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는 날이다.
김군이 오늘은 어학원을 가기때문에 8시쯤 함께 원룸을 나섰다. 귀국편 비행기가 18시 10분에 있었기 때문에 오후 세시까지는 시간이 있었다. 어제 그냥 돌아왔던 태정낭만당에 다시 한번 다녀오는 것 말고는 딱히 계획이 없었는데, 개점은 12시 부터이기 때문에 아침에 시간 때울만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침에 마츠야에서 먹었던 비빔동.
첫날 김군에게 친구들한테 도쿄에서 잠깐 들렀다 올만한 곳 좀 물어봐 달라고 했더니 그 중 한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얘기하길래, 마침 내가 안 가본 곳이기도 해서 아침엔 그곳이나 갔다 올까 하고 신주쿠 산쵸메 역까지 일단 걸어가 보았다. (부도칸 근처에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질 않았다. 그동안의 전례를 돌이켜볼때 이거 왔다갔다 하다 괜히 힘만 빼는 거 아닌가 싶어서 결국 신주쿠 근처에서 대충 시간이나 때우다 일찌감치 이케부쿠로로 가기로 하고 다시 신주쿠 역으로 돌아왔다. 정작 신주쿠에서도 갈 데가 없었기 때문에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다 11시가 넘어버렸고, 난 에라 됐다 하면서 곧장 이케부쿠로로 향했다;
이케부쿠로에 도착해 세가 GIGO 건물까지 가니 개점을 앞둔 태정낭만당은 1층 엘레베이터 앞에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사람들로 가득한 태정낭만당이야 자주 봤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예전에 가요쇼도 끝나고 하면서 태정낭만당도 언젠가 접지 않겠나 했었는데, 과연 그런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열성팬들이 있는데.
이때 GIGO의 높으신 분처럼 보이는 사람이 친히 등장하셔서 사쿠라카페는 12시부터지만 태정낭만당은 먼저 오픈을 하겠다며 사람들을 입장시키기 시작했고, 나도 그들 틈에 섞여 7층으로 올라갔다. 아르바이트들만으로는 부족했는지 태정낭만당에서도 평소에 못보던 높으신 분(처럼 보이는 사람) 이 직접 나와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가끔 카운터까지 보고 있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사쿠라카페에는 예약접수를 위한 시트가 놓여져 있었다. 바로 적어둘까 하다가 살 것도 있고 해서 조금 뒤로 미루고 태정낭만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게 실수였다.
잠시 후 시트를 확인했을 때 먼저 예약해둔 사람들은 12명, 7명 등 대규모의 일행을 동반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랴부랴 예약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내 차례까지 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공항에 5시까지는 가야하므로 일단 두시까지 기다려보고 안되면 포기하기로 했다.
사람들로 가득한 태정낭만당을 어슬렁거리다 방명록을 들춰보니 부도칸 공연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안에는 여행가방 같은 걸 잔뜩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마 이들인듯 했다. 한국에서 온 나도 있다지만 이 사람들도 기차타고 올라오느라 고생깨나 했을텐데.
..그래 당신들이나 나나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들이야.
가끔씩 예약명단을 확인해 봤지만 내 차례는 멀었고, 태정낭만당에서 살 건 다샀고 할일이 없어서 구석에서 아이리스 피규어나 보며 서있는데, 옆에 있던 한 아저씨가 말을 건네왔다. 자신도 사쿠라카페에 들렀다 가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겠다고.. 서로 푸념을 늘어놓다 이 분도 부도칸 라이브를 관람하셨다고 해서 슬쩍 어제 느꼈던 걸 얘기해 보았다.
나: 부도칸 라이브. 물론 훌륭했지만 2층 관객들 너무 얌전했지요.
아저씨: 하하, 저도 2층이었는데 성원을 보내고 싶어도 주위 분위기 때문에..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게 아니었구나..
아저씨와 몇마디 더 주고 받은 뒤, 다시 한번 예약명단을 살펴보고 도저히 가망이 없음을 깨달은 나는 내 이름에 줄을 찍 긋고는 태정낭만당을 나왔다.
늘 똑같은 사진만 찍어서 이번엔 다른걸로 찍어보았다.
신오쿠보로 돌아와 짐을 정리해 김군과 작별하고 나리타로 향했다.
그동안 나리타를 통해 귀국할때는 늘(두번 뿐이지만) 종점인 나리타 공항역에서 내려 대한항공을 탔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이번에도 그곳에서 내렸지만, 이번에 탈 일본항공의 카운터는 한정거장 앞인 공항 제 2빌딩 역에서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 식겁한 나는 헐레벌떡 셔틀버스를 타고 2터미널로 향했다.
이거 4년 전하고 정반대잖아...
깜박 잊고 있었다-.-
비행기 타러 가는데 공항 안에서도 셔틀 같은 걸 타야한다.
널널했던 하네다와는 달리 나리타 공항은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출국신고를 하면서 혹시 첫날의 그 까칠한 세관원이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별 일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하는데, 스튜어디스 누나가 내 항공권을 보더니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뭐지 하면서 올라가보니 우와! 그동안 타던 이코노미석과는 다른 넓다란 좌석이 놓여져 있었다. 거기다 창가 자리까지. 이게 정말 내 자리야? 설마 중간에 내리라고 하지는 않겠지. 티케팅도 늦게 했는데 왜 이런 자리가 나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덕분에 인천까지 두발 뻗고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리무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밤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
힘들다 힘들어;;
※ Epilogue
14일의 여행기에 지면관계상 담지 못했던 부도칸 라이브 상품 사진들을 모아 봤습니다.
부도칸 라이브 부채
부도칸 라이브 특제 펜라이트. 지난 가요쇼 등에서 판매되던 사이륨이 소모품이었던 것에 비해 이 펜라이트는 전지교체식. 덕분에 공연 내내 마음껏 흔들 수 있었다.
총 세가지 색 중 내가 구입한 것은 청색
솔라 키홀더. 태양전지를 사용해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제도와 파리 키홀더를 구입
부도칸 포도캔. 포도캔은 일본어로 부도칸이라고 읽는다-_-
안에는 포도사탕과 스티커가 들어있다.
티켓 홀더. 여기다 티켓을 넣으면 구겨지거나 잃어버릴 일은 없을 듯
아메리칸 캡. 머리에 맞을지는 모르겠다.
심플해서 멋진 부도칸 라이브 기념티셔츠
공연 팜플렛.
첫 출연하신 분들의 사진을 찍어보았다. 먼저 카나이 미카씨.
코지마 사치코씨.
공연 당일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아소 카오리씨.
이제 팜플렛에서마저 광채를 내뿜는 쿠미땅@.@
쿠미코LOVE!!!
앤티크풍(風) 오르골. 태엽을 감으면 흘러나오는 곡은 '花雪洞'
라이브 응원 타올세트. 타올과 손목밴드가 동봉되어 있다.
나일론 조끼. 의류 관련 상품은 공연장 안에서부터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등짝에는 제도 파리 뉴욕의 극장 엠블렘이
물건 담아주던 비닐쌕. 역시 1인당 하나씩만 지급됐다.
전체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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