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7일, 사쿠라대전 29주년이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특별한 기념도 새로운 소식도 없었지만, 그 고요 속에서 문득 예전의 그 날이 떠올랐습니다.
2008년 8월 31일, 사쿠라대전 뉴욕 레뷰쇼의 마지막 날, 천추락 무대가 막을 내렸을때 그자리에 저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커튼콜이 끝나고 귀가를 안내하는 아나운스가 흘러나왔지만, 관객들은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힘차게, 그리고 끝없이 박수를 보내고 있었죠.
그 순간, 타나카 코헤이 선생님이 무대 위로 나타나 "이대로 끝낼 순 없습니다!" 라고 외쳤습니다. 정말 꿈처럼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입니다. 그건 예정된 각본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만들어낸 ‘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공연 그 자체보다도 더 강하게 각인된 순간이었고, 저는 그 한 장면만으로도 사쿠라대전이라는 세계가 정말 특별한 무언가라는 걸 믿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그날의 박수는 이후의 공식 공연들을 이끌었고, 11년 뒤 《신 사쿠라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시리즈가 다시 세상에 돌아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저 관객 중 한 사람일 뿐이었지만, 어딘가 마음 한구석에선 "우리가 무언가를 바꿨다" 는 뿌듯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가끔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우리가 그때 그렇게까지 붙잡지 않았다면, 사쿠라대전은 더 아름답게 퇴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한 편의 완결된 이야기로서, 한 시대의 레전드로서 좀 더 품격 있는 이별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 괜한 미련이 오히려 시리즈에 그림자를 드리운 건 아니었을까 하는 후회.
그런 생각이 처음 스쳐간 건, 어느 날 우연히 SNS에서 출연진 몇몇 사이에 미묘한 감정의 틈이 였보였을 때였습니다.(상대를 직접 지칭한건 아니었지만) 같은 무대 위에서 그렇게 찬란하게 웃고 노래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더 이상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무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뚜렷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그건 단순한 불화나 오해라기보다는 시간이 흘렀다는 명백한 증거였습니다. 무대 뒤의 시간이 흐르고, 현실은 무대를 추월하며, 언젠가부터 우리는 사쿠라대전이라는 작품을 그 시절 그대로의 모습으로 붙들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 박수로 시작된 시간들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그것이 이어져야만 했던 시간이었는지, 아니면 거기서 박수치며 떠나 보냈어야 했던 건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신 사쿠라대전》 이후, 시리즈는 다시 기나긴 침묵에 들어갔고, 출연진은 하나둘 나이가 들었으며, 팬덤도 점차 흩어졌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무대 위의 재회를 넘어 사쿠라대전-타이쇼 로만-이라는 세계관 전체가 다시 한번 움직이기를 믿고 있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 세계가 다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숨 쉬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오오가미가, 신지로가, 카미야마가, 사랑과 정의를 외치며 세계를 지키는 그 이야기들이 다시 무게 있는 이야기로 돌아오기를 기대했습니다. 단지 ‘복고적인 무대의 잔상’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도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서사로 살아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늘 단편적인 조각들이었고,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보냈던 그 박수는 결국, 누구도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희망만을 기약 없이 붙들게 만든 건 아니었을까요. 사쿠라대전을 향한 우리의 애정은 계속되었지만, 그 애정이 기대가 되었다가, 기대가 지침이 되고, 지침은 체념으로 변해갔습니다. 그 시간들이 무엇을 남겼는지— 생각은 자꾸만 길어지고, 말은 멈추게 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도 생각합니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진심이었기에,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그날 무대에서 보냈던 박수도, 이후 수많은 기다림과 기대도, 누구의 지시에 따른 것도 누가 보라고 연출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선택한 행동들이었고, 그 선택들이 모여 우리만의 시간과 기억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선택이 정말 옳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고, 그 기대의 무게는 결국 작품과 스탶 및 출연진, 그리고 팬들 자신에게까지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의 감정만큼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열정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 모든 감정이 사쿠라대전과 함께 살아온 증거입니다.
지금도 복잡한 마음 한켠에서 그때의 박수 소리가 조용히 울립니다. 저는 여전히 그 소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후회 속에서 떠오르는 소리가 아니라, 그 시절 정말로 무언가를 사랑했던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울림입니다.
언젠가는 정말로 마지막 커튼이 내려오겠지만, 그날 무대 위에 맴돌던 그 박수의 여운만큼은 아직도 제 안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라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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