께 게키테이 댄스를 추는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이 이벤트에 참가하려면 8시 30분에 다시 줄을 서야 한다는 말을 배포 전에 얼핏 들었기 때문에 바로 돌아가지 않고 잠시 GIGO 앞에 머물며 상황을 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대부분 돌아간 뒤에도 특별히 새로운 대열이 만들어지거나 하지는 않길래 확인차 스탶에게 물어보니 '오후' 8시 30분부터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약간은 허탕친 기분이 되어 신오쿠보로 돌아왔다.
사쿠라대전 팬들을 만만하게 보면 안되지.
앗 쟝폴..
저 심드렁하게 손흔들어 주는게 매력.
포토타임~
마지막이 될 정리권.
뒤늦게 온 사람들을 안내하는 중
점장 히라노씨와 함께.
신오쿠보에 피어있던 벚꽃
9시 좀 넘어 김군의 집으로 돌아오자 아직 피로가 덜 풀린 듯 졸음이 밀려들었고, 나는 다시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한시간 정도만 자두려고 했지만 몸은 마음처럼 움직이질 않고.. 그대로 정신줄을 놓고 있다 문득 바라본 시계가 11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고서야 눈이 번쩍 뜨였다⊙A⊙;
낭만당 입장은 12시부터이지만 10분 전까지는 집결장소로 모여 달라고 정리권에 쓰여 있었다. 뭐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오니 남은 시간은 30분 남짓. 그나마 이케부쿠로가 신오쿠보에서 세정거장 거리라서 아주 늦지는 않고 55분 쯤 도착 할 수는 있었다.
집결장소인 5층 엘레베이터 앞으로 가자 스탶이 입장권을 확인하더니 비상계단(...) 으로 안내한다. 계단 앞에는 이미 나와 같은 12시 입장권을 가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가지 재미있던(?)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DS로 25일 발매된 '君あるがため' 를 플레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나도 나름 PSP와 사쿠라대전 1&2를 가져왔었는데 분위기 못타는 것 같아서 한번도 꺼내지 않았다-.-) 역시 시간별로 입장인원을 제한하다 보니 어제처럼 대책없이 기다리는 일은 없이 곧 낭만당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낭만당 안에서는 별로 살 게 없었다. 그나마 끌리던 것들은 어제 거의 다 집어넣은 뒤였고, 스페셜 상품은 이미 입장하기도 전에 끝장나 있었다. 그 중에서 또 어제 채 구입하지 못했던 몇몇 물건들을 바구니에 담고 나자 이젠 정말로 '이게 뭐에 쓰는 물건인가' 싶은 것들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하다못해 캐릭터 일러스트 조차 들어가 있지 않은 상품들) 잠깐 두리번 거리다 진열대 구석에서 어제 무심코 지나쳤던 한 상품에 눈길이 닿았다. 사쿠라대전 스페셜 돌 풀세트.. 그것은 커다란 종이백 두개로 포장되어 척 보기에도 육중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첫번째 콜렉션이 2002년 2월에 발매되어 그 유구한 역사를 자랑해 오던 스페셜 돌이었지만 생긴게 별로라 인기가 없었는지 이제는 아예 콜렉션 1,2,3(제도+파리 全13종) 를 완전떨이로 판매하고 있었다.(21000엔) 이 파격적인 할인가는 상당히 솔깃한 것이었음에도, 역시 만만치 않은 부피와 무게 때문인지 이 종이백 꾸러미를 선뜻 집어드는 사람은 몇 없었다. 사실 나도 이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었기에 지난 3월 구입했던 아이리스 인형 하나로 만족하려고 했었지만.
..결국 사버렸다.
자자 줄을 서.
휴...
구입을 모두 마치고 복도로 나와 다시 한번 제비뽑기에 도전했다. 무리해서 스페셜 돌을 구입한 덕분에 오늘은 무려 22개의 구슬을 뽑을 수 있었다. (40개씩 뽑는 사람도 있긴 있었다-_-) 그동안 지독하게 뽑기 운이 없었는데 마지막 날 한번 정도는 터져줘야 되지 않겠나.. 기합을 잔뜩 넣고 구슬통을 돌렸지만 결과는 어제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흰구슬이 몇개 더 나왔을 뿐.
허탈한 마음을 뒤로 하고 배나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사쿠라 카페로 향했다. 주문 대기열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내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나의 커다란 종이백 두개-스페셜 돌 콜렉션이 들어있는-를 물끄러미 쳐다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 안에 들어있는 게 어떤 상품인지를 내게 물어보는 것이다. 난데없는 질문에 당황한 나는 '스페셜 돌' 이라고 말해줬지만 남자는 잘 모르겠다는 눈치.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봉제인형도 아니고 피규어도 아니고...;
공부 좀 할 걸
허둥대는 내 모습에 그는 더욱 관심을 보이고, 결국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나는 종이백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내고 인형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걸 계기로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정작 보여준 인형들에 대해서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굉장히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었기 때문에 회화가 딸리는 나도 부담 없이 말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는 나의 말에 '세상이 정말 좁아졌군요~'
둘이서 낭만당이며 가요쇼 이야기를 하다가 입장할 차례가 돌아왔고, 어느새 친해진 우리는 약속이나 한듯이 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이틀 간의 이벤트 기간 동안 사쿠라 카페에서는 기존의 메뉴는 판매하지 않았고, 대신 제도, 파리, 뉴욕을 상징하는 세종류의 한정 메뉴가 선을 보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세종류 다 먹어버릴까 하다가 수량도 한정되어 있다기에 자제하기로 하고 제일 무난해 보였던 파리 메뉴를 주문했다. 식사를 마친 뒤 남자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고, 나는 안에서 좀 더 머물며 사진을 찍다 카페를 나왔다.
각 메뉴는 이렇다.
카페 안의 코부 앞에서
무난한 선택에 무난한 맛이었던 파리 메뉴. 왼쪽부터 쁘띠 슈크림, 바게트를 곁들인 오므라이스, 논알콜 칵테일
메뉴마다 그에 해당하는 코스터가 주어진다. 내가 받은 파리 코스터.
의자를 치워버려서 다들 서서 먹고 있다.
카페 안쪽에는 관계자들의 친필 메세지가 전시되어 있다.
싸인과 함께 각종 기념일을 축하하는 코멘트들이.
카페에서 나와 전언판이 있던 쪽으로 향하니 아까 그 남자는 방명록을 쓰고 있었다. 다시 말을 걸어 또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던 중 아이리스의 메세지 보드 앞에서 내가 쓴 글을 가리키며 'アイリスは僕が守る!' 라는 의미라고 말해주자 껄껄 웃던 그는 내게 '아이리스를 좋아하시는군요?' 라고 묻는다. '예? ..아, 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럼 아이리스 코스터도 가지고 계신가요?' 라고 다시 한번 물어본다.
'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것은 없지만요' 라는 나의 대답에 그는 갑자기 가방을 뒤지기 시작하더니 파일케이스에서 아이리스 코스터(신버전) 을 꺼내 선뜻 내미는 것이다. 거듭 사양을 했지만 이것도 인연이라며 받으라는 그의 말에 나는 더 거절하지 못하고 감사히 받기로 했다.
코스터를 건네준 뒤 그는 다른 약속이 있다면서 낭만당을 떠났고, 이름 한번 물어보지 못한 아쉬움에 방금 그가 쓰고 있던 방명록을 뒤적거린 끝에 그의 이름이 '히노 료스케(比野 良介)' 씨 라는 걸 알 수 있었다.(확실하진 않음;) 어제 UFO캐쳐 에피소드 때도 그랬지만 '사쿠라대전의 팬이길 잘했다ㅜㅜ' 라는 걸 이 이틀 동안 거듭 느끼고 있었다.
날 울리지마
료스케 씨가 떠나고 나 역시 딱히 낭만당에서 더 할 일은 없었다. 게키테이 이벤트는 아직 멀었고, 어디든 다녀 올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사실 오후엔 다른 곳에 몇군데 들렀다가 올 계획이었기에 야마노테 1일 패스까지 구입해 뒀었지만.. 결국 나는 이곳에서 한발짝도 벗어날 수 없었다.
나가야겠다는 생각를 하면 할 수록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이 내 발을 붙들었고, 그때마다 나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쭈삣대다 다시 돌아서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계획같은 건 이제 어찌되든 좋았다.
감사합니다.
전언판에 붙어있던 팬 일러스트
만지지마! 계량기 뚜껑에 적혀 있던 히로이씨의 익살스러운 멘트.
조명 아래서.
새로운 상품들이 투입되면서 UFO캐쳐는 대성황. 저 오른쪽 끝에 있는 남자가 바로 '다나카 코헤이 코스프레남'!
나도 한방에 뽑는데 성공했다! 딱 하나 남아있던 아이리스 티셔츠.
일러스트 선정작 중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을 골라보았습니다. '베로베로무쵸, 베로무쵸!'
일단 쏘고봐!
샤노와르 명물 후렌치 캉캉
타이가씨 주제에!
지하에 피는 장미같은 소녀입니다. 우ㆍ리ㆍ들
파리를 지키는 깃발을 치켜든 소녀들
수상작 중 최고의 대박이었던 '입욕시 수상한 그림자에 주의'
우쿠레레 한손에 들고 등장! '여, 오오가미~♪'
강하다. 우리들의 소년 레드
약 세시간 가량을 낭만당 안에서 '그냥 서있다가' 7시가 조금 넘어서 아래로 내려왔다. 아침엔 8시 30분 부터 줄을 서 달라고 했지만, 과연 그 시간에 맞춰서 왔다가는 이벤트에 입장할 수나 있을지. 이벤트 시간을 제외하면 딱히 확정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두기로 했다. 어차피 이따 다시 오게 될 텐데, 낭만당을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마치 명계로 가는 통로처럼 느껴졌다.
1층으로 내려오자 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거 잘못하다간 아수라장 되겠구만..' 게키테이 이벤트 때 몇명이 모일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이 혼잡한 이케부쿠로 한복판에서 비까지 맞아가며 줄 설 생각을 하니 오한이 돋았다;
아직 본격적인 대열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고 GIGO 입구 앞에 이벤트 참여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여러명 모여 있었다. 그들 틈에 섞여 상황을 보고 있다가 비를 피하러 이동하는데, 건물 뒷편에서 료스케 씨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다른 약속이 있었다고 했는데, 마무리하고 돌아온 모양이었다.
료스케 씨도 이 이벤트 때문에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휴가를 내지 못해서 오늘 심야버스를 타고 내려가야한다고 했다. 어디서 왔는지를 묻자 '히메지' 라는 곳이라며 별로 유명한 동네는 아니라고 하는데.. 내가 히메지 성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하자 굉장히 반가워했다^_^
료스케 씨와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중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아직 8시 30분까지는 한참 남아있었지만 당장이라도 줄을 서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도 슬슬 눈치를 보며 줄을 설까 말까 하고 있는데 낭만당 스탶이 나와서 다른 상점에 폐를 끼치게 되니 정확한 시간에 모여달라며 GIGO 앞에 있던 사람들을 전부 해산시켰다. (민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사람들은 뿔뿔히 흩어졌고, 료스케 씨와 나는 낭만당 맞은 편의 토큐 핸즈로 자리를 옮겨 그쪽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또 다시 시간이 지나고 8시 20분 쯤 되자 드디어 스탶들이 대열을 유도하기 시작했고 우리도 서둘러 그쪽으로 합류했다.
이벤트 정원이 몇명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다행히 꽤 빨리 줄을 선 편이라 입장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비좁은 골목에서 수많은 인원이 뭉쳐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질서는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비상계단이 우리들을 맞이했다.
낭만당 밖은 비가 내리고 있다.
자 입장합니다~
이제는 친숙해진 비상계단
다시 태정낭만당으로 올라왔을 때는 안에 있던 진열대라던가 테이블 등이 싹 비워진 상태였다. 불과 한시간 전까지 손님들로 들썩이던 낭만당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낭만당 입구 앞에 마치 문지기처럼 서있던 사쿠라 등신대 피규어의 모습이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사람들이 모두 입장하고 이벤트가 시작되기에 앞서 먼저 점장 히라노씨가 히로이씨의 특별코멘트를 전하는 순서가 있었다. 바쁜 일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는 히로이씨의 메세지는 다음과 같았다. '꽃은 저물기에 아름답다'
그 뒤로 초대 점장 나카야마 씨, 3대 점장 시로후네 씨, 그리고 5대이자 현 점장인 히라노씨의 코멘트가 이어졌다. 초대 점장으로써 그 뒤로도 사쿠라대전의 이벤트 등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왔던 나카야마 씨는 못내 아쉬웠는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마는데.. 이미 이곳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료스케 씨와는 이때 작별을 해야 했는데, 11시까지 심야버스를 타야했기 때문에 아쉽게도 게키테이 이벤트에서는 함께 할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사진이라도 한장 같이 찍어둘 걸..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료스케 씨의 이미지(99% 정확하다고 생각)
시로후네 씨의 낭만당 확장에 대한 이야기(이분이 점장으로 계실 때 5층에 있던 낭만당이 7층으로 이전했고 카페가 신설되었다.) 와 '태정낭만당에서 일하고 싶어서 세가에 입사했다' 라는 히라노 씨의 코멘트까지 끝나고 드디어 게키테이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아침에도 모습을 보인 바 있는 거대 쟝폴이 어딘가에서 슬금슬금 나타나 스테이지에 올라섰고, 낭만당 안에는 게키테이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모두들 댄스와 함께 게키테이를 열창하고 난 뒤 당연하다는듯이 앙코르가 쏟아졌고, 쟝폴은 다시 한번 무대로 올라가야 했다.
두번째 게키테이가 끝난 뒤에도 앙코르는 끝나지 않았다.(이에 히라노씨는 'アンコール입니까 ジャンポル입니까?' 라고)
미하타노 모토니와 지상의 전사까지 부르고 나서야 낭만당 안은 겨우 진정이 되었고, 이어서 '전국의 사쿠라대전과 태정낭만당 팬들에게 경례!!' 를 끝으로 마무리가 되는 듯 싶더니..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우리는 다 함께 유메노 츠즈키를 부르고 있었다.
모든 일정이 다 끝난 뒤 낭만당은 울음바다가 되어버렸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나, 중년의 아주머니, 10대 소년도 이곳에서 느끼고 있는 감정은 하나였다. 스탶들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그들과 아쉬움을 함께 하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11시를 훌쩍 넘긴 상태였고, 일부는 먼저 낭만당을 나섰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안에 남아있었다.(나도)
히라노 씨의 간곡한 부탁이 있고 나서야('이제 그만 돌아가 주세요ㅜㅜ') 사람들은 발걸음을 출구로 돌리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나카야마 씨를 포함한 스탶들이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일히 악수를 청하며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잠시 후 내차례가 돌아왔고.. 나카야마 씨의 손을 잡으며 맘속에만 담아두고 있던 이 한마디를 나는 결국 하고 말았다.
'제가 한국에 태정낭만당을 만들겠습니다' 라고..-_-
뜻밖의 말에 잠깐 당황하던 나카야마 씨였지만 이내 환하게 웃으며 '꼭 그렇게 해주십시오' 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도 낭만당과 작별을...
이벤트가 끝나고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잊지 못할 시간으로 남게 될
출구 쪽에서 스탶들이 인사를
팬들의 마음을 담아
한편 사쿠라 카페에서는..
카페 스탶들과 함께. 왼쪽부터 이와사키 씨, 이시이 씨. 오른쪽 분은 기억이 잘..;
이제는 텅 비고 썰렁한 낭만당.
사쿠라 고생 많았어..
밖으로 나오자 비는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잠시 GIGO 앞에 서 있는데 가슴 한 구석이 휑해지면서도 여전히 폐점이라는 사실은 와닫지 않았다. 지금도 태정낭만당은 바로 눈 앞에 있고, 당장 내일 아침이라도 찾아가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이 영업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은 것이다. 그럴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았다.
막차 끊기면 걸어갈 걸 각오하고 있었는데 운좋게 이케부쿠로에서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오늘도 둘이서 술이나 먹을 생각으로 신오쿠보로 돌아오니 김군은 내일 일찍 약속이 있다며 자고 있다. 별 수 없이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와 혼자 들이키는데, 뭐 지금같은 기분을 달래는 데는 이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맥주캔을 비우고 내일 귀국을 위해 낭만당에서 사온 것들을 가방에 챙기고 있노라니, 지난 6년 간의 기억이 하나둘 떠오르는게 또 다시 마음을 심란하게 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이날따라 유난히 힘들었던 짐 정리에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오늘 밤 만큼은..
いつかまた この夢のつづき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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