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살짝 눈을 뜨니 간밤에 누구한테 두들겨 맞기라도 한 것처럼 어깨며 다리며 온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몇시쯤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몸은 아프고 잠도 못자고 만사가 귀찮아져서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한참을 그렇게 꿈틀대고 있다가 10시나 되어서야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의무감으로 어기적어기적 나갈 준비를 하면서도 왜 내가 일본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잠시 회의감이 들었지만 과거 여행의 기억들을 돌이켜보면 난 언제나 이랬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슬프게 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요코스카(横須賀) 였다. 요코스카까지 가는 길은 조금 복잡했다. 신오쿠보를 출발해 시부야(渋谷) 에서 토큐토요코(東急東横線) 선으로 갈아타 요코하마(横浜) 에서 하차한 뒤 JR 요코스카선으로 환승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